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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ster - To the Depths, in Degradation cover art
Artist
Album (1994)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Death Metal

To the Depths, in Degradation Reviews

  (2)
Reviewer :  level 20   95/100
Date : 
이1992년에 결성한 미국의 데스메탈 밴드는 1994년 내어놓은 풀렝스 유일작인 To the Depths, in Degradation을 통해 데스메탈이 가지는 주제 중 죽음, 그 후의 추악함, 혹은 일종의 사후의 축축함, 기괴함, 지옥도와도 같은 음침한 사운드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완성시켰다.

트레몰로로 점진적으로 옥죄어오는 리프는 마치 벌거벗은 육체가 가시밭길을 가듯, 혹은 불교의 세계에서 이야기하는 칼로된 산을 오르는 듯 상처내고 아프게 청자를 옭아멘다. 또한 키보드가 가미되어 더욱 더 음산한 가운데 무저갱 속에서 마치 저승의 강 어딘가를 헤메는 듯 한 분위기까지 조성한다.

그 와중에도 죽음의 공포는 거대한 하나의 괴물이 되어 달아나는 영혼들을 잡고 거두어들이니 그 자체로 데스메탈이 가져가는 죽음의 테마를 더욱 심도있게 그려낸 명작이라 할 만 하다.​

이 사운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인물은 아마도 Dario J. Derna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에서 드럼과 키보드, 백킹 보컬을 담당한 이 뮤지션은 -비록 Infester는 이 앨범 To the Depths, in Degradation을 끝으로 해산했을지언정- 원맨 블랙메탈 밴드 Krohm에서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었고 다른 블랙메탈 밴드 Abazagorath에서도 보컬과 키보드를 맡았었다. 또한 다른 데스메탈 밴드 Drawn and Quartered에서 대부분의 앨범에서 드럼을 맡았으며 유명항 퓨네럴 둠/ 데스 메탈밴드인 Evoken에서도 키보드를 맡았으니 그가 생각하고 그려낸 죽음에 대한 묘사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데스메탈을 사실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했고, 또 자세하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명반들을 통해 그 깊이를 알아간다는 것은 최근의 나의 또 다른 활력소이기도 하다. 데스메탈의 이름, 그 주제인 죽음에 대해서 오로지 피칠갑이나 살인만 외치는 앨범보다 그 이면, 혹은 그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음악을 만날 때마다, 꿈 꾸던 앨범들을 재발매로 이렇게 하나하나 채워넣어가는 속에서 "과연 어떤 음반이길래?"라는 의문들이 "역시 명불허전이구나..."하며 귀결될 때마다 뿌듯하기 그지없다.​

다만 이 거대한 악몽, 깨지않는 가위 속에서 영겁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공포감이 음악만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멋진 데스메탈을 넘어 데스메탈이 가진 다양한 하위주제의 또 다른 명품 표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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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ster - To the Depths, in Degradation CD Photo by 똘복이
Reviewer :  level 7   95/100
Date : 
메탈이라는 음악이 갖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철학적 깊이는 타 음악들에 비해 상당한 편인건 자명한 사실이고, 타 장르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죽음, 신화, (고차원적인 관점에서 서술되는) 폭력, 암흑, 혼돈 등의 주제와 속성을 띄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잘못 해석하여 만들면 현실 도피의 치기어린 유치함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증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메탈의 경우에는 뛰어난 음악성과 함께 철학적 깊이를 갖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이들 역시나 메탈의 사상적/음악적 극단을 찍은 하위 장르 중 하나인 데스메탈이고, 특히 이들은 데스메탈이 갖는 죽음의 영역에 대한 혼돈성이라는 거시적인 철학적 틀에서 더욱 미시적으로 넘어가 ‘인간의 타락함’ 과 그에 대한 절정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이들의 음악은 일말의 메탈에서 보여지는 비인간성의 완성이고, 인간 초월의 의지 이전에 인간이 갖는 한계성에 대한 거침없는 일갈이기도 하며, 이러한 인간 비판의 극에 다다른 사상을 극단중의 극단에 다다른 데스메탈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전반적으로 딱 들어보면 ‘괴물’ 이 연상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괴물일 수도 있지만 더 적절한 비유는 바로 ‘인간 내면에 있는’ 괴물을 끌어내는 것이다. 특히나 브루탈 데스메탈 수준으로 극저음의 그로울링을 구사하는 보컬은 이런 비인간성과 인간 비판의 대변인으로써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데, 심하게 뒤틀린건 기본이고 앨범 제목인 To the Depths... In Degradation 걸맞게 인간 내면에 있는 가장 깊숙한 타락이란 개념을 목소리화 시킨다면 이런게 나오지 않을 까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보컬이다.

이 보컬이 갖는 의의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기존의 메탈들이 인간 초월의 발판을 위한 인간 비판을 하면서 외부적인 요소 즉 악마나 신화, 철학이라는 외부적인 요소를 끌어들여와 인간의 바깥에 있는 존재의 목소리로 인간에게 비판을 가하는 느낌을 주었다면 이들은 위에 설명한 ‘탈인간화를 통해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설명하는 듯한 데스메탈의 사상을 바로 ‘인간 그 스스로가 내면의 타락을 내다봄으로써 자신이 자신과 멀어짐’을 통하여 그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 중심점에 바로 극단적인 보컬이 한 몫 한다는 점에서도 보컬이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보컬에 걸맞게 전체적인 음악도 상당히 극단적이다. 이 극단이라는 것이 단순히 90년대 중후반 이후의 단순화된 브루탈 데스나 소음 남발화된 그라인드 코어 등의 청자의 귀를 괴롭히는 그런 극단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메탈, 정확히 데스메탈이 갖는’ 음악적 요소들에 대한 극단이라는 점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음악 전반적으로 멜로디는 풍부한 편이나 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이질적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리프가 전체적으로 특이할 것 없어 보이면서도 굉장히 독특하다는 점인데, 리프 전개를 들어보면 표면적으로는 멜로디를 내세우지 않는 듯 굉장히 저돌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무겁게 덮친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에선 사뭇 잘 모르는 이들이 들으면 ‘이거 브루탈 데스 아니야?’ 라고 착각할 법한 리프라는 점이다. 때문에, 다른 데스메탈이 직접적으로 일정한 공간감과 뒤틀린 멜로디를 통하여 저돌적인 브루탈 데스와는 차별된 추상적인 주제를 형성하는 것에 비해 이들은 굉장히 건조하기까지 하고 그 안에 한 마리 괴물이 날뛰는 듯한 느낌을 가장 먼저 받도록 하는 사운드를 형성하는 텍스쳐가 지배적이여서 사뭇 기존 데스메탈 보다 스케일이 작고 저돌적이기만 한 음악으로 착각 할 만한 소지가 있다.

그런데 진정으로 브루탈 데스메탈 이라 착각 할 만한가? 전혀 아니다. 이들은 앞서 말했다 시피 브루탈 데스에서 보이는 표면적 요소만 조금 보일 뿐 음악 적으로는 브루탈 데스메탈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위에 말한 텍스쳐야 말로 바로 ‘인간이 자신 스스로 내다보는 타락을 통해 인간에서 멀어지는’ 이들의 음악적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텍스쳐이다. 텍스쳐 때문에 멜로디가 부각이 안되는 것 뿐이지 이들은 멜로디가 굉장히 풍부할 뿐만 아니라 풍부하다는 느낌을 못 주는 건조한 텍스쳐 내에서 완벽하게 풍부한 멜로디를 형성하며, 극단적이지만 논리적으로 통일된 데스메탈적인 불협화음들은 실로 칭찬 할만하다.

또한, 멜로디가 표면적으로 인식이 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멜로디를 통해 주제에 걸맞는 음악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후 그 다음으로 청자가 리프의 멜로디를 인식하게끔 한다. 보통은 리프의 멜로디가 표면적으로 인식이 된 후에 분위기를 파악하지만 이들은 그 순서를 뒤집음으로써 청자에게 인간 스스로 자신 내면의 깊숙한 타락을 인지하는 주제를 더 빨리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그 뒤에 리프의 멜로디를 봄으로써 인간 내면의 타락을 더욱 구체화 시킨 듯한 즉, 주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진정으로 데스메탈의 ‘혼돈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불길하고 혼돈적인 불협화음을 구사하는 음악답게 구조도 반복이 거의 없고 일부는 반복이 아예 없을 정도로 구조마저도 극단적인 혼돈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주제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없고 오히려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특수성’을 데스메탈의 혼돈성에 기인하여 잘 표현한다고 보는게 맞는 지경이고, 반복이 거의 없는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구조는 고도로 진화된 고등 구조이다.

위에 설명한 리프를 더 자세히 뜯어보면, 각 리프들은 곡 안에서도 변동이 상당히 심한데, 트레몰로의 비중이 높지만 리드미컬한 부분도 많고, 그 리드미컬한 부분의 리듬의 변화마저 데스메탈처럼 앞을 종잡을 수 없게 꼬여 있다. (Dawn 의 Apparition 앨범에서 보여지는 다채로운 리듬 변화가 업그레이드 한다면 이들이 나올 것이다.) 트레몰로 리프들은 반쯤은 블랙/데스처럼 미니멀 하면서 블랙메탈 특유의 극단적인 단음에 맹렬한 공격성을 갖춘 멜로디를 지닌 부분도 있으며, 그 외에는 대개 데스메탈적인 다양한 음을 왔다갔다 하는 혼돈적인 트레몰로 멜로디이다. 그 외에 리듬 리프들은 각자 변동이 심함에도 멜로디의 보존율은 굉장히 높고, 오히려 이런 복잡한 리듬과 만나서 때로는 트레몰로 보다 더욱 혼돈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간혹 직접적으로 펑크/스래쉬에 가까운 리듬 리프들도 있지만 이마저도 데스메탈에 걸맞게 훌륭히 소화해내서 별 문제가 없다.)

보조 장치의 역할을 하는 샘플링과 신디사이저의 역할도 주목 해볼만 하다.

앨범 전반에 걸쳐 중간에 조금씩 높은 톤의 음산한 신디사이저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 주제가 표현하는 인간 내면의 타락한 괴물을 대면하면서 한 편 으로 느껴지는 공포를 더 고조 시키는 아주 훌륭한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6번 트랙은 신디사이저가 2번 나오는데 전반부 신디사이저는 샘플링처럼 보이는 마치 감옥에서 고문 받을 때 환영을 보듯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치는 느낌을 더하여 다른 느낌을 통해 음악적 주제를 강화시키고 있다.)

2번 트랙에 사용된 샘플링의 경우에는 바로 그 유명한 공포 영화 명작인 서스페리아의 마지막 부분을 삽입한 것인데, 서스페리아의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이 곡에서도 굉장히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공포를 ‘스스로의 내면에 위치한 괴물’을 대면 하였을 때의 감정으로 처리한 것 역시 일품이다. 8번 트랙에서도 한 1분 30초 가량 샘플링이 나오는데, 서스페리아 샘플링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뭔가 군중이 미쳐 있을 때의 광기가 담겨 있는 듯 하며 그 광기 역시 이들의 음악적 주제에 상당히 부합하므로 적절한 샘플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장치의 극단은 마지막 트랙에 가서 꽃을 피우는데, 샘플링도 아니고 신디사이저도 없으며 보컬이 혼자서 그로울링과 스크리밍을 연발하는 것에 그치지만 마지막으로 이들이 말하는 음악적 주제를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즉, 막판에 청자에게 이들이 표현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장치 정도가 되겠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인간 내면에 잠재한 타락’을 아주 훌륭하게 분석 하였으며 덕분에 인간 외부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거시적인 주제인 신화나 죽음, 우주 같은 주제를 쓰지 않고서도 단순히 ‘인간 비판’ 만으로도 괄목할만한 스케일의 구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메탈이 여태까지 보여준 인간 비판의 끝판왕 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인간 비판의 극단을 달리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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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s : 165,615
Lyrics : 216,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