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ing은 Thin Lizzy의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이전까지의 Thin Lizzy가 여러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자신들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비로소 이후 밴드의 전성기를 규정하게 될 핵심적인 정체성이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하드록의 강렬함과 선명한 멜로디, 거친 에너지와 서정적인 정서를 하나의 음악적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합했다는 점에서 Fighting은 단순한 전작의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 Thin Lizzy는 더 이상 다른 하드록 밴드의 음악적 문법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강한 기타 중심의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음악 전체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경직되지 않으며, 반대로 멜로디를 강조하면서도 록이 가진 추진력을 잃지 않는다. 이 균형은 이후 Thin Lizzy를 다른 밴드들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된다. 여기에 Phil Lynott의 작곡과 가사가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정서가 더해지면서 음악은 단순한 록의 쾌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사랑과 갈등, 자유와 방황, 자신감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은 앨범 전체에 현실적인 생동감을 부여하고, 화려한 영웅담보다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시점부터 Thin Lizzy의 음악에는 강렬한 록과 낭만적인 정서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Fighting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좋은 하드록 앨범이라는 데 있지 않다. 이 작품은 이후 Jailbreak를 비롯한 밴드의 대표작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음악적 기반을 확립했으며, Thin Lizzy가 자신들의 가능성을 하나의 뚜렷한 정체성으로 전환한 순간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Fighting은 전성기의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그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을 기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Fighting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Thin Lizzy가 강렬함과 대중성을 서로 대립하는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하드록은 강한 사운드를 추구할수록 거칠고 직접적인 표현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Thin Lizzy는 보다 세련된 멜로디와 구조를 받아들이면서도 하드록이 가진 힘을 잃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히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뜻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강렬한 록의 에너지 안에 더 많은 감정과 서사를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Fighting의 정서는 한 방향으로만 질주하지 않는다. 자신만만하고 공격적인 분위기와 쓸쓸하고 낭만적인 감정, 때로는 장난스럽고 자유로운 태도가 한 앨범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이러한 정서적 폭은 음악을 단순한 하드록의 영역에서 끌어내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특히 Thin Lizzy 특유의 아일랜드적 정서와 도시적인 록 감각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밴드는 거대한 영웅담이나 과장된 반항의 이미지를 앞세우기보다 인간의 욕망과 관계, 불안과 자존심 같은 현실적인 감정을 음악 속에 담아냈다. 그래서 Fighting에는 당시 하드록에서 흔히 느껴지는 과장된 비장함보다 실제 삶에서 비롯된 듯한 생생함이 자리한다. 이러한 현실감은 이후 Thin Lizzy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결국 Fighting의 발전은 단순히 사운드의 규모가 커졌다는 데 있지 않다. 강한 록의 에너지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섬세한 감정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밴드가 발견했다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Fighting은 또한 Thin Lizzy가 자신들의 음악적 요소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로 결합하면서 보다 역동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작품이다. 이전까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났던 하드록의 힘과 블루스의 감각, 팝적인 선율, 포크 음악에 가까운 서정성이 이 앨범에서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합이 장르를 과시하기 위한 실험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Thin Lizzy는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던 요소들을 정교하게 다듬고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Fighting은 화려한 실험작이라기보다 밴드의 정체성이 하나의 일관된 음악적 언어로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이러한 음악적 다양성은 앨범의 정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젊음의 에너지와 반항심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분노나 공격성으로만 표현되지는 않는다. 자유를 향한 욕망과 현실에 대한 자각, 자신감과 불안, 낭만과 냉소가 함께 자리하면서 앨범 전체에 복합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Fighting을 단순히 밝거나 어두운 작품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삶의 여러 감정이 서로 얽혀 있는 상태에 가깝고, 바로 이러한 복합성이 음악에 인간적인 생동감을 부여한다. Thin Lizzy는 여기서 특정한 장르의 전형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자신들이 가진 여러 감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점은 이후 밴드가 단순한 하드록을 넘어 자신들만의 서사와 정서를 가진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 된다. Fighting은 아직 이후의 대표작들이 보여줄 완성도에 완전히 도달한 작품은 아니지만, Thin Lizzy가 자신들의 음악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Rosalie는 Thin Lizzy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Fighting의 첫 트랙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곡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밴드는 이전보다 선명해진 자신들의 색채를 드러내며, 강렬한 록의 추진력과 친숙하고 경쾌한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특히 Phil Lynott의 보컬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특유의 거칠고 친근한 음색으로 곡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Brian Downey는 정확하면서도 탄력적인 드럼으로 곡 전체에 강한 추진력을 부여한다. Brian Robertson과 Scott Gorham의 기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기타리스트는 단순히 리프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음색과 프레이징을 활용해 곡을 풍성하게 만들며, Thin Lizzy가 이후 자신들의 상징으로 발전시킬 트윈 기타 사운드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은 의미가 깊다. 곡 전체의 활기와 자신감은 이전의 Thin Lizzy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거칠고 힘찬 록의 에너지를 유지하면서도 음악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위압적으로 흐르지 않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통해 듣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그렇다고 단순히 흥겨운 록 넘버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는 Thin Lizzy 특유의 인간적이고 거리감 없는 정서가 살아 있으며, 과장된 영웅주의보다는 현실적인 삶의 활력과 자유로운 태도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 멤버의 연주가 어느 한 요소를 과도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한다는 점이다. Phil Lynott의 개성적인 보컬, Brian Downey의 유연한 리듬, Brian Robertson과 Scott Gorham의 기타 앙상블이 하나의 방향으로 결집하면서 밴드는 마침내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를 찾아낸다. 그래서 Rosalie는 단순히 앨범의 시작을 장식하는 곡이 아니라, 이후 Jailbreak를 비롯한 대표작으로 이어질 Thin Lizzy의 전성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첫 장면에 가깝다. Fighting의 첫 트랙이라는 위치 자체가 이 곡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며, 밴드가 마침내 자신들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음을 힘차게 선언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For Those Who Love to Live는 Fighting에서 Thin Lizzy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는 곡이다. Rosalie가 앨범의 시작을 힘차게 열며 밴드의 새로운 자신감을 보여주었다면, 이 곡은 그 에너지를 보다 진지하고 내면적인 정서로 확장한다. 제목부터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지만, 그 메시지는 단순한 낙관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현실의 고통과 불안,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듯한 정서가 곡 전체에 흐른다. 그래서 음악에서도 밝음과 어두움이 묘하게 공존하며, 힘 있게 밀고 나가는 록의 에너지 속에 쓸쓸하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할 트랙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정서는 Fighting이 단순히 활기찬 하드록 앨범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Thin Lizzy는 강한 록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의 굴곡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특히 이 곡에서는 젊음 특유의 자신감만을 앞세우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보다 성숙한 시선이 드러난다. 사랑과 자유를 말하면서도 현실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면의 불안과 상처를 지워버리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For Those Who Love to Live는 Fighting의 음악적 폭을 넓혀주는 곡이며, Thin Lizzy가 자신들의 음악을 단순한 록의 쾌감에서 인간적인 서사와 정서를 담아내는 영역으로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성기의 Thin Lizzy가 강렬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지닐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곡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For Those Who Love to Live는 삶을 사랑한다는 말을 가볍게 외치는 곡이 아니라, 삶의 복잡함을 끌어안은 채 그럼에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곡이며, Fighting이라는 앨범이 가진 깊이를 한층 더해주는 의미 있는 트랙이다.
Suicide는 Fighting에서 Thin Lizzy가 보여준 음악적 성숙과 Phil Lynott의 어두운 서정성이 가장 선명하게 만나는 곡이다. 제목부터 강렬한 죽음의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곡이 파고드는 것은 죽음 자체보다 사랑에 사로잡힌 한 인간이 관계의 실패와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려가는 과정이다. Phil Lynott은 사랑을 통속적인 서사 속의 낭만적인 구원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질수록 상대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고, 그 의존이 결국 자신의 삶을 잠식하는 역설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곡의 화자는 단순한 피해자라기보다 자신의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스스로 파국을 향해 움직이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Brian Robertson과 Scott Gorham의 기타는 이러한 정서를 단순히 무겁게 만드는 대신, 날카로운 리프와 서정적인 선율을 교차시키며 곡에 독특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Brian Downey의 드럼 역시 과장된 공격성보다는 곡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붙잡으며 Phil Lynott의 보컬이 가진 고독한 정서를 부각한다. 특히 곡이 진행될수록 반복되는 리프와 보컬의 긴장은 인물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Fighting이 Thin Lizzy가 하드록의 틀 안에서 더욱 세련되고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기 시작한 앨범이라면, Suicide는 그 변화가 단순한 사운드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식의 깊어짐으로도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곡에서 Phil Lynott은 거대한 사회적 비극이나 영웅적인 서사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에 실패하고 고독에 갇힌 평범한 인간의 취약함을 노래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Suicide는 화려한 기타와 강력한 리듬을 앞세운 다른 곡들과 달리 Fighting 안에서 유난히 어둡고 내밀한 자리를 차지하며, Thin Lizzy가 왜 단순한 하드록 밴드를 넘어 인간적인 감정의 복잡성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밴드인지를 보여주는 곡으로 남는다.
Wild One은 Fighting에서 Thin Lizzy가 구축한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제목부터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의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이 곡의 매력은 단순히 반항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데 있지 않다. Phil Lynott이 그려내는 인물은 사회의 규범이나 안정된 삶에 완전히 편입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며, 그 자유에는 자연스럽게 불안정함과 외로움도 따라붙는다. 그래서 Wild One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 곡은 강한 록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멜로디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Fighting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Thin Lizzy가 하드록의 힘과 대중적인 감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복적으로 살아나는 후렴은 곡의 핵심적인 정서를 단순하고 선명하게 전달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의 태도를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이 자유가 거창한 혁명이나 사회적 저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에 가깝다. 이러한 점에서 Wild One은 Thin Lizzy가 자주 다루었던 거리의 인간, 방랑자, 떠도는 남자의 정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들은 영웅도 패배자도 아니며, 안정된 세계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Fighting이라는 앨범이 이전보다 강한 록 사운드와 뚜렷한 멜로디를 갖추면서 밴드의 개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 있었다면, Wild One은 그 안에서 자유와 방황이라는 Thin Lizzy 특유의 주제를 가장 편안하고 대중적인 형태로 풀어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고 거칠며 약간은 위태로운 삶의 감각을 경쾌한 록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Wild One은 Fighting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곡이다.
Fighting My Way Back은 Fighting이라는 앨범의 제목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곡으로,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거창한 승리의 선언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겪은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는 인간적인 태도다. Phil Lynott의 가사는 상처와 후회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곡의 정서는 비장함보다는 투박하고 현실적인 힘에 가깝다. 음악 역시 이러한 내용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포장하기보다는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힘 있게 밀고 나가는 록의 리듬과 선명한 멜로디가 결합되면서, 다시 삶을 붙잡으려는 인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특히 반복되는 후렴은 단순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제목에 담긴 Fighting과 Back이라는 두 단어를 곡 전체의 핵심 정서로 확장한다. 여기에는 Thin Lizzy가 자주 보여주는 거리의 삶과 방랑자의 정서도 녹아들어 있다. 이들의 인물들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Fighting My Way Back의 회복 역시 완전한 구원이나 극적인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싸워볼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이 곡에서 말하는 승리에 가깝다. Fighting이 Thin Lizzy의 음악적 자신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앨범이라면, 이 곡은 그 자신감이 단순한 음악적 과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Fighting My Way Back은 좌절 이후의 재기를 거창한 영웅담으로 만들지 않고, 상처 입은 인간이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과정을 힘찬 록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Fighting의 주제를 가장 충실하게 담아낸 곡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Spirit Slips Away는 Fighting에서 가장 내면적이고 쓸쓸한 정서를 보여주는 곡으로, 앨범 전체를 감싸는 활기찬 하드록의 분위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간의 상실과 쇠락을 바라본다. 제목처럼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손에서 빠져나가듯 사라지는 삶의 의지와 정신이며, 화자는 그것을 붙잡으려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시간의 흐름과 마주한다. 앞선 곡들이 자유, 방황, 재기와 같은 움직임을 중심으로 했다면 Spirit Slips Away는 그 움직임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를 묻는 듯하다. 그래서 곡에는 Fighting 특유의 자신감보다 체념에 가까운 정서가 흐르며, 삶이 언제나 의지대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냉정한 감각이 자리한다. 그렇다고 이 곡이 단순한 절망의 노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실을 과장하거나 극적인 비극으로 만들지 않고, 사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과정을 담담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음악 역시 이러한 정서를 따라가며 강한 추진력보다는 여운과 공간을 중시하고, 멜로디는 쉽게 기억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Fighting이라는 앨범 안에서 이 곡이 차지하는 위치는 중요하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젊음과 자유, 투쟁과 재기의 에너지를 보여주면서도 그 이면에는 언제든 소진될 수 있는 인간의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국 Spirit Slips Away는 승리와 패배의 단순한 구도로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는 힘만큼이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힘도 인간의 삶을 구성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Fighting을 단순히 힘찬 하드록 앨범이 아니라 희망과 상실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곡이다.
Fighting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Thin Lizzy가 마침내 하나의 독자적인 밴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는 여러 음악적 시도와 변화가 나타났지만, 그것들이 아직 하나의 확고한 방향으로 완전히 수렴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Fighting에 이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밴드는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은지까지 점차 분명하게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장르적 특징을 완성했다는 사실보다, 이후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고유한 작곡 방식과 사운드의 틀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Thin Lizzy는 미국의 하드록이나 영국의 헤비록을 단순히 모방하는 대신, 자신들이 가진 여러 음악적 자원을 하나의 독자적인 문법으로 전환하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의 음악은 강한 록의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밴드와 쉽게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획득하게 된다. 또한 Fighting은 밴드가 앨범이라는 형식을 단순히 여러 곡을 묶어놓은 단위로 활용하지 않고, 서로 다른 분위기와 주제를 배치하면서 하나의 음악적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후 Thin Lizzy가 더욱 야심찬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 밴드의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여러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는 점이 Fighting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완성된 양식의 종착점이 아니라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들이 처음으로 한 작품 안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Fighting은 단순히 좋은 앨범이라는 평가만으로는 그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 작품은 Thin Lizzy가 자신들의 이름을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세계와 연결하기 시작한 순간이며, 이후 전성기의 역사를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인 출발점이기에 들어볼 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Fighting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이후의 대표작들과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 앨범에는 Thin Lizzy의 가능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그 가능성이 아직 완전히 정제되어 하나의 압도적인 결과물로 수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Fighting은 전성기의 완성품이라기보다 전성기를 만들어낸 중요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좀더 적절할 것이다. 이후 Thin Lizzy의 작품들이 보여줄 보다 정교한 구성과 강력한 대중적 흡인력, 그리고 밴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될 여러 요소들은 여기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내지만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 따라서 Fighting의 가치는 완벽함보다는 가능성의 구체성에 있다. 밴드가 앞으로 무엇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막연하게 암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음악을 통해 그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후의 활동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하나의 분기점처럼 보인다. Fighting 이전의 Thin Lizzy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밴드가 여러 스타일을 탐색해온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Fighting 이후에는 그 탐색이 점차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축적은 곧 다음 단계의 작품들에서 더욱 대담한 형태로 확장된다. 이런 관점에서 Fighting을 평가하면 앨범의 일부 미완성이나 편차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후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만큼 충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Fighting은 Thin Lizzy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최종적인 결론이 아니라 그 전성기가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 작품을 지나면서 밴드는 더 이상 자신들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신진 밴드로만 볼 수 없게 되었고, 다음 작품에서 그 가능성을 더욱 강력하게 현실화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Fighting은 전성기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는 평가와 함께, Thin Lizzy라는 밴드가 비로소 자신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 S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