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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8 루시엘
Date :  2006-02-08 13:26
Hits :  10816

음악평론가 조성진의 음반 수집 에피소드.

음악관련직종 분들께서는 광적인 음반수집가들이 많은데 가수 전영록씨도 엄청나고..(옛날에 용산에서 전영록씨가 나타나면 차에 한가득 싣고 갔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그리고 DJ 전영혁씨는 현재 음악세계에 나오는 음악들은 다 전영혁씨가 갖고 계신 음반들로 음악을 방송합니다. 아마 이런 열정 때문에 음악세계가 지금까지 이끌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완레코드를 운영하시는 성시완씨도 고교졸업 당시에 음반을 보니 1만장이라고 할 정도로 어머어마한 수집벽을 가지고 있으시죠(초등학교 때부터 음반수집을 했을 정도니 정말...)

사설이 길어졌는데 재미삼아 음악평론가 조성진씨(락/메탈 쪽에 속지를 많이 쓰신 분이시기도 하고 핫뮤직 편집장을 역임해셨던 분)의 음반 에피소드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taiji5903 http://blog.naver.com/taiji5903 )


고등학생때 나는 하루에도 3,4장씩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는 성이 차질 않았으며,

그 누구도 나의 왕성한 수집욕을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애용하는 레코드점이 있어 주문하는 음반들을 우송해주곤 했는데,

(그때도 전화 주문은 있었습니다 ^^;)

어느 날 내가 그토록 갖고 싶던 예스의 Yessongs 원판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온몸이 전율할 정도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네 장의 디스크에 아름답기 그지 없도록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예스의 라이브 LP

당시 한국에서는 정말 구경하기도 힘든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키핑해달라고 부탁은 했으나 돈 있어 사가는 사람이 임자 아니겠는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연로하신 아버님의 틀니에 박힌 금니를 빼다 파는 엄청난 행각을 저지르고 말았다.

늦자식이긴 했지만 엄격하신 분이라 뒤에 떨어질 날벼락은 불보듯 뻔했으나,

예스의 라이브 앨범 앞에서 그런 것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도 되는' 일일 뿐이었다.

나는 아버님의 금니를 판 돈으로 대구(맞나-_-a)까지 내려가서,

그 멋진 예스의 음반과 기왕에 눈에 띈, 그토록 갖고 싶던 음반 수십만원어치를 사오고 말았다.

지방에까지 내려와 수십만원어치 음반을 사가는 고등학생을 위해,

레코드샵 주인은 장거리 택시까지 태워줬을 정도다.

그리고 그날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로부터 회초리가 아닌

주먹질과 발길질 세례를 무수히 받았다.

"대학까지 보내놓으니 아버지 이빨을 팔아먹어 이 후리아들놈아!"

라는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그후 1년반 정도가 지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대학 3학년 여름방학(86년)때에는 사고 싶은 음반들이 오리지널로 한꺼번에

음반샵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어머니께 죄를 져야 했다.

어머니의 장롱 속에 있는 보석들 다수를 슬쩍 팔아 정말로

많은 양의 오리지널 - 약 100~150여만원어치-을 구입했다.

(당시 한학기 대학 등록금이 60여 만원이었고 1학기 장학금이 25만원 정도였다)

그 음반샵 주인 아저씨는 집(대전)에 까지 택시를 타고 가라고 소위 말하는

'콜택시'까지 불러줄 정도였으니...

이후에도 난 어머니를 비롯 형수나 형님,누나,매형,심지어 삼촌까지

닥치는 대로 졸라 돈을 뜯어 음반 수집을 계속해갔다.

백판에서 원판 닥치는 대로 모아 대학을 졸업할 즈음인 88년 초반에는

음반이 7000여장이나 되어 내방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형님방과

조카방에까지 꽉찼고 90년경에 가서 부턴 음반 수를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후 90년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음악잡지사)에서도 내 음반 컬렉션은 여전히

너무도 왕성해 90년 당시 받던 월급은 하루만에 음반 사는 것으로 다 날려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집에 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해 달라고 해 당시 월평균150~200여만원

정도를 음반 구입비로 지출했다.

(당시 라면집에서 신라면 한그릇이 500~600원 정도였으며 내 월급은 겨우(?) 60만원이었다.)

당시 나는 자취까지 하고 있었으니 그 금전적 고통이야 오죽 했을까?

그래도 일주일 평균 3회 이상은 자주 가는 3~4곳 이상의 단골 음반샵으로 달려 갔는데

이때가 제일 행복했다.현금을 들고 음반가게로 갈 때의 그 기분은 컬렉션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뿌듯한 행복 바로 그것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형수님께서 출산을 하셔서, 문병차 병원 갈 일이 생긴 것이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그 주에 사야 할(요즘같으면 지른다고 하겠죠?)

대기 음반들의 목록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 형수님 계신 병실 문을 열고서,

인사를 드린다는 혓바닥이 이런 망발을 하고 말았다.

'형수님... 나 음반 사게 돈좀 주라;;;;;'

(-_-;;;;;;;;;;;;;;;;;;;;;;;;;;)

조카 출산하고 산후조리하느라 피곤하셨을 게다.

그래도 형수님은 웃음을 지으면서 단지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도련님은... 언제 철 들어요?'

그렇게 웃으시면서 지갑을 열어 나에게 용돈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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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2 아쭈     2006-02-08 13:31
이런 말 해도 될려나 모르겠지만......

미친놈같군요. 진정한 오타쿠. 나중에 결혼해서 내 아들이 저러면 당장 호적팔듯.
level 21 Zyklus     2006-02-08 14:19
저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음반모으기는 계속할듯 싶습니다. 한 2000 여장 모으면 만족할라나..
아니면 인간의 욕심때문에 계속 더 원하게 될까..
level Kld Rock     2006-02-08 14:21
솔직히 음반모으는것도 돈이있어야지...(쿨럭)
level StreetNoise     2006-02-08 14:36
앨범 1만장도 저런분들 앞에선 명함도 못내밀겠네요^^;; 저는 30살까지 2천장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고있다는 ㅋㅋ;;;
level 4 장원창     2006-02-08 14:53
저 일하는 레코드점에도 필립이라는 메탈광이 있는데요, 매달 1일날 칼같이 와서 2,3시간씩고르고 뻥아니라 CD 정확히100장씩($1000어치) 사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성진님 형수님 정말 멋진 형수님이네요... 우리 매형들 같았으면 "이 미친 섹!! xxxxx" 나왓을듯 ㅋㅋㅋㅋ 근데 이빨이랑 보석은 좀 심햇네요
level 8 IDWK     2006-02-08 15:17
헤비메틀대사전이 나올만도 했군요
level Hansen is God     2006-02-08 18:18
좀 도가 지나치신 분이내요...
level Metal God     2006-02-08 18:40
이럴필요까지는 없을듯...; 저렇게 사서 제대로 다 들을려면 엄청난 시간이...
level 7 핑크     2006-02-09 00:51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어쨌든 놀랍군요.
저정도 열정은 있어야 좋은 평론가가 되는 듯...
level 5 gensaie     2006-02-09 01:52
궁금한게.
저렇게 사놓고선 대체 얼마나 들을지 궁금하군요..
24시간 들어도 많이 못들을텐데 -_-

이글만 보면은 평론가 보다는 수집광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듯 싶네요
level 21 Eagles     2006-02-09 13:35
편집장이던 시절에 핫뮤직에 실렸던 내용이네요.
일단 라이센스작은 모두 구입하고 워낙 많은 양의 음반을 듣다보니
곡리스트 앞의 3곡(맞나? -_-)만 듣는다고 합니다.
level 10 SilentScream     2006-02-09 13:42
저런식으로 들으면.... 음악 듣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쇼핑중독증이군요 완전
level 8 루시엘     2006-02-09 20:19
故하세민씨는 아기 분유값을 음반에 투자할 정도였다는.....
level StreetNoise     2006-02-10 21:15
그래서 전영혁님은 아이를 안가지신다죠^^
level 8 IDWK     2006-02-11 02:36
하세민씨 팝아티스트대사전도 재밌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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