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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wer Review

Vulture Industries - The Tower
Band
Albumpreview 

The Tower

Type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GenresAvant-garde Black Metal
LabelsSeason of Mist
Album rating :  92.5 / 100
Votes :  2  (1 review)
Reviewer :  level 14         Rating :  95 / 100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

노르웨이의 밴드 Vulture Industries는 Dead Rose Garden이라는 고딕 록 밴드로 출발하였고, 2003년에 라인업 및 밴드명을 변경한 뒤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Vulture Industries라는 이름은 자기 자신의 시체를 뜯어먹는 산업화된 세계에 대한 비유라고 한다.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은 아방가르드/프로그레시브 메탈로 분류되지만, 밴드의 프론트맨 Bjørnar E. Nilsen에 따르면 그들은 한 번도 ‘아방가르드함’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이들의 음악은 장르적 특징에 구속받지 않는 다른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장르라는 틀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자기들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경우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이란 무엇인가? 물론 이들의 음악에서 워낙 다양한 스타일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단번에 정의를 내리는 것은 힘들고 반드시 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Arcturus에 고전적이고 극적인 느낌을 더해 마치 스팀펑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들의 음악은 Devil Doll의 극적인 구성과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론트맨 Bjørnar는 Devil Doll의 Mr. Doctor가 자신의 우상 중 하나라고 밝혔으며 심지어 이 앨범 The Tower를 Mr. Doctor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Mr. Doctor는 이 앨범을 호평하며 이들을 격려해 주었고, 본작에 수록된 Devil Doll의 Eliogabalus와 Sacrilegium의 일부를 커버하고 편곡한 Blood Don't Eliogabalus에 대해서도 좋은 감상평을 남겨 주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들의 3집 The Tower는 발매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이들의 명성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이 앨범을 발매한 뒤 이전보다 더 활발한 투어 활동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4집 Stranger Times의 제작이 지연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2017년 발매된 Stranger Times 역시 The Tower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싶기에 이들에게 이 작품이 지니는 가치는 무척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의 테마는 우리 인간이 탄생시킨 현대 자본주의 사회, 즉 ‘The Tower’에 대한 풍자적인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회라는 탑은 멀리서 보면 흉측하게 뒤틀려 있지만, 이 탑에 이끌려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계단을 오를수록 탑의 부조리함에 점차 동화되어 간다는 것이 밴드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라고 비판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회라는 탑 안에 갇혀 탑을 오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들의 말에는 뼈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곡이자 타이틀곡 The Tower는 색소폰이 더해진 강렬한 인트로로 관심을 끌고, 곧이어 밴드의 가장 큰 특색 중 하나인 멋들어지는 보컬과 역동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또한 분위기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드라마틱한 곡 전개와 탑의 정상으로 치닫는 곡의 클라이맥스가 마음을 사로잡는 킬링 트랙이었다. 탐욕스러운 사회를 탑에 비유한 가사 또한 앨범의 테마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특히 탑의 다섯 개의 규칙 부분이 가사나 음악적으로 모두 인상적이다.

Rule number 1
Each man is what he owns
Whether or not one truly exists is a question of having things
Rule number 2
Things have purpose while the only purpose of flesh is to possess them
Rule number 3
What one does not possess it is mandatory to land
Rule number 4
The bond is the marrow of your bones
Rule number 5
Debt is inherent and the birthright of the young

이처럼 직설적인 비유를 통해 자본에 의해 지배되며 인간은 도구화되고 소외되는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고, 가사의 나머지 부분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Why did we build it?
Because they hate us.
Why do they hate us?
Because we built it.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우리 인간이 스스로 만든 사회에 대한 자조적인 비판을 담은 면모는 개인적으로 N.EX.T의 세계의 문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두 번째 곡 Divine - Appalling에선 좀 더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곡을 시작하며, 이 곡에서도 절묘한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역시나 보컬의 독특한 음색이 인상적이며 기타 리프와 키보드 멜로디 또한 수준급이었다.

10분 가까이 되는 대곡 The Hound는 개인적으로 앨범 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곡이다. 이 곡은 탑의 정상 아래를 지키고 있는 한 늙은 사냥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는 퇴물로 전락하여 잊히고 있는 사회 속의 개인 혹은 집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곡에서는 보컬 Bjørnar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며 마치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와 연기를 함께하는 느낌을 준다. 또한 좀 더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곡의 전개에서 극적인 면모를 중시하는 이들의 스타일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죽어가는 사냥개의 마지막 울부짖음을 담아내는 것만 같은 곡의 클라이맥스와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반면 네 번째 곡 Blood on the Trail에선 업 템포로 보다 격렬해진 진행을 보여주고, 캐치한 코러스로 흥을 더한다. 키보드와 기타 솔로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며 전반적으로 내달리는 분위기 속에서 곡을 마무리한다.

짤막한 발라드풍의 곡 The Dead Won't Mind는 재즈의 느낌도 일부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보컬이 곡을 이끌어가며, 헌신짝처럼 쓰고 버려지는 ‘시체’들을 다룬 섬뜩한 가사도 기억에 남는다.

이전 곡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A Knife Between Us는 고전적인 느낌의 건반의 울림과 3박자 리듬이 두드러지다가도 급격히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예측불허의 곡 진행 속에서 자유자재로 대응하는 보컬의 역량이 인상적이다.

일곱 번째 곡 The Pulse of Bliss에서는 조금 더 멜로디가 강조되며 앞서 보여준 극적이고 다채로운 곡 전개 또한 등장한다. 특히 보컬 멜로디가 매력적이고 곡 자체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았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Sleepwalkers에선 잠깐이지만 찢어지는 하쉬 보컬이 등장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앨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듯 고조되는 곡 후반부의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잔잔하지만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곡 Lost Among Liars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잘 드러나는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다. 역시나 곡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보컬이 곡을 주도해 나가며 서서히 연착륙을 하듯 앨범을 마무리 지었다.

보너스 트랙 Blood Don't Eliogabalus는 이들의 1집 수록곡 Blood Don't Flow Streamlined와 Devil Doll의 Eliogabalus와 Sacrilegium의 일부분을 커버하여 결합시킨 곡이다. 이 곡을 처음 들을 때 곡명을 보고 설마 했었다가 진짜로 Eliogabalus와 Sacrilegium의 일부분이 갑작스럽게 나와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사실상 짜깁기임에도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유명한 Mr. Doctor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특색 있는 커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 앨범은 어둡고 극적인 분위기와 드라마틱한 구성을 통해 탄생한 이들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보컬 Bjørnar의 독특한 음색과 창법이 이들만의 스타일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Arcturus의 전 보컬 Kristoffer Rygg과 유사하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뮤지컬 내지는 연극 느낌을 살리며 마치 Mr. Doctor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가사에 고전적인 느낌을 더해 만들어낸 스팀펑크적인 스타일은 이들만의 특별한 장점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은 Arcturus, (후기)Enslaved, Solefald, Faith No More 등 이들의 선배 격인 밴드들과 비교해 봐도 뒤지지 않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방가르드라는 수식어(비록 밴드는 부정하지만 편의상)가 붙은 것에 비해 그다지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곡 구성으로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한 시간 이상 달하는 분량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간다. 작곡이나 연주 면에 있어서도 나름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며, 거칠고 강렬하게 고조되는 느낌이나 우중충하게 내려앉은 느낌을 오가는 탁월한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건반, 색소폰, 하모니카 등의 다양한 악기의 적절한 활용도 이들의 특색을 더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프로듀싱 장인 Jens Bogren과 Enslaved의 멤버였던 Herbrand Larsen가 참여한 믹싱 및 마스터링 또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추가로 커버 아트 및 디자인을 담당한 Costin Chioreanu 또한 앨범의 색과 딱 맞아떨어지는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뚜렷한 특색과 매력을 갖춘 2010년대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보적인 최고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들만의 컨셉, 분위기, 음악은 무척 매력적인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익스트림 메탈의 색채가 비교적 강했던 1, 2집이나 메탈의 색채가 조금 더 빠진 4집 사이에 있는 이 앨범이 가장 적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좀 더 특색 있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맛보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이들은 2017년 4집 Stranger Times, 2019년 싱글 Deeper 발매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들 또한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과 LP 재발매 등을 통해 가능한 선에서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1집 이후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오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개척해온 이들의 행보가 과연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기대해 본다.

96/100
8 likes
Vulture Industries - The Tower CD Photo by M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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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ratingvotes
1.The Tower1001
2.Divine - Appalling951
3.The Hound1001
4.Blood on the Trail951
5.The Dead Won't Mind901
6.A Knife Between Us901
7.The Pulse of Bliss901
8.Sleepwalkers901
9.Lost Among Liars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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