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ence –
Eternal Nightmare (1988) |
75/100 Sep 18, 2023 |
![Eternal Nightmare](/img2/di.png)
Vio-lence가 80년대 후반에 만든 Eternal Nightmare는 가공할 리프 메이킹을 향연을 보이는 명반이라고 할 만하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쩌면 그동안 스래쉬 메탈 밴드 중에서 리프 메이킹 분야는 최고라고 생각했던 Destruction도 이 밴드에 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Vio-lence는 본작에서 가공할 리프들을 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밴드를 적응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하나 있으니, 바로 보컬이다. Anthrax의 Joey Belladonna의 마이너 카피로 들리는 보컬링은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는다. 가공할 리프와 함께 전개되는 플레이도 장난기 서린 보컬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질 정도로 이 앨범에 정 붙이기 어렵게 한다. 이를 밴드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스래쉬 메탈 팬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Overkill의 Bobby Ellsworth나 Artillery의 Flemming Rönsdorf가 보컬을 부르면 어떨까하고 상상하게 된다. 80년대를 수놓은 어떤 밴드들보다도 뛰어난 리프 메이킹 능력을 보유한 밴드임에도 Vio-lence가 만든 Eternal Nightmare는 이질적인 보컬의 특이한 발성 때문에 어떠한 작품보다 아쉬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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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 in Black –
Berserker (2017) |
90/100 Sep 18, 2023 |
![Berserker](/img2/di.png)
Battle Beast가 Unholy Savior를 발표한 직후, 밴드의 기타리스트 Anton Kabanen이 밴드를 떠나게 되었다. 공식적인 이유로는 음악 방향을 거론되고 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Battle Beast의 노선과 Anton Kabanen이 결성한 Beast in Black이 비슷한 양상의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도권 다툼, 수익에 대한 다툼이 Anton Kabanen의 탈퇴에 대한 이유에 좀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Battle Beast가 여러해 동안 활동하면서 북유럽 메탈 씬에서 상당히 촉망받는 팀이 되었으니 나누어야할 파이가 커진 셈이다. 그 결과 이견이 생겼고, 파워 게임에서 밀린 Anton Kabanen이 밴드를 등질 수밖에 없었다는데 좀더 신빙 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쩐지 이러한 양상은 20년도 더 전에 Helloween에서 벌어졌던 일이 떠올리게 한다. The Time of the Oath와 Better Than Raw, The Dark Ride를 통하여 Helloween 중흥의 일등공신이었던 Roland Grapow와 Uli Kusch는 자의반 타의반에서 밴드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Helloween 원년 멤버인 Michael Weikath라는 터줏대감을 밀어낼 힘이 없어서, 결국 Masterplan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출범시켜면서 활동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Roland Grapow와 Uli Kusch의 모험은 파워 메탈 씬에 거물 밴드가 하나 더 추가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Anton Kabanen의 행보도 Roland Grapow와 Uli Kusch의 행보와 비슷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Masterplan이 겨우 두 장의 준수한 작품을 발표한 뒤로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한 활동을 보인데 반해 Anton Kabanen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Beast in Black은 이제는 모 밴드인 Battle Beast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는 점이다. Anton Kabanen의 탈퇴가 파워 메탈 팬들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Anton Kabanen이 당연히 이 밴드의 주축으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멤버는 Yannis Papadopoulos다. 그리스라는 국가는 그래도 메탈 음악이 나름 번성하고 있는 지역인데도, 이 정도 실력의 보컬리스트가 무명의 설움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이 앨범에서 보이는 그의 활약은 빼어나다. 다행히 그는 Beast in Black에 합류하면서 운이 트여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그의 강력한 목소리는 Battle Beast에서 맹렬히 활동중인 Noora Louhimo 못지 않아 보인다. 부드러운 톤에서 강렬한 샤우팅까지 그의 준수한 목소리는 앨범 전역에서 종횡무진하면서 작품 전체에 생생한 매력을 부여하고 있다.
앨범의 서두를 여는 타이틀 트랙은 밴드의 밝은 미래를 여는 멋진 메탈 송이다. 앨범 전체를 드리우고 있는 댄서러블한 리듬은 억제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헤비 메탈에 입각한 이 곡은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 뒤를 잇는 Blind and Frozen은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지면서 푸쉬를 받은 곡인데, 북유럽 특유의 유로비트에 기반한 입체적인 리듬이 청자를 몹시 흥겹게 한다. Beast in Black의 절륜한 리듬 감각과 멜로디 메이킹 역량을 실감할 수 있는 명트랙이라고 본다. Born Again 또한 Blind and Frozen과 비슷한 성향의 트랙으로 앨범의 성향을 결정짓고 있다. 앨범의 후미에 있는 Eternal Fire는 스웨덴 태생의 밴드로 80년대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Europe이 생각나는 트랙으로 거의 스탠더드한 팝송을 방불케 하고 있다. 아마도 강경한 메탈 헤드라면 이 앨범은 그리 재미있게 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좀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는 리스너에게 이보다 흥미진진한 작품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런 부류의 메탈 밴드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러한 작품들을 즐겁게 들은 기억은 거의 없었다. 너무나 메인스트림을 의식한 듯한 면모가 어딘가 귀에 거슬려서 재미있게 들은 작품이 없다시피하다. Beast in Black의 데뷔 앨범 Berserker는 이러한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 첫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Battle Beast의 최근작도 본작과 거의 비슷한 류의 작품임에도 Berserker에 비하면 인상은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Battle Beast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롭게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Anton Kabanen의 재능은 Beast in Black을 결성할 즈음에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 듯하다. 그의 역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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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bites –
Awakening from Abyss (2017) |
85/100 Sep 16, 2023 |
![Awakening from Abyss](/img2/di.png)
메탈 음악을 들어온지 20년이 넘으면서 사실 여성들만으로 결성된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어떠한 밴드도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헤비 메탈 팬들은 개중 좀 잘하는 여성 메탈 밴드들에게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라는 투의 표현을 줄곧 하곤 한다. 이런 표현이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지만, 메탈 음악에서는 이런 표현이 성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여성 메탈 밴드는 남성 메탈 밴드에 비한다면 그 수효가 극히 미미한 편일뿐더러 실제 역량 면에서 심히 모자라 는 경우가 다수다. 그러다보니 남성 밴드에 비해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에 대한 평가는 남성 밴드들에 비해 평가가 후한 편이다.
하지만, 모든 사태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일본 태생의 밴드 Lovebites에는 ‘여성 밴드’라는 수식어가 사족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놀라운 밴드는 데뷔 앨범부터 탁월한 역량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처음 이들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만해도 적당히 심포닉하고 파워 메탈의 형태만 갖춘 후기 Nightwish나 Amaranthe 풍의 밴드일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데뷔 앨범은 사운드 면에서 전형적인 유로피언 파워 메탈을 따르고 있다. 그것도 파워 메탈의 본원인 스래쉬 메탈의 강인한 에너지를 잘 살려 여러 유로피언 파워 메탈 밴드들보다도 본질에 더 충실해 보이기까지 하다. 여성 밴드들에게 기대할 법한 아기자기한 맛은 찾을 수 없으며 Awakening from Abyss는 파워 메탈 특유의 가공할 에너지로 몰아치고 있다. 근래에 들은 신인 파워 메탈 밴드들의 작품들 중에서는 단연 이 앨범이 으뜸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멜로디 메이킹 능력만 좀더 향상시키면 정상급 밴드로 성장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일 정도로 이들이 본작에서 보인 잠재력은 출중해 보인다. 이정도 수준급의 밴드가 이웃 나라인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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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Funeral –
Vobiscum Satanas (1998) |
80/100 Sep 15, 2023 |
![Vobiscum Satanas](/img2/di.png)
Dominus vobiscum,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그리스도교 전례의 인사말을 비튼 Vobiscum Satanas라는 제목을 단 Dark Funeral의 두 번째 앨범은 대충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감이 온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독교도라면 질색할 만한 사타니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타니즘을 내세우는 블랙 메탈 밴드가 워낙 많은 지라 식상하기까지 한 주제지만, Dark Funeral의 초기작들 The Secrets of the Black Arts나 Vobiscum Satanas은 질리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가치를 실감할 수 있는 명작이다. 밴드가 거의 개창하다시피 한 지류인 페스트 블랙 메탈에서 워낙 많은 밴드들이 영향을 받은지 라 상투적으로 느껴지기까지도 하지만, Vobiscum Satanas을 처음 들었을 때 오리지널은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광폭하게 질주하는 리듬과 거의 이지 리스닝을 표방하고 있는 것만 같은 멜로디 라인을 듣노라면,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워낙 단조로운 감이 강하기 때문에 페스트 블랙은 쉬이 질리게 되는 단점도 있지만, Dark Funeral의 두 번째 앨범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앨범의 주술적이기까지 한 마력이 느껴진다. 근래에는 Dark Funeral의 이름도 빛이 바랜 듯 하지만 그들 최고의 역작인 Vobiscum Satanas이 지닌 마성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는 변치 않을 것 같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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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hop of Hexen –
Archives of an Enchanted Philosophy (1997) |
65/100 Sep 15, 2023 |
![Archives of an Enchanted Philosophy](/img2/di.png)
Bishop of Hexen은 국내 익스트림 메탈 팬들 사이에서도 나름 인기를 끌었던 밴드중 하나다. Bishop of Hexen은 Emperor가 본격적으로 장르를 개척하고, Cradle of Filth가 크게 판을 키웠던 심포닉 블랙 메탈 씬에서 제법 인지도를 떨친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데뷔 앨범 Archives of an Enchanted Philosophy을 들어보면 두 밴드의 자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음산하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신디사이저에서는 Emperor의 영향력이 감지되며, 국내에서 마귀 할멈 보이스라는 평을 들은 보컬톤은 Cradle of Filth의 그림자를 실감할 수 있다. 두 걸출한 선구 밴드들의 유산을 적절히 조합해냈다고 하지만, 이를 토 대로 자신들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솔직히 마이너 카피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음질이 그리 좋지 않은 부분에서 밴드가 영향받은 선배 밴드들의 걸작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된다. 익스트림 메탈의 성지인 북구유럽이 아닌 중동에서 이런 밴드가 이른 시기에 등장했다는 점 말고는 이들의 데뷔 앨범에서 특별한 의의는 찾을 수 없을 듯하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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