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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 Obliviscaris - Portal of I cover art
Artist
Album (2012)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Progressive Metal, Melodic Black Metal

Portal of I Reviews

  (9)
Reviewer :  level 3   100/100
Date : 
Tapestry of the Starless Abstract. 붉은 물감이 파도치듯, 밀려들어오는 트레몰로와 블래스트비트가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심연 그 자체를 귓속으로 전달하는 그로울링과 초현실적으로 울어대는 바이올린 그리고 이 분 간의 고요. 깊은 바다와 세이렌들, 침몰 그리고 낙원에 대한 묘사. 우리 모두의 마음 한 켠에 존재하는 어두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

Xenoflux. '낮선 흐름'. 비장하게 요동치는 초반부, 바이올린과 베이스가 잔잔히 춤추며 분위기를 천천히 쌓아나가는 중반부 그리고 밤하늘을 향해 격렬히 솟구치며 승천하는 후반부. 우주적 낮섦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믿음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

Of the Leper Butterflies. 우아한 기타와 베이스의 소리 위 춤추는 노란 빛의 나비들, 뒤이어 폭발하는 그로울링과 클린 보컬. 밝은 빛의 혼돈을 연상케 하는 곡의 분위기는 그 가사의 주제ㅡ고통과 절망 없이는 행복과 기쁨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역설적인 대립ㅡ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Forget Not. 이 앨범의 심장. 죽은 자들에 대한 장송곡이자, 그들이 우리 산 자들의 삶에 남긴 빛나는 것들에 대한 찬가.

And Plague Flowers the Kaleidoscope. 재즈의 영향을 받은 도입부. 일렉기타의 밀물 뒤에 보컬과 바이올린이 서로 주고받으며 진행되고 뒤이어 심장 박동을 연상케 하는 비트 위를 물들이는 강렬한 그로울링. 기타 솔로 후 초반부의 재현 그리고 곡의 끝.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비로소 피어나는 인간의 진실된 색깔들에 대한 이야기, 그만큼 많은 색깔들을 가진 음악.

As Icicles Fall. 겨울의 도래와 종말의 시작. 흩날리는 눈발은 쓸쓸한 멜로디와 함께 점점 격렬해지고 다양한 색깔들은 이제 눈보라가 되어 몰아친다. 시들어가고 죽어가는 대자연. 인류의 탐욕에 대한 경고.

Of Petrichor Weaves Black Noise. 외로운 아르페지오를 읊조리는 기타와 함께 시작되는 마지막 노래. 바이올린의 비장한 울음소리.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요동친다. 무너져내리는 세계, 쏟아지는 빗속에 마침내 모든 악기들이 한데 모여 단 한 번의 마지막 연주를 행한다.
그리고 정적.
잿더미가 된 세계 위로 다시 떠오르는 태양. 희미한 빛을 바라보며 꿈을 노래한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우리 삶의 찬란한 순간들, 그리고 그것을 추억할 때에 우리를 감싸는,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에 대한 노래.

내 인생 최고의 앨범이다. 지금껏 들어본 음악들 중 내게 Of Petrichor Weaves Black Noise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수준의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 작품은, 심지어 클래식에서조차도, 쇼팽 발라드 4번 외에는 없었다.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ㅡNe Obliviscaris를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 약 1년 반의 시간 동안 내 마음 속에서 줄곧 유지된 생각이다. 이들의 다른 앨범들 또한 전율적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Portal of I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동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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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2   75/100
Date : 
2년전, Ne Obliviscaris라는 밴드의 데뷔앨범 Portal of I 가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메킹에 나타났을때 아무리 들어도 귀에 꽂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레시브 계열이 잘 안맞는게 가장 큰 원인일듯 함). 반면에 다른분들의 평은 너무나도 좋았기에, 감히 점수를 낮게 메길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냥 지나버린 한 인기있는 밴드로 치부했다. 그러다 올 2집발매로 다시 메킹이 후끈해진틈을 타서 2집을 듣는데 참 괜찮은 것이다. 아직까진 1집이 잘 안들리지만, 2집을 듣고 들어보니 들을만 하다.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2집이 더 좋다.

(오페스를 듣게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는데, 역시 프로그레시브계열은 내겐 쉽지않은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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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0   95/100
Date : 
요즘 들어서 블랙메탈을 듣기가 상당히 힘들다. 요즈음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블랙메탈은 DSBM이 유행인 것 같고 또 많은 경우에는 멜데스랑 섞이거나 심포닉만 크게 벌려놔서 있어보이는 척만 하는 속 빈 강정같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즉, 순혈주의 블랙들은 너무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고, 현대적인 블랙메탈은 너무 안 블랙스러워서 제대로 된 맛이 안 나는 것 같다 (COF 2집이나 이번 Behemoth 신보인 The Satanist 같은 느낌이 좋은데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들은 본작은 가히 충격적이다. 애초에 프록메탈은 잘 듣지 않던 나인지라 제대로 된 감상평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이 앨범이 주는 충격은 꽤 컸다. 블랙메탈 특유의 맛이 그렇게까지 잘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철저히 블랙메탈스러운 작법에 따라 만들어진 빠르고 사악한 곡들과 그 사이에 묻어나는 오페스적인 완급조절은 블랙과 프록이 만나면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 지 보여주는 듯 했다. 사실 Dimmu Borgir나 COF가 보여줬던 심포닉 블랙의 경우에도 프록성향이 어느 정도는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나,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에서 이를 재현한 것이 본작이라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한 COF 2집과 Dimmu의 Abrahadabra를 적절히 융합시킨 느낌이랄까.

하지만 저 두 앨범과도 차별화되는 부분은 역시 이 밴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는 것이다. 3번 트랙을 제외하고는 장장 10여분에 달하는 곡들이 6곡이나 포진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천재적인 감각은 그것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빠르게 전개되는 곡들 사이에서 교차하는 클린 보컬과 그로울링,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지면서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프록메탈은 가사를 봐야 제 맛이라고들 하지만 영어권 청자가 아닌 나로서는 가사집을 보면서 듣지 않는 한 완전한 리스닝은 불가하기에 이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하려고 한다. 물론 이미 이들의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앨범이기에.

살짝 아쉬운 점은 곡들 중간중간에 보이는 단조로움이다. 비슷한 멜로디와 리프가 여러 곡에서 전개되는 바람에 처음 들었을 때에는 트랙들이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As Icicles Fall은 분위기와 리프 모두 굉장히 이질적이고 특이한 곡이라 저거 하나만 딱 구분이 되었던 것 같고, 그나마 머리에 잘 박힌 건 1번 트랙과 5번 트랙 정도. 4번 5번은 전체적인 느낌만 보자면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곡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앨범이고 좋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일일 것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앨범과 곡의 스타일을 좌우할 뿐이지 리프나 주법, 멜로디가 비슷비슷한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같은 스타일 내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이제 겨우 데뷔앨범을 낸 밴드에게 기대하기에는 상당히 무리한 것 같긴 하다.

후속작이 이제 곧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이들이 천재성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다음 작을 들어야 제대로 평가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이 앨범은 데뷔작 치고는 상당히 훌륭한 앨범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Killing Track : Forget Not, And Plague Flowers the Kaleidoscope
Best Track :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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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21   90/100
Date : 
Emperor와 Cradle of Filth, Dimmu Borgir는 나를 Black Metal의 세계로 인도해준 고마운 밴드들이다. 아마도 이 세 밴드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나는 블랙 메탈이라는 마이너한 장르는 들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흔히 Symphonic Black Metal로 분류되는데, 블랙 메탈의 전파에 있어서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 장르는 외관에 비해 내실은 빈곤한 밴드가 상당히 많다. 개인적으로도 위에서 언급한 세 밴드를 기억하면서 심포닉 블랙 메탈 밴드들을 화려한 찾아나섰지만, 이렇다할 밴드는 거의 발견하질 못했다. 지금도 이 세 밴드외에 꾸준히 듣는 밴드는 Summoning정도 뿐이다. 어느덧 나를 열광시켰던 이 장르에 대한 애정이 차츰 식어갈 무렵, 그때 접했던 밴드가 바로 Ne Obliviscaris였다. 이들의 데모 앨범은 정말 대단해서 나는 이들의 정규앨범이 나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이들을 접한 시점에서 1년이 조금 안되었을 즈음에 데뷔 앨범 Portal of I이 나왔다.

일단 데모 앨범이나 정규 앨범이나 탄탄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달라진 점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프로그레시브화 되었다는 것이다. 데모 앨범은 상당히 서정적이면서도 듣기 수월했던 블랙 메탈 앨범으로 기억하는데, 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Portal of I은 생각보다 귀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나름 Progressive Metal을 들었다고 생각해온 나 역시 이 앨범이 귀에 들어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한번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무서울 정도로 이 앨범에 빠져들게 되었다. 복잡다단한 구조는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어느덧 익숙해지자 이 앨범을 좋아하게된 주요 요소가 되어 버렸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작품 속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바이올린 선율이다. 헤비 메탈에서 클래시컬한 요소를 담당하는 악기의 전면배치는 때로는 작품을 유치하게 하는 부작용도 종종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들은 정말 바이올린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데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이 정도로 잘 활용한 밴드는 3,40여년 전에 활동했던 Kansas를 제외하고는 없지 않을까 싶다. 오랜 기간의 인고 끝에 나온 작품이라는 사실이 잘 전달되고 있다.

Portal of I을 상당한 시간 동안 듣고 이제 두려운 것은 밴드가 이제 슬슬 신보를 낼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씬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데뷔 앨범으로 좋은 의미로 충격을 주었던 밴드들이 소포 징크스로 몰락하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이러한 사례는 메탈씬에서도 흔한 편이다. 아직 신보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걱정을 하는 것은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Portal of I은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심포닉 블랙 메탈에서 이 앨범만한 작품은 Emperor의 In the Nightside Eclipse외에는 없었다. 과연 이 정도 작품을 낸 밴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을 신뢰하기는 하지만, Ne Obliviscaris가 지속적으로 데뷔 앨범 만큼의 수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부디 이 밴드가 명반 한 장만 내고 몰락하는 밴드로 남는 사태가 없기만을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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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9   100/100
Date : 
노래, 특히 메탈 계열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밴드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사회상에 대한 고발, 북받치는 감정의 표출, 인생 철학에 대한 논의, 용을 때려잡고 공주와 결혼하는 (혹은 공주를 때려잡고 용과 결혼하는) 서사적인 줄거리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이야깃거리가 존재하나, 노래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이야기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 이야기가 가리키는 시간의 흐름은 항상 존재해왔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장르는 이런 "이야기"라는 요소에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가사를 통한 서사적인 묘사나 철학적인 고찰을 하는 동시에 작곡과 연주를 통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장르이고, 곡의 길이가 다른 메탈 장르의 곡보다 두배 이상 긴 이유도 다름 아니라 밴드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다 하기 위해서였다. 오죽하면 현대적인 의미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개척한 러쉬(Rush)를 묘사할 때 "이야깃꾼"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겠는가.

Ne Obliviscaris(이하 NeO)라는 밴드를 접한 이들은 트랙의 재생 길이와 프로그레시브 블랙 메탈이라는 장르 구분을 보면서, 재생 버튼을 누르기 직전 위 문단과 비슷한 내용이 무의식적으로 스쳐지나가면서 일종의 기대나 예상 같은 것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예상이 보기 좋게 깨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는 NeO의 노래 대다수가 "노래 = 이야기"라는 공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는 있지만 이야기가 아니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가 그려내는 심상에 더 주목을 하고 있다.

NeO의 가사에는 유독 시각 예술에 대한 연상이 많다. 고야의 이름을 외치고, 아라베스크 문양과 복잡한 태피스트리를 짜고, 눈이 따가운 만화경을 돌리며 바라본다. 화자가 느끼는 춥고 아픈 촉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 신호는 전부 눈으로 본 시각 신호이다. 화자가 직접 행하는 동작은 무언가의 형태를 그리거나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불러오는 행위다. 묘사하는 대상은 종종 현재에 고정되어있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화자가 불러내고 묘사하는 대상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주 불분명하게 제시되어있는데, 의미를 끝까지 파헤쳐야 성이 차는 (영어권) 청자의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동시에, 작사를 담당한 Xenoyr의 말대로 곡 중에서 어떤 묘사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청자 마음대로 상상해보라는 제안으로 간주하면 된다. 클린 보컬과 그로울링/블랙 메탈 보컬을 서로 교차시키고, 쌍기타 체제에 음색이 이질적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바이올린을 집어넣으면서 꽉 차보이는 소리의 배경(사운드스케이프)을 만든 것도 시각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음악으로 추상화를 그리려는 시도다. 호불호가 꽤나 극명하게 갈릴 시도이고 어디까지나 시도인 만큼 늘어지는 부분이 종종 보여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독창성과 배짱, 그리고 자칫하면 있어보이려고 있는 척하기만 할 시도를 듣기 좋게 잘 이끌어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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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6   100/100
Date : 
<하이브리드의 시대>

Ne Obliviscaris의 음악을 설명할 때 꼭 비교되는 밴드들이 있다. 대표격으로 Opeth가 있는데, 두 밴드의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사하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는 복잡하게 짜여진 프로그레시브한 곡 구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끓어오르다가 가라앉는 식의 인상적인 완급조절은 Opeth의 것으로부터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유사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곡을 해부하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10분이 넘어가는 트랙들에서 두 밴드의 특징이 극명히 나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Opeth는 기존에 존재하는 데스메탈과 엠비언트의 주요소에 대한 철저한 음악적 이해와 프로그레시브적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다.(최근에는 90년대 프로그레시브 락적 요소를 실험하기도 했다.) Opeth의 하이브리드 음악은 특유의 감상적이고 음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스마트'한 느낌으로 리스너들의 지적 감각을 돋우는 묘미를 선보이는 것이다.

Ne Obliviscaris는 Opeth와는 다른 유형의 하이브리드다. Opeth가 퍼즐을 맞추듯 여러 음악적 요소를 계산적으로 중첩시키고 강조한다면, Ne Obliviscaris는 좀 더 감각적인 구성의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 이들의 음악에서 유별나다고도 볼 수 있는 '바이올린'은 기타나 보컬과 같은 중요한 세션으로 활동하며 키보드를 대신해 곡의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솔로 파트로 등장해 존재감을 한껏 살리기도 한다. 무작위로 바이올린이 등장하고 바이올린으로 끝맺음되는 과정을 보면 계산되었다기 보다는 어떤 큰 흐름에 맞춰 작곡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적 요소가 상당히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Opeth의 음악보다 감상하기 편한점도 존재한다. 전체적인 연주와 바이올린 중첩되는 부분은 Ne Obliviscaris음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인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데, 물론 이러한 '중첩'이 Opeth와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Ne Obliviscaris쪽이 조금 더 자연스럽고 드라마틱하게 들린다고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Ne Obliviscaris의 음악은 Opeth뿐만 아니라 다른 밴드와도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칭호는 기존의 것에 다른 고유한 것을 접목시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붙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이번 정규1집에 대한 평가를 성공적인 '하이브리드'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음악간의 조합이 무한정해지고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장르를 구분하는 것에도 한계가 생기게 되었다. 매니아적 성향이 강한(그래서 어떤 관점에선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메탈쪽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다만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나타난 몇몇 음악이 많은 리스너들의 귀를 만족시키고 그에 따른 양질의 평가를 이끌어내는 현상은 좋은 것 이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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