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quescent Exaltation Review

Band	Malepeste
Album	Deliquescent Exaltation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August 26, 2015
Genres	Black Metal
Labels	Independent
Length	47:19

Reviewer :  똘복이         Rating :  95 / 100

굉장한 충격이랄까.

하아... 얼마 전 Batushka의 Hospodi를 들으며 아쉬웠던 그런 감성들이 이 밴드를 통해 채워질 줄은 정말로 몰랐다.

여태, 적어도 5, 6년 이상은 쳐박혀있었던 것이 분명한 이 앨범은 처음 플레이를 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내게 아주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바로 전에 Nehëmah의 1집에 대한 감상을 짤막하게 쓰며 '블랙메탈의 세대적 구분'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3세대 블랙메탈에서는 종교 자체에 대한 Anti보다 그것을 오히려 재해석하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비틀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부분이 생겨난다.

Cult of fire를 그 대표로 본다면 아래로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 Batushka나 Deus Ignotus, U.N.C.U.L.T 등이 그런 부분에서 블랙메탈의 가능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종교와 철학적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방법론으로의 접근을 이루어내었다고 본다.

여기에 하나를 더 꼽는다면 이 프랑스의 Malepeste가 들어갈 수도 있을 듯하다.

이들이 취한 방식은 대단히 특이하다.

​블랙메탈에서 아르페지오가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당장 Gorgoroth의 Infernus 같은 장인들이 블랙메탈에서 숯이 이글대거나 얼음의 한기가 피어오르는 아르페지오를 차용함으로서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사악함을 배가시키는 방식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

적어도 아르페지오는 블랙메탈에 있어서 '필수적 스킬'은 아닐지언정 잘만 쓰면 굉장한 이득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메인이 될 수 없고 앨범 전체적으로 쓰일 수도 없다. 적어도 이들의 음악을 듣기 전까지는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영롱하고 차가운 기타의 아르페지오 속에서 둔탁한 드럼과 사악한 보컬, 중세적 성가의 표현 등으로 가장 기본적인 악기들 만으로 굉장한 공간감과 신비함을 만들어냈다. 들은 바가 일천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정도로 특이한 기타의 리드 (심지어 앨범 내내! 전 곡이 다!)와 중세풍 보컬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블랙메탈은 들어본 일이 없다.

전 곡이 다 비슷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각자의 곡들은 각각 특색이 있으며 충분히 구별되어지는 신비함을 가지고 있다.

가장 백미라 꼽을 수 있는 곡은 Into the Final Rise로 후반부에서 테마가 반복되는 가운데 점점 빨라지고 속도를 올려가는 부분은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마지막에 딱 끊기면서 나오는 멍한 키보드는 정말로 Into the Final Rise라는 제목이 그대로 어울린다. 읊조리는 수도사의 광기어린 방언과도 같은 보컬이 어우러지는 그 느낌이란...

종교적 광기에 휩싸인 수사의 교리 논쟁을 보여주는 것 같은 Et Nox Facta Est와 이들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싶은 Cry for Tiamat까지... 한곡 한곡이 다 신비함과 종교적 엄숙 속의 광기와 고뇌, 분노를 담고 있다.

​참 좋은 앨범을 만났다. 왜 이제껏 쳐박아두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