Dark Fortress –
Tales From Eternal Dusk (2001) |
(75/100) Nov 9, 2020 |

북유럽권에 산재한 많고 많은 멜로디컬한 블랙 메탈 밴드들의 연원을 타고 들어가면 만나는 밴드가 바로 Dissection이 아닌가 싶다.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인 Storm of the Light's Bane은 숱한 추종자들을 낳았다. Dark Fortress 또한 그들의 뒤를 따르던 밴드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들의 데뷔 앨범 Tales From Eternal Dusk를 들어보면 이 밴드가 Dissection 류의 멜로디컬한 블랙 메탈을 추종자임을 알 수 있다. Dissection 특유의 한기어린 사운드와 함께 펼쳐지는 빼어난 멜로딕한 전개는, 이 밴드가 위대한 선배 밴드를 넘어설 수는 없더라도 비교적 재능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리지널리티의 상당 부분을 Dissection에서 빌어온 터라 이런 앨범들에 대한 평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록메탈 씬에서 오리지널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밴드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다들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또 그것을 적당한 형태로 가공할 뿐이었다. Dark Fortress의 데뷔 앨범인 Tales From Eternal Dusk는 변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Dissection에 기반한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첫 정규 앨범부터 보여준 멜로디 감각이나 각곡들의 유려한 전개는 비난하고 싶은 생각을 가시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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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ij Kuprij –
High Definition (1997) |
(85/100) Nov 9, 2020 |

현존하는 최고의 키보디스트 Vitalij Kuprij의 솔로 데뷔 앨범. Vitalij Kuprij를 가장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Royal hunt를 통해서였다. 3기 Royal hunt의 보컬리스트였던 John West를 통해 Vitalij Kuprij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리하여 처음 접했던 앨범이 바로 Artension의 데뷔 앨범이었다. 나름 기대를 하고 들었던 앨범이었지만, 이 앨범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후속작인 Phoenix Rising 또한 마찬가지였다. Vitalij Kuprij의 역량은 충분히 실감했지만, 그가 참여한 작품들은 고개를 가로로 젓지 않을 수 없었다. 키보드 파트에서 그의 연주 기량은 Dream Theater의 Jordan Rudess나 Stratovarius의 Jens Johansson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었던지라 그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솔로 앨범을 접하면서 Vitalij Kuprij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게 되었다. Artension이 발표한 앨범이 실망스러웠던지라 그에 대해서 관심을 거둔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된 뒤에 High Definition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앨범은 키보디스트가 주도한 가장 위대한 인스트루멘탈 앨범이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컬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키보드 연주에 주요 초점이 맞춰진 이 앨범에서 Vitalij Kuprij는 최상의 역량을 열렬히 발산하고 있다. 그의 연주가 이 앨범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든 서포트라이트를 독점한 것은 아니다. Vitalij Kuprij가 영입한 Greg Howe 또한, 그 못지 않은 뛰어난 연주 기교를 선사하고 있다. Vitalij Kuprij의 클래시컬한 감성이 앨범의 전면을 뒤덮고 있지만, 한줄기 벼락처럼 내려꽂히는 섬광같은 멜로디로 앨범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 두 사람의 플레이는 고전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부 Yes의 Rick Wakeman과 Steve Howe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아마도 이 앨범을 듣지 않았더라면 나는 Vitalij Kuprij라는 걸출한 키보디스트에 대해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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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srÿche –
Promised Land (1994) |
(75/100) Nov 7, 2020 |

Queensrÿche를 대표하는 작품은 당연히 Operation: Mindcrime이겠지만, 그들의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가져온 작품은 Empire였다. 거의 팝 메탈을 방불케하는 유려한 멜로디는 기존에 밴드의 스타일과는 괴리가 있다. 그러나 Empire는 그들의 명성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앨범이었다. 이 앨범이 나온 시점이 90년대에 접어든 시점이었으니, Empire는 헤비 메탈 전성기의 마지막에 걸쳐진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후속작은 4년이나 지난 시점에 발표가 되는데, 이미 음악 풍토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 시점이었다. Promised Land는 그러한 변화에 대한 Queensrÿche의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이 앨범에서 Queensrÿche식 헤비 메탈 특유의 육감적이면서도 풍성한 사운드의 자취는 상당히 약해졌다. 대신에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이라고 여겨지는 건조한 톤의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헤비 메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보컬 중 한명인 Geoff Tate의 가공할 목소리도 이 앨범에서는 그리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 그의 역량이 쇠하였다기보다는 음악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성량이 상당히 절제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은 아쉽기 그지없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크게 실망을 안겨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Lady Jane이나 I Am I, Damaged 같 은 곡은 생소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 곡 자체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이 앨범에 대해 좋지 못한 인상을 받았던 리스너들도 Lady Jane의 경우네는 호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곡들에 힘입어 Promised Land는 플래티넘을 달성하는 등 나름의 상업적인 결실도 보았던 작품이다. 다만 사운드의 질감이 급격하게 변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작품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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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er –
Winger (1988) |
(85/100) Nov 5, 2020 |

80년대 말은 글램 메탈의 전성시대였다. 적당히 뛰어난 연주력과 멜로디 메이킹에 대한 적당한 감만 있다면 글램 메탈 밴드로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널리 퍼져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얘기는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글램 메탈 밴드들의 탕아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함량 미달의 밴드들이 실력과 어울리지 않게 인기를 누렸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그런 소모적인 이미지를 제하고 헤비 메탈 팬들의 기억속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특정 밴드들은 빼어난 역량으로 헤비 메탈의 전성기를 장식한 이들이었다. Winger는 괄목할 만하게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던 밴드들의 대열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실력 만큼은 정평이 나있던 팀이었다.
Winger는 글램 메탈의 최고봉인 Mötley Crüe는 고사하고, Poison이나 Ratt, Twisted Sister와 같은 1선급 밴드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램 메탈 사단에서 2선급 밴드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평은 Winger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평이다. 분명 Winger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으로는 데뷔 앨범만을 남기긴 하였다. 그러나 Winger는 실력 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1선급 밴드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 코 못하지 않은 밴드였다. 이들이 실력에 비해 대중적인 성향이 따르지 않은 데에는 여타 글램 메탈 밴드들에 비해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중시하면서도, 정통 메탈의 노선을 굳게 견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앨범을 듣다보면 유독 기타리스트의 테크니컬한 연주에 집중하게 된다. 처음 본작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신경쓰지 않고 들었었지만, 계속해서 듣다보니 밴드의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예사로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Reb Beach가 기타리스트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80년대를 수놓은 정상급 기타리스트들의 유명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앨범에서 정말 멋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Winger의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Reb Beach는 John Sykes나 Steve Vai와 같은 플레이어 못지 않은 열띤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Whitesnake에서 그의 플레이에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었지만, 이 당시 Reb Beach의 연주는 경탄스럽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이러한 기타리스트를 맞이한 Kip Winger는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Winger의 셀프 타이틀 앨범에 실린 곡들은 전형적인 글램 메탈의 양식을 띠고 있다. 여기에 Reb Beach의 화려하면서도 테크니컬한 연주 스타일을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하였다. 처음 들었을때만해도 다소 보편적인 타입의 글램 메탈 밴드들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여타 글램 메탈 밴드들의 작품들에 비해 귀에 들어오는 것은 다소 늦었다. 하지만,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자마자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얼마나 순도높은 글램 메탈 송인지 즉각적으로 감지되었다. 앨범의 전면부를 차지하고 있는 Madalaine이나 Hungry, Seventeen은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Winger를 타진할 수 있는 트랙이며, Without The Night와 Headed For A Heartbreak는 상대적으로 Reb Beach의 존재감에 묻힌 Kip Winger의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실감하게 된다. Jimi Hendrix의 Purple Haze를 스탠더드한 헤비 메탈 넘버로 편곡한 솜씨도 인상적이며, 전형적인 글램 메탈 송인 Time To Surrender와 Poison Angel은 갓 데뷔한 밴드답지 않은 노련한 솜씨가 돋보인다. 내가 기억하기로 글램 메탈 밴드들 중 데뷔 앨범에서 이 정도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었던 밴드는 Poison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Winger는 데뷔 앨범에서부터 놀라운 역량을 발휘한 것은 분명하다. 본작은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등 나름의 성공도 거두었다. 그러한 성공이 Winger의 실력에 비한다면 다소 미진하다고 생각되지만, 백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밴드가 데뷔한 시기는 메탈 음악이 서서히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던 시점이나 다름없었다. 88년에 첫 앨범을 발표했으니, 그들에게 우호적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결코 시간을 낭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헤비 메탈에 대한 열기는 이후 점차적으로 식어가기 시작했고, Nirvana를 위시한 대안 록 밴드들의 발흥은 결정적이었다. Winger로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다수의 밴드들이 변절하거나 활동을 접어가는 시점에서 Winger 또한 안타깝게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되고 만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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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ion –
Theli (1996) |
(85/100) Nov 5, 2020 |

Therion은 유로피언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오리지널리티가 짙은 밴드 중 하나이다. 초기에만 해도 밴드는 그리 주목 받는 그룹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 번째 앨범인 Lepaca Kliffoth에서 심포닉한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덧입히기 시작하면서 Therion은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다섯 번째 앨범인 Theli에서 그들 고유의 확고부동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였다. 이 앨범에서 밴드는 클래식의 우아한 사운드를 전면에 도입하였다. 여전히 초창기 시절의 데스 메탈의 날 것을 연상시키는 사운드는 미약하게나마 남아있지만, 그것이 밴드의 음악에서 자취를 감출 것은 명약관화했다. 클래식의 고풍스러운 사운드와 Therion이 초기 데스 메탈을 추종했던 시절과는 부정교합이 있기 때문에 굵고 거친 면모는 포기되어져야만 했다. 이러한 부분은 그리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는 Therion의 초기작들이 남겨준 인상이 옅은 탓이다. Theli부터 밴드는 질적으로 일신한 면모를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중간중간에 들려주는 클래시컬한 선율과 거친 메탈속성의 소리는 아직 이들이 여전히 발전도상에 놓여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방향은 동시대 어떤 밴드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Therion의 막강한 후속작들이 작품성 면에서 더 나은 작품일 수는 있지만, 밴드의 확고한 노선을 정한 Theli 또한 중요도에서 결코 뒤지는 작품은 아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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