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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th - Heritage cover art
Artist
Album (2011)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Progressive Rock

Heritage Reviews

  (3)
Reviewer :  level 21   85/100
Date : 
이 앨범 처음 들었을때 별로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나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메킹에서도 앨범 평가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는 국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 앨범에 대해 메탈 팬들은 아우성이다. 데뷔 앨범부터 Opeth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여타 밴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90년대가 낳은 최고의 거장인 Dream Theater조차도 때로는 혹평을 받았던 사실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거의 모든 앨범들이 극찬을 받거나 적어도 좋은 평을 받아왔다. 이 정도면 천하의 Dream Theater도 무색할 정도다. 그만큼 Opeth에 대한 메탈 팬들의 사랑은 동시대의 어떠한 밴드와도 비교자체를 불허했다.

언제나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Opeth에 대한 평가가 처음으로 흔들린 것은 Watershed에서부터이다. Watershed라는 단어의 뜻은 분수령이다. 이 제목을 고려해 봤을 때 이 앨범이 기존의 밴드가 만들어온 음악과 많이 다를 것임은 자명했다. 실제 앨범에는 클린 보컬과 키보드 파트가 늘어나면서 팬들은 점차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Opeth 팬들 중에서는 날선 비판의 칼을 꺼내들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수용했다. 기본적으로 Opeth 특유의 음산한 사운드가 약해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잘 들어보면 과연 Opeth 답다고 할 만한 부분도 있었다. 그들 특유의 작곡력이 전혀 쇠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평가가 늘기는 했지만 Ghost Reveries에 비교해 봤을 때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앨범은 제목처럼 분수령일 뿐이었다.

문제는 Watershed 이후에 나올 앨범이었다. Heritage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팬들이 충격 받았는데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host Reveries에서부터 이미 Opeth는 강성 Death Metal 사운드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Watershed에서 그러한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다음 앨범에서 더 힘을 뺀 사운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쉬이 예측할 수 있었다. 거기에 Opeth는 라이브 무대에서 계속해서 그로울링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빈도가 늘어났다.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할지 예측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클지는 밴드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Heritage가 예측 불허한 점은 바로 이점이었다. Ghost Reveries에서 Watershed로의 변화와 Watershed에서 Heritage로의 변화의 차이는 정말 천지차이다.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사운드는 거의 탈메탈화이다. 메탈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peth의 음악의 구성 성분이 주요소가 Progressive Metal과 Death Metal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그 절반을 부정해 버린 것이다. 앨범 제목은 '유산' 이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산의 절반은 부정되어 버렸다.

앨범에서 Metal적인 요소와 그로울링을 빼고 나니 마치 70년대 Progressive Rock처럼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Mikael Åkerfeldt가 존경해 마지 않던 Camel이나 70년대 밴드 가운데 가장 실험을 많이 했던 King Crimson과 닮아있다. 멜로트론이 많이 사용된 사실도 그렇고 왠지 기타 연주 자체가 Robert Fripp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사운드이니 메탈 팬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처음 이 앨범 들었을 때는 Opeth의 이번 변화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앨범을 처음 샀을 때 몇 번을 듣고 나서는 거의 2년 넘도록 방치해 두었다. 처음 샀을 때를 상기하며 다시 들어보니 그래도 Opeth구나하고 새삼 감탄도 해본다. 구성 부분의 탁월함이 어디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좋은 메탈 앨범은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저 좋은 음악일 뿐이다. 아마 이 부분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메탈 팬들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 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Opeth는 좋은 싫든 변화했고 앞으로 이 노선이 바뀔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Mikael Åkerfeldt는 이미 더이상 익스트림 메탈에 흥미를 잃었다고 천명한 만큼 Opeth가 과거 스타일의 과격한 음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좀더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게 좋지 않을까도 싶다. Opeth는 결코 형편없는 음악을 만들어낸게 아니다. 단지 기존의 음악과 다른 음악을 가져온 것이다. 편견없이 이 앨범을 듣는다면 충분히 좋아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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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6   90/100
Date : 
<소리의 뼈>

Opeth의 2011년작은 2008년 Watershed부터 감지되던 변화를 수면상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기존에 Opeth가 보여주던 육중한 데스메탈의 리프와 그로울링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멜로트론의 은은함과 블루지한 기타 톤이 주요소로 격상되는데, 이것은 마치 그들이 추구해오던 음악적 형태에서 살이 떨어져나가고 간소하게 뼈대만 남은 느낌을 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전의 무겁고 농도 깊은 멜랑콜리함에서 벗어나 다소 가볍고 은은한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다. 본작을 제 2의 Damnation으로 볼 수 없는 것 또한 분위기 상 무겁고 가벼운 느낌을 차이를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Heritage'는 2011년 전에 발표한 Opeth의 작품을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상법을 요구한다.

Opeth의 골수팬들이 가장 당황하고 부정적인 멘트를 남겼겠지만, 역설적으로 Heritage에는 Opeth를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예를 들면 기존 Opeth의 음악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타와 베이스의 잔음, 그리고 Ghost Reveries에서 부터 그 잔음을 일정부분 대신하게 된 키보드와 멜로트론 사운드는 실상 Opeth의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Heritage에서도 여전히 작곡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다만 키보드와 멜로트론이 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새로운 방법을 중시하는 이른바 '전복'적인 작곡 방식은 이전의 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Nepenthe에서 Häxprocess으로 이어지는 앨범의 중간 파트는 그야말로 키보드와 멜로트론만이 수면위로 넘실거리고 사라지는 음(音)의 바다라고 묘사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전복적인 방식은 기타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요소를 강조시킨 방법의 차이일 뿐,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전의 음악과 뼛속부터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소리에 대한 일종의 연구가 있다는 것도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에 Opeth가 소리위에 여러 소리를 덧입히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Blackwater Park를 여러 소리를 합쳐서 만든 '새로운 하나의 소리'이라고 평가한다면 반대로 Heritage는 뭉쳐있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개의 트랙들이 다 어딘가 비어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소리를 하나하나 떼어놓으면서 악기가 가진 고유한 질감이 잘 살아나는 것은 본작이 가진 최대의 메리트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이전의 음악과는 다르지만, Opeth를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러한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차이들을 받아들이는 심정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글을 적는 나는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본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소리의 뼈', 즉 가장 기본적인 소리의 근본이야 말로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하나의 유산(Heritage)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Heritage는 예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던 '음'에 대한 Opeth식의 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몇 팬들이 Pink Floyd나 King Crimson을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말(조금 불평도 섞인 것 같은)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bgimian.egloos.com/1768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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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5   90/100
Date : 
2005년 Ghost Reveries를 기점으로 키보드 사운드를 확장한 밴드의 노선이 여기까지 흘러왔다. 전작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마이클의 광폭한 그로울링이 완전히 거세되고 이른바 Damnation part 2라는 비아냥도 감수할 만한 신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멜로트론의 향수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어쿠스틱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Damnation과는 달리, 본작은 전혀 다른 궤도에 발을 올려놓았다. 헤비메탈 사운드에서 거의 벗어나 조만간 괴작의 칭호를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애초에 밴드에서 들려주던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대신, 더 멜랑꼴리하거나 대놓고 고독한 분위기를 혹은 밝은 분위기를 펼쳐놓았는데, 기존의 팬들 (Blackwater Park이전이든 그 이후이든)에게 있어서는 '미친 반전' 이 아닐수 없다. 이것을 그들만의 개성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본작을 듣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나, 예전의 사운드를 어느정도 회복하고 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재각인시킨 Dream Theater를 생각하면 본작이 씁쓸하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터. 프로모션으로 공개된 싱글 The Devil's Orchard는 그나마 디스토션이 끈적하게 달라붙은데다가 테크니션을 자랑하는 리프를 선사해주었지만, 일단 블루스 톤 혹은 거의 생 톤에 가까운 날것의 사운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기에는 탁월할지 몰라도 예전의 음울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한층 더 발전한 미카엘의 클린보컬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밴드 특유의 특이한 화음 구성과 어울리는 곡의 전개에서 전작의 Porcelain Heart에서 느꼈던 그 감성을 다시 찾아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실 싱글 곡이 지나면 디오에게 헌정하는 Slither의 중반부에서 파워메탈적인 리프와 리듬진행을 듣는 아스트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딱히 킬링트랙은 찾기 어려우나, Nepenthe 중반에 흘러 나오는 끈적한 기타 솔로라든지, 후반부 트랙인 Famine의 구성 변화에서 두드러지는 기타애드립, The Lines in My Hand 후반의 하드락적인 필링, Folklore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전개에서 프로그레시브적인 오페스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인상적일 수 있는 곡은 마지막 연주곡인 Marrow of the Earth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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