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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7 기븐
Date :  2009-09-30 17:58
Hits :  8962

나영이 사건에 관한 생각

저번에 이상한 글 올려서 하도 욕먹었는데 또 이런 글 쓰니까 좀 거시기합니다만, 그냥 아주 간단하게 써 봅니다.

방금 네이버 뉴스에 뜬 나영이 사건 관련 보도를 봤습니다.

쭉 보니까, 아동 성폭행범이라는 파렴치한 범인에게, 그것도 피해자는 영구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데 고작 징역 12년이라는 "약한" 형벌을 선고한 것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거 같더군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약간 좀 의문입니다.

제가 현재 법학과 1학년인데, 비록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형법이라는 게 단순히 "복수"라는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각종 범죄에 대한 말도 안 되는(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각종 형벌을 보고 너무 괴로워서 잠도 못 자고 "과연 정의란 있는가" 하는 생각이나 하면서 지내곤 했습니다.

그때는 물론 법이 뭔지도 정확하게 잘 몰랐고, 그저 단순히 국가에서 형법이라는 걸 만든 이유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독재국가들의 지나치게 강한 형벌을 보고서 "바로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다!" 라고 기뻐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 몇달간 강의를 들어 보니까, 법이라는 게, 그리고 정의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고 일률적인 게 아니라는 게 어렴풋이 감이 잡히네요.

전 솔직히 아직 1학년이고 형법총론은 이제 겨우 시작한지라 이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여러 현상들(각종 범죄들과 대법원 판례들), 그리고 제가 어렴풋이나마 이해한 교과서의 개념들을 보면 12년형이라는 게 아주 말도 안되는 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배운 것 중에 하나만, 사실 완전하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어쨋든 말하자면, 형법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보장적 기능과 보호적 기능이 있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보호적 기능은 우리가 익히 아는 "불법으로부터 일반 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 이고, 보장적 기능은 "국가 권력의 행사로부터 범죄자와 일반 시민을 보장하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범죄인의 마그나 카르타"라고도 하네요.

그니까, 형법이라는 건 일반 국민의 법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가 사법권의 오/남용을 규제하는 역할도 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론적으로 보호적 기능보다 더 중요시되는 형법의 기능이 바로 이 보장적 기능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단순히 "저놈 때려죽일 놈이니까" 엄청 무거운 형벌을 가하는 건 원시적 독재국가나 가능한 일이지, 법치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입니다.

또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게, 민사소송이 있다는 겁니다.

지금 범죄인에게 형벌을 부과한 건 형법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건 민법입니다.

지금 민사소송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이번 사건에서 범죄자는 피해자에게 평생의 장애에 대한, 그리고 위자료까지 포함해서 막대한 손해 배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여튼, 법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비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니까, 법학 전공한 사람이, 혹은 전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교양수업으로서, 아니면 하다못해 간단한 독서를 통해 법학에 대해 알아본 사람이 이렇게도 없을까 생각하니까 다소 의문입니다.



* 저는 법학 관련 각종 수업을 들으면서도 한 가지 의문인게, 과연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입니다. 법이 과연 정의실현이라는 걸 할 수는 있는 것인지, 그게 가장 큰 의문입니다. 법은 무조건 사후처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살인을 했을 때, 법은 그 살인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그저, 범죄인을 경찰이 검거하면 그를 재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제가 그리 좋지 않은 머리를 이용하여 생각한 바로는, 결국 각종 불법 행위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건 자기 자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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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Hellford     2009-09-30 18:02
이 판결 있고나서 그저 비난뿐이어서 이런 글은 처음 봤네요. 잘 읽었습니다.
level 9 LaClayne     2009-09-30 18:22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란 말이 있죠. 도덕적으로 모든 사람이 산다면 법이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겠죠. 법의 사후처리적 성격은 이런 것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테고요. 이번 사건의 경우 범행 당사자가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상태에서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를 했다는 건 만민의 공분을 사는 것이고, 사람들이 대게 모여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대게의 경우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4대강 삽질이나 미디어법 통과 시키지 말고, 미성년자 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형법 개정이나 좀 했으면 좋겠네요.
level 6 KimiRaikkonen     2009-09-30 19:13
무기징역->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7년 이상 15년 이하)이더군요. 강간치상의 최고형은 무기징역이고 법적으로 심신미약은 감형하게 되어있으니 저 판결이 '법적으로' 거의 최대한의 형벌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분노는 풀리지 않을 것 같네요. 그리고 민사소송을 걸어도 가해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기 때문에 배상금은 그다지 많이 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법이 사적 복수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까진 알겠는데...형법에 공적 복수의 의미가 있지 않나요? 아예 없는 건가요? 그리고 이번 범인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받았는데, 이 점에 대해서 분노가 집중되고 있는 듯하고요. 아마 무기로 나왔다면 분노가 약간은 덜했을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법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의외로 의사분들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안 좋게 보시더군요.

찢어죽일 놈이라고 해서 찢어죽이는 제도를 만들면 안 된다는 거야 다들 아시겠지만... 논리는 현실 앞에서는 무력해지지요...-_-

p.s 우리나라는 판례가 중요하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판결하는 일이 많고, 특히 성폭행의 경우 황당한 판결이 많아서 사법부가 신뢰를 잃은 것도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강간치상의 경우 기껏해야 3~5년, 그나마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더군요. 얼마 전에 장애인인 가족을 윤간한 놈들을 '키운 정'을 고려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준 거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_-;;;;;;(판결문 진짜 가관이더군요)
level 14 슬홀     2009-09-30 20:45
법학도의 입장에서는 12년의 형량이란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LaCl님 말씀대로 항소 이것때문에 더욱 흥분한 거 같네요.
level 19 Mefisto     2009-09-30 22:59
와우! 이번글은 저와 생각이 같으시네요. 제가 좀 이상한건가...(농담입니다 ㅎㅎ) '형법이라는 게 단순히 "복수"라는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습니다'고 하셨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형법의 개념을 복수의 개념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level 4 jackass     2009-10-01 13:23
저야 뭐 법대생은 아니고 법과사회 선택잔데요 우리나라는 대륙법국가라 판례가 별로 영향력이 없지 않나요? 판례가 중요한건 영미법에서지 않나요?
level 7 기븐     2009-10-01 13:57
우리나라에서 판례는 법원(法原)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례의 변경은 형벌불소급(刑罰不遡及)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온 거구요. 근데 한편으로 보면, 제가 방금 예를 들은 것도 "판례"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법학(다시말해 法解釋學)을 공부할 때도 최고법원(法院)인 대법원의 해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대법원은 상급심이므로, 하급심에서도 왠만하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판례는 사실상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level 4 Ego     2009-10-01 23:29
...약간 의아하네요.이 '나영이 사건'을 굳이 기븐님처럼 생각해야 하는가가 말이죠.
이 문제는 전문성이나 이성적인 문제를 떠나서,단순히 '생각'만 해봐도 답이 나오는 문제 아닐까요?12년?절대로 부족합니다.사형관련 이슈들이 많았는데,이제 우리나라도 슬슬 본보기를 보여줄때가 아닌가 싶네요.
level 7 기븐     2009-10-01 23:37
그니까 제 말은, 법이라는게 그렇게 "단순히 '생각'만으로" 다 되는게, 다시 말해서 법관의 자의대로 행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에 형법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그냥 법관이 자기 마음대로 알아서 다 할 수 있다고 친다면, 어느 법관이 12년형을 때릴까요? 30년 40년 정도 때리겠죠.
level 미소거미 [강퇴됨]     2009-10-02 03:34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IP : 121.140.111.165
level 4 jackass     2009-10-02 17:03
ego님 우리나라는 그게 안되는게 죄형법정주의라 판사맘대로 못하고 법이 정한대로 해야 되서요 특히 형사소송에서는요 법을 그따구로 만든 국회의원을 욕해야죠 뭐
그리고 미소거미님 좀 그러내요 병신같은 대학이라니 헐. 별 생각 없으시다니 정말 생각 없이 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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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sel / 불변의 진리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