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Ring of Power Review

Band	Unholy
Album	The Second Ring of Power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August 25, 1994
Genres	Death Doom Metal
Labels	Avantgarde Music
Length	53:44
Ranked	#84 for 1994 , #5,139 all-time

Reviewer :  necrolust         Rating :  90 / 100

컬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밴드의 컬트적인 앨범. 첫 앨범 From the shadows 때부터 특유의 스산하고 시커먼 분위기와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두 번째 앨범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구축했습니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앞으로도 들어볼 수 없을 것 같은 독특함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데쓰-둠 사운드의 구축법을 가지고 특유의 찍어누르는 무게감을 강조하며 기괴한 리프를 사방에 둘러놓고, 정신분열적 음계와 기괴한 키보드 사운드로 치장하여 청자에게 혼돈을 안겨주는 사운드입니다. 3번 트랙 Lady Babylon에서 전면에 나서는 여성보컬조차 일반적인 고딕-둠에서의 용법과는 판이하게 다른, 얼음장처럼 차갑고 주술적인 느낌입니다. 이러한 사운드적 특이성 때문인지 이들의 음악은 아방가르드 둠 내지 싸이코 둠 (물론 정식적인 장르의 구분은 아닙니다) 정도로 표현되고 있는데, 아방가르드 라는 용어가 함의하는 복잡성을 회피하면서 이들의 사운드를 좀 더 정직하게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후자가 더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 독특한 나머지 그렇게 인기는 없었던듯 하고, 그래서 이 앨범에서 해체한 후 3번째 앨범 Rapture로 복귀한 후 4번째 앨범 Gracefallen을 끝으로 잠정적 해체에 이르게 된 이들이지만, 비록 이들이 인기가 없었을 지라도 이 앨범의 사운드는 고통스럽게 듣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끔찍한 장면을 보고 나면 계속 생각이 나고, 심지어 한 번씩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심리라고 해야할까요. 게다가 이 앨범은 첫 앨범과 같은 궤를 이루고 있지만 사운드 측면에서 완성도가 좀 더 앞서고, 재결성 이후 3집부터는 또 이 느낌이 안나거든요. 핀란드 둠메틀의 송가(?)인 4번 트랙 Neverending day와 6번 트랙 Procession of Black Doom, 이들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얼음장같은 아름다움과 서정미를 보여주는 3번 트랙 Lady Babylon, 5번 트랙 Dreamside, 정말 싸이코틱해서 스탑 버튼에 손이 가기 때문에 사실상 아웃트로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9번 트랙 Serious Personality Disturbance and Deep Anxiety 까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끊임없이 선사하는 앨범입니다. 끔찍한 악몽에 온몸이 땀에 젖어 깨었을 때의 느낌처럼, 이 앨범은 일단 듣고 나면 이따금 기억의 저편에서 저마다의 불쾌한 인상을 생생히 재생시켜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