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생각해 왔었는데, 알고 보니 옆동네 주인장님이 이미 써 놓은 글에 거의 대부분 다 포함이 되더군요;;
여튼 그것과는 꽤 다른 부분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좀 더 정립해서 블로그에 올릴 생각인데,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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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음악을 포함해서 모든 예술에는 객관적인 면과 주관적인 면이 있습니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그 객체(예술 작품)의 자체 속성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주관적이라는 것은 주체(감상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면으로서의 속성으로 존재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예술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첫번째는 절대적 가치로서 접근하는 부분입니다. 이 경우에는 예술의 주관적인 면을 배제한 채 100% 객관적인 부분만을 놓고 받아들입니다. 이 경우에, 앞으로 설명하게 될 "객관성의 수용력"의 요소는 완전히 배제하고, 온전하게 존재하는 그 객체의 객관적 실체만을 놓고 평가합니다.
두 번째는, 상대적 가치로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실재하는 주체가 음악을 감상하게 되는 그 시점을 놓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 예술작품은 객관적인 면 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면도 포함해서 받아들여집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상대적 가치로서 접근하는 경우를 상정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객관적인 면에 대해 생각해 보죠. 객관적인 부분은 객체의 자체 속성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내적 요소를 말합니다. 이것을 판단하는 근거는 절대적 근거와 개벌적 근거가 있습니다. 절대적 근거는 모든 작품에 다 통용되는 것으로, 저는 이것을 "그것의 깊이"라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깊이라 함은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로서,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동의 정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혹은 (어떤 분께서 전에 말씀하셨는데) "엔트로피의 감소" 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엔트로피는 사실 열역학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이는 무조직 혹은 무질서의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에 의하면, "객관적으로 뛰어난 음악"이란,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즉 자연법칙(무질서의 증가)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높은 음악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개별적 근거는 무엇이냐? 이는 같은 예술이라 해도 그 표현 형태가 다 다른 것을 보고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즉, 각각의 "목적"(혹은 방향성 혹은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라고 해도 됩니다)에 부합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술과 음악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미술 작품이건 좋은 음악 작품이건 간에, 절대적 근거로는 "깊이가 깊은 작품"(혹은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작품)이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이지만, 미술작품과 음악작품은 "목적"(혹은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에 부합하는 개별적 근거로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즉 절대적 근거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고, 개별적 근거는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판단 기준을 말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두 객체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론상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를 정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같은 음악이라도 서로 다른 장르 혹은 서로 다른 목적(예컨대 댄스를 위한 노래도 있고 영화 배경으로 쓰려고 만든 음악도 있습니다)을 가진 두 객체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 저는 "음악"이라는 틀에 적용되는 개별적 근거를 사용해서 충분히 비교가 가능하고, 서로 다른 장르의 문제는 이후에 설명하게 될 주관적인 면에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대적 가치로서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객관적 요소가 있을 때, 주체가 이것을 100% 수용 가능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즉, 어떠한 대상을 100% 인지(혹은 이해)할 수 없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아는 만큼 들린다(혹은 보인다)" 라는 것인데, 예를 들어 베토벤의 어느 음악이 객관적으로 100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상정해 봅시다.(사실 아직 우리에게 이렇게 정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런데 어느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이 있고, 그의 이해력은 10%라고 가정한 다음 이 사람에게 100의 가치가 있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려준다면, 그는 자신이 수용 가능한 10이라는 것만(100의 10%이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 가치로서의 예술의 객관적 면은 이런 식으로 인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이어 설명할 주관적 요소와 결합되어 특정 주체가 특정 객체에 대해 상대적 가치로서 평가하게 합니다.
그럼 이제 주관적인 요소를 알아봅시다. 저는 주관적인 요소에서의 가치평가 기준을 "선호도"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외적인 요소입니다. 이는, 예컨대 내가 클래식을 더 좋아하느냐 재즈를 더 좋아하느냐 하는 장르적인 면도 있고, 특정 멜로디 진행방식을 더 선호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혹은 아예 특정 뮤지션 혹은 특정 밴드 자체를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면, 특정 인물이 잘 생겼다던가 어떤 앨범커버가 더 마음에 든다던가 어떤 앨범이 100만장 팔렸다던가 하는 요소도 모두 포함합니다.
즉, 음악 내적인 요소는 객관적 요소이고, 외적인 요소는 주관적 요소이며, 상대적 가치로서 수용하는 방식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융합하여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이때 가장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과연 어디까지가 내적인 요소고 어디까지가 외적인 요소냐 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는 멜로디 자체를 전부 외적인 요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은 음악 자체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므로 내적 요소로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음질의 문제인데, 이건 아직 솔직히 뚜렷하게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장르를 외적 요소라고 했는데, 이것은 음악이라는 것은 장르 불문하고 궁극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같고, 장르 자체가 내적 요소를 평가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서로 다른 개별적 근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실 제가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자 하는 부분인데, 음악의 서로 다른 목적에 관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외적 요소로 포함하여 주관적인 면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문제점이, 상대적 가치로서 수용할 때는 반드시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을 함께 고려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객관적인 면만을 강조하여 주관적인 면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면을 강조하여 객관적인 면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게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절대적 가치로서 접근하는 것은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이론적인 부분으로, 실제 주체가 음악을 받아들일 때는 상대적 가치로서 접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주관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게 내가 마음에 드는 음악이다. 그러므로 이 음악은 위대하다.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음악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에 드는 음악은 내게 좋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하므로서 객체의 자체적인 내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게 되는 문제를 범하게 되고, 객관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예를 들어, 떡볶이보다 스테이크가 더 객관적으로 뛰어난(훨씬 비싸고,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요리법이 복잡하고, 등등) 음식이므로, 떡볶이를 먹는 것은 매우 무가치하며 미련한 짓이고 모두 스테이크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녀시대와 베토벤을 예로 놓고 보면, 저도 베토벤이 내적 요소로서(객관적으로서) 소녀시대보다 뛰어나다는 것에는 별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을 놓고 "그러므로 베토벤이 가치가 있고 소녀시대는 허접스러운 무가치한 것이므로 모두 소녀시대를 버리고 베토벤을 듣자"라는 것은 주관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한, 앞서 말한 스테이크 비유와 같은 오류입니다.
이것은 음악의 서로 다른 목적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베토벤 음악은 좀 더 위대한 예술적 가치를 느끼고자 깊은 감상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고, 소녀시대 음악은 사람들이 가볍게 듣고 즐기고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이트클럽에서 베토벤 음악을 틀어놓습니까?
이것이 제 주장의 핵심입니다. 이게 해결된다면 저번에 있었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메킹의 다른 회원분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