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 Illusion Review

Band	Slayer
Album	Christ Illusion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August 8, 2006
Genres	Thrash Metal
Labels	American Recordings
Length	38:44
Ranked	#69 for 2006 , #2,016 all-time

Reviewer :  romulus         Rating :  74 / 100

사람은 <자기한테 전혀 해를 줄 수 없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경멸하는 본능>과 <자기한테 두려움을 주는 존재한테 알게모르게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메가데스의 호리호리하고 순하게 생긴 마티 프리드만을 보자.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거나 '호감'을 가지는 경우는 있지만 그에게 '충성'까지는 바치지 않는다. 반면에 슬레이어의 오리지널 멤버들에 대해, 수많은 팬들은 칼빵까지 해가며 '충성'을 바친다. 어째서 팬들이 Slayer에게 유독 특별한 충성을 바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Slayer 특유의, 보통 사람들이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악랄한 가사와 이들의 흉악한 인상은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으며, 엄청난 연주실력과 훌륭한 라이브 퍼포먼스는 팬들에게 '경외감'을 주었다. 게다가 그 흔한 '멤버교체도 드러머를 빼놓고는 전무'하다는 점은, 많은 팬들에게 '확고한 충성심'을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때문에 새로 내놓는 음반들이 점점 수준이 낮아지고 있었지만, 팬들이 '충성심'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들은 전성기에 비해서도 전혀 아쉽지 않은, 인기와 영광을 누릴수 있었다.(물론 이들의 예전 음반이 워낙 훌륭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긴 하다.)

이 음반도 '역시' 전성기에 비해 수준이 '낮다.' 한마디로 팬들에게 "우리는 아직 쌩쌩해, 이새끼들아"라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걸로 끝이다. 만약 슬레이어의 팬아 아니었던 사람이 이 음반만 듣고 슬레이어의 팬이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전혀~ 아니다. 단지 예전 골수팬들만 즐겁게 해주는 음반이지 새 팬들을 끌어모으는 음반이 아니다. 이건 마치 펄잼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Yield앨범만 듣고 팬이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침대에 누워서 이 음반 들어봐라. 뒷부분 들으면 잠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예전에 명반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외국 음반 쇼핑몰 가서 상품평을 봐라. "Flesh Storm빼고 전곡이 똑같아요." 라는 충격적인 상품평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말이 헤비메탈 문외한이나 슬레이어의 팬이 아닌 사람들한테서 나온 말이 아니라 '팬들한테서 나온 말'이란 점이다.

나는 이 앨범을 연구(?)하면서 앞으로 슬레이어가 신보를 내더라도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한번 가지게 되었다. 예전의 음반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좋은 선택이지만,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한다. 그 '답습'이란 것도 예전만 못하게 계속 반복만 일삼는 것이라면 결국 팬들을 실망시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