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Register
Free Board
Name :  level 19 Rock'nRolf
Date :  2021-07-31 10:34
Hits :  3235

오래전 이야기 2

2000년대 초중반 몇년은 홍대 공연관람을 정말 많이 갔지요. 제가 알고 지내는 현역 밴드들도 있었고 대부분 후배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고 금, 토요일은 거의 대부분 홍대 신촌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뒷풀이때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밴드들과 안면도 텄구요. 어떤 밴드의 녹음실 공사때는 제가 대학전공이 전기공학인지라 녹음실 전기공사까지 무료로 해주었습니다. 이후로도 수시로 저를 불렀고 찾아다니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었지요. 뮤지션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선후배 관계가 철저한 편입니다.

바로 한살위라도 형님 호칭은 기본이고 나이 한살이라도 더 먹으면 후배들보다 지갑 한번이라도 더 열어야하는 처지입니다. 뭐 물론 다른 모임에서도 그러한 경우는 빈번하겠지만요. 그렇게 저도 지갑 여는데 소홀함이 없이 술값 한푼이라도 더 내주려고 했고 또 실제로도 그리 했지요. 하지만 어느순간 호구가 되어있구나를 느끼게 되었는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여긴다고 했던가요?

"형님, 이번주 공연 있으니 오실거죠? 형님 이번에 우리팀 모임 있는데 오실거죠?" 이런식으로 자주 모임을 가졌죠. 결국 참석하면 찬조형식으로 돈만원이라도 더 내고 와야했고 당시 20대 초반의 이들의 음악학원 제자들이나 후배들은 형님들이 모임의 회비를 찬조해주니 우리는 맨입으로 가도 된다는 식으로 여기더군요. 저에게 하는 말이 "형님! 직장생활하시는 분이 쏘셔야죠. 형님이 좀 더 내주셔야죠." 결국 형님이라는 말은 술값을 더 내는 그러한 존재로 인식이 되고 만겁니다. 그걸 그 후배들이 똑같이 따라하더군요.

그래도 내딴에는 이들이 아직 학생들이고 또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들이니 항상 잘해줘야지 이런 생각을 했고 집에도 불러서 밥이라도 먹이고 술이라도 먹여서 보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호의를 베푸니 결국 그것이 당연하다는듯 만날때마다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자리를 피하기도 했고 때로는 밴드 뮤지션 후배에게 니가 자꾸 그런식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니 쟤네들이 선배들을 술값이나 내는 호구로 알잖아! 이렇게 저도 한마디를 했죠. 돌아오는 대답은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습니까? 뮤지션들 배고픈거 아시잖아요.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요?" 형님같은 분들이 도와주셔야죠.

항상 이런식이었습니다. 과연 술값몇푼 더 내주는게 도와주는 일일까요? 그동안 봤던 공연티켓값은 아무 의미도 없는지... 그리고 공연장에서 파는 CD 구입은? 어느순간 속된말로 빡이 돌더군요. 내가 이런놈들한테 돈을 왜 써야하는지 회의감 마저 들더라구요. 그렇게 2005년 4월에 저의 생일인걸 애들이 알고 찾아오겠다더군요. 현역밴드 기타리스트 두명하고 이들 후배들 몇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제 생일이라 제가 술값정도는 계산할 생각이었지요. 생일이라고 찾아오겠다고 해서 어느 뮤직빠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설마했는데 역시나 다들 빈손으로 오더군요. 그리고 어떤 한놈은 제가 택시비까지 줘서 보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호구가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저것들은 뮤지션들이라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예 빈대 붙는걸 생활화하는 악질들이라는걸 알게 되었죠.

결정적으로 이들을 멀리해야겠다고 한 사건이 2006년 1월에 일어났습니다. 그 악질 후배놈중에 10원한장 안쓰기로 유명한 C.T.H(본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놈이 오랫만에 연락하더니 "형님 오랫만에 뵙고 싶네요. 시간되시면 사당역에서 뵙죠." 그래서 그러자고 약속을 하고 일요일 오후로 시간을 잡았습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하고 있는데 이 자식이 느닷없이 "형님 저 오늘 지갑을 못들고 나와서 한푼도 없어요." 이런말을 하더군요. 역시나.... 순간 빡이 돌아서 한마디 했습니다. "너한테 선배들은 그냥 술이나 사주는 사람들이냐? 너도 나이가 몇갠데 사회생활하는 놈이 아직까지 빈대짓거리냐?" 이랬더니 이자식도 술이 취했는지 " 그깟 술한잔 사면서 형님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이러면서 대들더군요.

이 자식이 술에 좀 취하면 주사가 있는 놈이긴 했습니다. 예전에도 선배들이 그걸 수습하느라 고생한적이 있긴 했거든요. 오죽했으면 "너 또 술주정하면 정말 가만 안둔다. 앞으로 연락하면 죽여버린다." 이말을 듣고 자기 혼자 자책하다 스스로 자결하겠다며 손목까지 칼로 그은 놈이었으니까요. 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너무도 기가 막혀서 입에 담배하나 물려주고 진정시켜 보냈습니다. 더 있다가 제가 이 자식 뺨따귀라도 후릴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 자식하고도 연락을 끊고 그로부터 3년후인 2009년에 다른 후배 결혼식에서 이놈하고 또 조우할수 있었죠. 그때는 제가 이놈을 철저하게 피했습니다. 이놈도 그때 그생각 때문인지 저한테 인사만 하고 멋적다는듯 눈길을 피하더군요.

그로부터 2016년 또다시 내 연락처를 어찌 알았는지 이놈한테 또 연락이 왔지요.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 그동안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동안 술도 끊고 악기도 팔고 음악은 완전히 접었습니다. 다시 뵙고 싶습니다." 이러더군요. 제가 딱 잘라서 한마디만 했죠. " 너를 뭘 믿고 다시 만나냐?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는줄 아냐? 거지새끼도 아니고 아직도 그렇게 선배들한테 빌붙어서 얻어 먹을 궁리만하고 다니지? 너한테 한두번 데인것도 아닌데 내가 널 다시 만나면 정말 사람이 아니지. 그렇게 돈 모아서 집이라도 장만했냐? 한번만 더 연락하면 그땐 내입에서 쌍욕 나간다. 그냥 너 갈길가고 남들한테 폐 끼치지 마라.

간추려서 이야기했는데 사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좋은 추억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쁜 기억이 더 많지요.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수있는 저보다 두살 젊은 데스메탈 밴드 기타리스트는 정말 매너가 좋았습니다. "형님 집도 먼데서 오셨는데 여기 술값은 제가 다 계산할게요.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택시 타고 들어가세요. " 이러면서 새벽에 택시까지 잡아주더군요.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Post   list
level 8 스래쉬     2021-07-31 11:18
ㅋㅋ..예전 홍대 메탈 밴드 말고...직장인 밴드도 그런 사람들 꼭 있더군요...딱 보면 견적 나오기 땜시..
이젠 연락 안하죠~저도..아..할말이 많지만...너무 많아서..ㅎㅎ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1:58
썰을 한번 풀어보세요 같이 공유하죠.^^
level 13 BlueZebra     2021-07-31 12:42
생일날에 빈손으로 온 건 정말 경우가 없네요...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2:59
그 자식도 이제 나이가 40은 됐겠군요. 하여간 골때린 놈이었어요. 자살소동까지 벌였으니 말 다했죠. 이것 말고도 정말 할말 많은데 다음에 몇가지 더 이야기하죠.
level 13 쇽흐     2021-07-31 14:01
철이 없으려니...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다들 너무 경우가 없네요. 돈이 없으면 술을 안 마시면 되는 간단한 이치가 그리 어려울까요;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4:18
생일날 왔던 친구들이 이름만 대면 다 알법한 밴드 멤버들입니다. 밴드명을 밝힐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 인연을 끊다시피 했으니까 저들을 두번 다시 만날일은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국내 뮤지션들과의 인연은 절대 맺지 않으려구요.
level 19 앤더스     2021-07-31 15:15
와 진짜 얼척이 없네요.. 사회생활 매너가 너무 하네요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7:53
지금은 40대가 되어 철이 들었을런지도 모르죠. 아무튼 그 이후로 머리 기른 남자들하고 어지간하면 잘 안 어울리려합니다.
level 7 mantis77     2021-07-31 16:17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꽤나 많을듯 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물주 호구로 여기며 염치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보다도 훨씬 더 많겠죠.

이젠 마음에 상처받은 그 이상으로 좋은분들과
더욱 더 즐거운 추억만 만드시게 되리라 믿슙니돠.

언급하신 그분이 정말 변해서 감동을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텐데. 너무 큰 기대려나요 ㅠㅠ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7:54
정말 인성도 좋고 매너도 좋은 뮤지션들도 많이 만나봤지요. 하지만 결국 반반인것 같더군요.
좋은 사람 반, 매너없고 싸가지 없는 놈들 반.
level 17 댄직     2021-07-31 16:33
3회도 기대됩니다!!!
level 19 Rock'nRolf     2021-07-31 17:54
곧 올리겠습니다.^^
level 10 D.C.Cooper     2021-07-31 21:05
소위 '암 걸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암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ㅠㅠ
level 19 Rock'nRolf     2021-07-31 22:05
아직도 도처에 코로나처럼 그런 사람들 많으니 조심해야해요.ㅎㅎ
level 12 ween74     2021-07-31 21:35
고생 많이 하셨네요~ 앞으로는 좋은 인연만 만드시길^^
level 19 Rock'nRolf     2021-07-31 22:06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니 그런 인연 만드는게 가능하기나 할까요? ㅠㅠ
level 12 ween74     2021-08-01 00:59
이미 만났쟎아요ㅋㅋ 나요ㅎㅎㅎ
level 9 krisiunking     2021-08-01 15:03
저도 젊을때 술도 좋아하고 많이 푸고 다녔는데 남는건 몸만 축났나는거, 지금은 지꼬리 만한 용돈 받고 살고 있어요^^
level 19 Rock'nRolf     2021-08-01 15:15
뮤지션들에게는 그냥 공연이나 봐주고 앨범이나 한장 사주는걸로 끝내야지 그 이상의 관계로 가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NumberTitleNameDateHits
Notice타인의 평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level 21 Eagles2012-07-2718299
Notice앨범 평가 시 평작을 70점으로 설정해 주세요.level 21 Eagles2009-09-1127679
Notice게시판 안내입니다.level 21 Eagles2004-01-1928270
30891파워울프 새 앨범! [1]  level 13 AlternativeMetal3 h ago22
30890집근처(노원)에서 뜬금없이 미니락페(?)가 열리네요 ( 토 / 일 ) [2]  level 7 나꿀벌방송7 h ago106
30889강형욱 입장표명 영상과 Def Leppard [4]  level 11 폴보스타프8 h ago149
30888해피락에서 구입한 시디 도착이요. [5]  level 19 앤더스11 h ago132
30887오늘은 자기 전에 De Mysteriis Dom Sathanas 들어야겠습니다. [1]level 2 꿈까마귀17 h ago129
30886시디 픽업 렌즈 잘 아시는 분 질문드려봅니다. [3]level 19 앤더스19 h ago150
30885메탈 뮤지션좀 찾아주세요! [1]level 3 묵시록23 h ago195
30884갑자기 릴리즈된 BMTH의 Post Human: NeX GEn [4]level 3 HIPnerd2024-05-24157
30883중고4장 [2]  level 3 Progrock822024-05-24200
30882안녕하세요 [5]level 1 bynbun2024-05-24162
30881집에 감금시킨 AC/DC의 브라이언 존슨과 앵거스 영 [5]  level 1 장석조2024-05-23225
30880시디로프트 구매. [12]  level 19 앤더스2024-05-23301
30879다른 분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Obscura [10]level 8 ggerubum2024-05-23309
30878Skid Row 보컬이 또 바뀌었군요 [5]level 6 Route_6662024-05-22407
30877일렉소니엔 기억하는 분 계세요? [2]level 1 voyage14922024-05-22147
30876스콜피온스 앨범 중 제일 인기 없는 eye to eye 듣고 있네요 [8]level 13 metalnrock2024-05-22192
30875스트라이퍼 수육. [8]  level 19 앤더스2024-05-22276
30874Vision Divine 보컬 [8]  level 2 mhzzangga2024-05-22276
30873스티브 바이 vs 조 새트리아니 [2]level 13 소월랑2024-05-22195
30872Galexia - Twice Before (New Single) Check it out and let me know what you think! [4]  level 2 Galexia2024-05-22193
30871최근 듣는 밴드 khirki [4]level 8 루이스2024-05-21190
30870judas priest 2024 앨범까지 다 산 줄 알았는데 빼먹은 앨범이 있었네요 [8]level 13 metalnrock2024-05-21293
30869영어 가사 파파고 번역 [1]  level 2 mhzzangga2024-05-21178
30868나이트 위시 신곡~// [7]level 16 나의 평화2024-05-21305
30867Deafheaven 내한 있네요 [1]level 1 Bluemooni2024-05-21339
30866금연, 금주가 힘들다고요? [8]level 17 Evil Dead2024-05-21409
30865폴린엔젤스 음반 도착입니다. [6]  level 19 앤더스2024-05-20333
30864유명작화를 앨범커버로 할 때 주의해야할 점 (추가) [9]  level 4 모탈컴뱃22024-05-20471
30863김경호 님도 벌써 데뷔 30주년 이네요. [5]  level 6 sbsstars11232024-05-20321
30862찐 바이올린의 Rock Symphonies [4]  level 14 meskwar2024-05-20237
30861가요톱텐에서 속주 갈기는 이현석. [14]level 19 앤더스2024-05-19580
30860EAR TORTURE 4 예매 오픈!  level 4 GORECA2024-05-19187
30859간만의 번개 [14]  level 10 D.C.Cooper2024-05-19380
30858TZOMPANTLI 밴드와 Manifesting Obscenity 새앨범level 2 PixcelDoom2024-05-1996
30857the devil in me full mv, bestie full mvlevel 2 PixcelDoom2024-05-19128
30856요새 듣는 프록 밴드 2개... [8]level 2 jun1635162024-05-19345
30855이곡 무시하십니까~? 앤 소주! [12]  level 19 앤더스2024-05-19286
   
Info / Statistics
Artists : 46,324
Reviews : 10,051
Albums : 166,207
Lyrics : 217,272
Memo Box
view all
서태지 2024-05-23 21:56
간만에 COF - Cruelty and the beast 돌리는 중입니다. 명반 오브 명반입니다 ㅜ
fosel 2024-05-21 22:58
아침은 아직 춥던데;;;;
앤더스 2024-05-21 21:34
이제 여름 준비해야겠네요
fosel 2024-05-20 23:46
슬레이어의 Hell Awaits 떠오르는 밤이다... 안되겠다....한곡 때리고 자야겠다....
jun163516 2024-05-19 19:53
삼겹살에 소주 먹고싶은 저녁이군요 ㅎㅎ
fosel 2024-05-19 00:30
냉삼은 사랑입니다. ㅎㅎ
앤더스 2024-05-13 16:24
하루만 버티면 공휴일이네요~
fosel 2024-05-12 23:21
웰컴 투 월요병;;;;
fosel 2024-05-05 17:05
비 비 비 무슨 3연벙도 아니고....
am55t 2024-05-03 13:12
김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