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merfall –
Chapter V : Unbent, Unbowed, Unbroken (2005) |
85/100 Oct 9, 2022 |

90년대 초엽에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을 개시한 HammerFall은, 세기가 바뀌는 시점부터 이름이 파워 메탈 팬들사이에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준수한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면서 HammerFall은 유로피언 파워 메탈씬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착실히 닦아나갔다. Renegade와 Crimson Thunder가 밴드가 정상에 이르는 도정에 있었다면, 다섯 번째 앨범인 Chapter V: Unbent, Unbowed, Unbroken을 발표한 시점에 HammerFall은 명실상부하게 유로피언 파워 메탈의 정상고지에 올랐다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밴드가 여러 해에 걸쳐 활동하는 동안 제작한 준수한 작품들이 누적되고, 라이브 무대에서의 열정적인 퍼포먼스가 자연스레 밴 드를 파워 메탈씬의 중심부로 인도하였다.
하지만 유로피언 파워 메탈의 정점에 차근차근 접근해가는 시점에 HammerFall의 스타일은 트렌드를 비껴가고 있었다. 세기가 바뀌면서 파워 메탈 장르 자체내에 있는 한계에 대한 얘기들이 나돌더니, 어느순간 파워 메탈씬에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에픽 메탈을 수용한 밴드들과 정통 헤비 메탈로 전환을 꾀한 밴드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Blind Guardian이나 Angra, Kamelot, Edguy 같은 파워 메탈씬에서 굴지의 입지를 누리고 있던 밴드들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순 없었다. 그들도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하여 인기가도를 계속 이어나갔다. Helloween에서 유래한 정통 파워 메탈을 계속 고수한 밴드들도 여전히 씬내에 많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80년대말에 탄생하고 십수년의 시간을 보낸 파워 메탈이 기존의 방법론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그리 현명해보이지 않았던 것은 명백했다.
HammerFall은 2천년대 접어들면서 당대의 트렌드를 무시했던 것 같다. 그들은 정통 파워 메탈의 협소한 테두리에서 거의 벗어나고 있지 않다. 미드 템포의 정통 헤비 메탈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은 거의 변화가 없다. 또한 대다수의 파워 메탈 밴드들이 앨범의 전체적인 유기성에 깊이 천착하는 것에 집착했다면, HammerFall은 앨범의 완성도를 방기한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그들이 만든 작품들을 살펴보면,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개개의 트랙에 집중하는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내가 파워 메탈에 훨씬 빠져있었을 때에 HammerFall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Chapter V 또한 메인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이 앨범을 귀로 들어보면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전작 Crimson Thunder와 같이 개개의 좋은 트랙이 있을 뿐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Secrets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짤막하지만 청자의 뇌리에 선명히 박이는 인상적인 리프로 이 곡은 시작한다. HammerFall은 다소 호흡이 긴 트랙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곡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적정한 시간대에 이 곡에서 HammerFall은 밴드의 역량이 집약된 명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들의 특징인 단출하지만 흥미로운 리프와 정통 파워 메탈에 기반한 훌륭한 멜로디 라인으로 청자의 귀를 사로잡은 Secrets는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트랙 중 하나다. Blood Bound는 현재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HammerFall의 레퍼토리가 아닌가 싶다. 전작에 수록되어 있던 Hearts On Fire에 이은 중독성 있는 곡으로, 메인 리프는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훅으로 Chapter V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Fury of the Wild는 앨범에서 스피디하게 질주하는 Fury of the Wild는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트랙으로, 고전적인 파워 메탈에 근접한 트랙이다. 하지만, 미드 템포가 주가되는 HammerFall이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더라도 역시나 중량감이 넘치는 전개가 일품이다. 중독성 있는 코러스가 좋은 인상을 남기는 Hammer of Justice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고, 묵직한 파워 발라드 Never, Ever나 팽팽한 긴장감이 잘 전해지는 Take the Black까지 전반적으로 본작은 준수한 트랙으로 무장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트랙인 Knights of the 21st Century는 밴드의 과한 욕심이 곡을 망쳐놓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고 Secrets 만큼의 분량으로 타이트하게 만들었다면, 본작은 유종의 미를 충분히 잘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Chapter V : Unbent, Unbowed, Unbroken에 대한 좋은 인상은 작품의 최후미에서 아쉬움을 남기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본작은 HammerFall의 전성기를 장식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Chapter V : Unbent, Unbowed, Unbroken은 후속작 Threshold와 함께 HammerFall의 최고 걸작이라 생각하고 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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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side –
Second Life Syndrome (2005) |
85/100 Oct 6, 2022 |

Riverside는 데뷔 앨범 Out of Myself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면서 소수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고전 아트록의 향취를 머금은 이 앨범은 고착화되어가는 경향으로 흘러가던 프로그레시브 메탈씬에서 특이한 팀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근래에 들어서 Riverside와 비슷한 양상의 작품들이 제법 나오고 있지만, 밴드가 처음 고전 아트록의 유산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2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의 시도는 신선하기만 했다. 이들은 두 번째 앨범에서 더욱더 깊이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당대의 통상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의 빽빽한 테크닉을 지양하고, 여유와 널찍한 공간감을 강조하는 이들의 스타일은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독특한 시도를 하면서도 뛰어난 멜로디 감각, 유연하게 흐르는 듯한 탁월한 구성은 이윽고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의 레이더에 어김없이 걸려들었고, 이윽고 밴드의 인지도는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운드는 동시대에 활동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에 비해 이질적인 성향이 많이 감지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Riverside가 마냥 시대조류에 등을 들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Second Life Syndrome를 잘 들어보면 프로그레시브 특유의 테크니컬한 연주 경향에서 벗어나 있지만, 역시나 장르 특유의 드라마틱한 구성은 이들 또한 추종하고 있다. 다만 극적인 서사는 이 앨범에서 그리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앨범이 심심하게 들리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겠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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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arsis –
666 (2000) |
70/100 Oct 5, 2022 |

Katharsis의 데뷔 앨범 666은 초기 블랙 메탈의 유산의 원형을 가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앨범에서는 블랙 메탈이 막 발아한 시점의 원초적인 에너지가 폭력적일 정도로 넘쳐흐르고 있다. 일부러 로우파이한 날선 음질과 귀가 따가울 정도로 반복되는 트레몰로는 청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다. 666은 조금만 더 선을 넘어갔으면 방구석 똥블랙으로 전락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 실려있는 리프나 혼돈 속에서 나름의 구성미를 갖춘 훌륭한 전개는 작품 고유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그리 동의하진 않지만 밴드의 다른 명반들보 다 낫다는 의견도 종종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가 밴드가 의도한 모든 것을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다소 정리는 필요할 듯하다. 정돈되지 않은 사운드에서 야성미가 넘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본작은 들을 때마다 불편한 감이 있어 꺼려지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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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ley Crue –
Saints of Los Angeles (2008) |
75/100 Oct 4, 2022 |

글램 메탈을 대표하는 밴드 Mötley Crüe 최후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 앨범이 최후의 작품으로 남게 될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밴드는 15년도에 한번 해체를 했는데, 이후 19년도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후속작이 나올지, 아니면 활동만 하고 앨범 제작에서는 아주 손을 놓아버릴지는 미지수다. Mötley Crüe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밴드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남아있는 이 앨범은 Mötley Crüe의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다소 임팩트가 약하다. 사실 데뷔한지 30년이 넘은 시점의 밴드에게 전성기적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을 만들라는 것은 너 무 무리한 요구라 생각된다. 80년대를 수놓은 위대한 밴드들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과거에 비해 그렇게 뛰어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럼에도 워낙 Mötley Crüe의 전성기를 채운 디스코그래피가 휘황찬란하긴 했다. Mötley Crüe의 작품만 아니었다면 Saints of Los Angeles는 괜찮은 복귀작? 혹은 마지막 작품으로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기대치에는 많이 미달되고 있다. 여기에 남아있는 것은 과거의 편린에 불과하다. 물론 그 편린조차도 어느정도 매력을 함유하고는 있다. 개인적으로 극도의 침체기에 빠진 글램 메탈씬에 활력을 불어넣을 작품을 기대했건만, Saints of Los Angeles에 그런 기대를 걸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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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den Plas –
Chronicles of the Immortals: Netherworld II (2015) |
90/100 Oct 4, 2022 |

Vanden Plas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품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작품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Christ 0는 그들 최고의 역작임과 동시에 유러피언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정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한 발언은 아닐 듯하다. 유기적인 컨셉과 드라마틱한 구성, 유려한 선율 등 이 앨범은 어떠한 기준에서 보더라도 명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Beyond Daylight가 Christ 0보다 더 중요한 작품은 아닌가 싶다. 이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 Vanden Plas는 지금처럼 프로그레시브 메탈씬에서 유력한 밴드는 아니었다. 이 앨범부터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로서 그들의 진정한 역사가 시작된 만큼, Vanden Plas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작품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Beyond Daylight부터 본격적으로 창작력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 Vanden Plas는 Christ 0에서 빼어난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품성있는 앨범들을 발표해나갔다. The Seraphic Clockwork나 Chronicles of the Immortals: Netherworld (Path One) 또한 명반이라고 봐도 틀린 시각은 아닐 것 같다. 비록 Christ 0만큼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들 작품들에서는 밴드 특유의 응집력있는 컨셉과 극적인 구성, 고전적인 분위기가 일률적으로 관철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보편적인 특징이라고하나 이를 다 갖춘 밴드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Vanden Plas의 위상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밴드의 여덟 번째 앨범인 Chronicles of the Immortals: Netherworld II에서도 이와같은 특징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불멸의 연대기 2편은 1편을 거의 속편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굉장한 내용물을 담고 있다. 다이나믹하면서도 서정적인 전개가 더 선명해지면서 전작보다 더 쉽게 귀에 들어오는 구성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편보다 더 감명깊게 듣기는 했지만 취향에 따라서는 전작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고전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선호한다면 전작에 더 호감을 표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1편에 좀더 가까운 편이지만, 2편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유려한 사운드와 여기에 제대로 힘을 받은 Andy Kuntz의 호소력짙은 보이스가 유독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보컬로서의 표현력은 Dream Theater의 James LaBrie나 Kamelot의 Roy Khan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진 않을 것이다. 여성 보컬과 듀엣으로 부르는 Blood of Eden은 Andy Kuntz의 매력을 절절히 드러내는 명트랙이 아닐 수 없다. 가히 이 앨범의 백미라 할 만하겠다.
본작을 접하고나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관된 스토리를 가진 컨셉 앨범을 굳이 나눠놓았다는 점이다. 사운드 상에선 일정부분 차이가 엿보이긴 하지만 유기성 강한 Vanden Plas의 작품을 억지로 쪼개놓았다는 사실이 영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 아마도 앨범 완성도를 전해하는 분할을 밴드 본인들이 직접 레코드사에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두 앨범의 발표시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에 밴드는 애시당초 더블 앨범을 구상했으나, 상업적 고려를 앞세운 레코드사의 입김이 작용하여 더블 앨범으로 발표해야했을 작품이 나누어진 연유가 아닌가 싶다. 만약 그랬다면 밴드의 팬으로서 레코드사를 원망해야할 크나큰 사유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앨범만 가지고 평가해도 밴드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Christ 0에 비해서 본작이 그리 쳐져 보이진 않는다. 2천년대 중반 이후로 거의 전성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Vanden Plas의 경이적인 역량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비록 한 작품으로 나왔어야 할 작품이 분할되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출 순 없지만 개개의 곡에 집중하든, 잘 짜여진 컨셉에 의미를 부여하든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으로서 Chronicles of the Immortals: Netherworld II 씬 내를 대표할 만한 굴지의 작품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Christ 0에 필적하는 역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거듭 양산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량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상징하는 Dream Theater와 거의 같은 레벨이라 여기고 있다. 요근래에는 Dream Theater가 기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삼 Vanden Plas에게 더 눈길이 가고 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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