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발매된 당일에 바로 듣지 않았을까?
선공개된 싱글들은 어느 정도 The Dark Element 같은 느낌을 풍겼기에 그냥저냥 야니가 해오던 음악의 연장선인 적당히 좋은 파워메탈 앨범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까고 보니 30년 가까운 커리어의 총체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린 결과물이었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쨍한 태양빛을 차가운 강물, 또는 폭포수에 한 번 반사시켜 아름답게 부서지는 모습을 녹음기에 담아낸 느낌이다. 사람의 감정 제일 깊은 곳까지 도달해 뒤섞어놓을 수 있는 게 바로 음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깨워준 것이다. 4번과 8번 트랙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듯 앨범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스트 보컬에 따라 곡의 분위기를 이리저리 주무르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밝은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은 물론이고, 어두운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들까지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중하반기에도 기대작들이 쏟아질 테지만, 그들을 들어보기 전에도 이미 의심의 여지 없이 올해 최고의 파워메탈 앨범이다.
ps. 야니 보컬의 팬으로서...10년 만에 그가 온전히 보컬을 맡은 정식 발매곡을 들을 수 있어 기쁘다! ... See More

2집의 헤비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 새로운 접근이 돋보입니다.
메인 송라이터인 Iivo가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노래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Five Finger Death Punch나 I Prevail 같은 코어류 음악과도 어느 정도 유사성이 나타나며, Cyan Kicks 등의 모던 락/메탈에서 차용한 듯한 선명한 신스 사운드가 가미되었습니다.
기존의 심포닉 노선, 2집부터 확연히 드러난 헤비 노선,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모던 사운드 사이에서 앨범 중반부까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역대 아리온의 곡들 중 가장 육중하고 '메탈'릭한 곡인 7번 트랙 I Love To Be Your Enemy가 튀어나옵니다. 이러한 배치가, 이후에도 계속 헤비한 기조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예상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었던 듯싶습니다. 전체적으로 파워 메탈과 멜로딕 데스 메탈이 융합한 것 같다는 평도 있고, 드롭 튜닝으로 무겁게 꽂아내리는 기타 틈에서도 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훌륭한 멜로디는 1집부터 꾸준히 보여준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앨범에서 제일 서사적이고 부드러운 곡들인 8번과 10번 트랙을 마지막에 몰아 배치하면서 중반부까지의 감상과 정확히 반대되는 여운을 남기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자체로는 굉장히 좋게 들었기에 적어도 90점 이상을 주고 싶으나, 언뜻 매너리즘이 느껴지는 듯도 하여 점수를 조금 깎았습니다. 다음 앨범에서도 더욱 진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S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