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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 (隱棲) Review

Jambinai - 은서 (隱棲)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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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 (隱棲)

Type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GenresAtmospheric Sludge Metal, Post-Metal, Post-Rock, Korean Folk Music
Length47:07
Album rating :  90 / 100
Votes :  2  (1 review)
Reviewer :  level 14         Rating :  95 / 100
지난 6월 말 운 좋게도 잠비나이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잠비나이만이 가지고 있는 힘과 매력을 더욱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한’의 정서나 아니면 최근에 주목받은 이날치 같은 경우의 ‘흥’과 같은 요소들을 차용한 퓨전 국악 아티스트와 달리 잠비나이의 경우 음악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뿌리부터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잠비나이의 2집 ‘은서’에서 이러한 잠비나이의 특색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보는데, 그것은 바로 우울함이나 분노 등 록/메탈 장르에서 추구되는 특유의 정서적인 요소이다.

포스트 록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분위기나 하드코어/메탈 계열에서 날선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모습 등을 계승한 잠비나이의 음악은 기존의 퓨전 국악으로 분류되던 음악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잠비나이의 음악이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먼저, 그리고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잠비나이의 음악적 뿌리는 국악이 아닌 서양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잠비나이가 단지 기존의 록/메탈 스타일에 전통 악기를 살짝 얹은 수준에 그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전통 악기가 주는 울림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라이브에서도 차분히 앉아서 공연을 진행하고, 곡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악기들 역시 해금, 거문고, 생황 등의 전통 악기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잠비나이의 스타일이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퓨전 국악과도, 기존의 록/메탈 사운드와도 모두 다른 개성 넘치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잠비나이는 이러한 자기만의 특색을 바탕으로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위대한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발매된 잠비나이의 세 앨범들 중 가장 거칠고 어두우며 메탈 음악의 느낌이 강한 2집 ‘은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잠비나이의 작품이며, 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집 ‘차연’과 마찬가지로 거친 앨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1, 2번 트랙 ‘벽장’과 Echo of Creation은 짧고 강렬한 곡 구성으로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을 남겨 준다. 특히 1번 곡 ‘벽장’은 박진감 넘치는 곡 전개와 보컬 이일우의 절규가 더해지며 처음 들었을 당시에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곡이다.

반면 비교적 밝고 정제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곡을 진행시켜 나가는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는 곡의 제목처럼 어두운 앨범 속에서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이 빛나는 트랙이다. 실제로 프론트맨 이일우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곡은 국악계 음악 컨테스트의 서류 및 음원 심사에서 탈락했던 곡이지만, 앨범 발매 이후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곡이라고 한다.

네 번째 곡 무저갱은 잠비나이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가장 독특한 곡일 것이다. 래퍼 이그니토의 특색 있는 목소리가 염세적인 가사와 곡 분위기와 어울리며 실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마치 대취타의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다섯 번째 곡 ‘부디 평안한 여행이 되시길’은 이내 무겁게 짓누르는 전개로 이어지며 웬만한 슬럿지 메탈 못지않은 출력과 무게감을 선사해 준다.

6번째 곡 억겁의 인내에서는 차근차근 쌓아 올려가는 포스트 록적인 스타일이 느껴지면서도, 다음 곡 Naburak에선 잠비나이만의 박진감 넘치는 스타일과 연주 기법이 돋보인다.

마지막 곡 ‘그들은 말이 없다’는 마지막 곡답게 가장 고조된 분위기로 치닫는 곡이다.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 이 곡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던 ‘그들’에 대한 분노를 한껏 표출해내는 곡이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메시지를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곡의 진가는 지난 6월에 본 라이브에서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는데, 접신의 경지에 이르는 듯한 퍼포먼스와 고막을 자극하는 고출력의 사운드 덕분에 앨범 버전을 상회하는 수준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주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잠비나이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절망적이며 거친 앨범이다. 물론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처럼 희망적인 느낌의 곡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프론트맨 이일우의 과거 경력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하드코어/메탈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메탈 리스너라면 이 앨범으로 잠비나이에 입문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비나이가 꾸준히 활동해 오며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정도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에 비해 국내에서 잠비나이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대중적인 관심을 꼭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더 큰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잠비나이는 조용하지만 착실하게 앞으로도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잠비나이는 어느덧 10년 이상 활동해 오며 이제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관계없이 무시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 성장해 왔고, 또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잠비나이의 성공은 독자적인 오리지널리티에서 비롯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독창성이 앞으로도 잠비나이를 더욱 진보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96/100
6 likes
Jambinai - 은서 (隱棲) CD Photo by M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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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ratingvotes
1.벽장3:07-0
2.Echo of Creation4:21-0
3.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7:13-0
4.무저갱7:05-0
5.부디 평안한 여행이 되시길4:29-0
6.억겁의 인내6:58-0
7.Naburak7:30-0
8.그들은 말이 없다6:24-0

Line-up (members)

  • 이일우 (Lee Ilwoo) : 생황(sanghwang), Guitar, 피리(piri), 태평소(taepyoungso)
  • 김보미 (Kim Bomi) : 해금(haegeum), Triangle
  • 심은용 (Shim Eunyong) : 거문고(geomungo)
10,037 reviews
ONDA
level 14 MMSA   90/100
Aug 20, 2019       Likes :  10
‘한국판 OOO'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국내 록/메탈 밴드들에게 가장 흔히 뒤따른 수식어 중 하나는 일명 ‘한국판 OOO', 즉 해외 유명 밴드의 사운드를 현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대개 세계 굴지의 밴드들에 맞먹는 음악을 국내에서도 구축했다는 칭찬으로... Read More
은서 (隱棲)
▶  은서 (隱棲) Review (2016)
level 14 MMSA   95/100
Aug 31, 2021       Likes :  6
지난 6월 말 운 좋게도 잠비나이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잠비나이만이 가지고 있는 힘과 매력을 더욱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한’의 정서나 아니면 최근에 주목받은 이날치 같은 경우의 ‘흥’과 같은 요소들을 차용한 퓨전 국악 아티스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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