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앨범입니다. Blood Incantation이 추구하는 빈티지 SF 미학의 배경에 존재하는 장르들. 그러니까 프로그레시브-록, 크라우트록, 베를린스쿨, 그리고 뉴에이지 음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이 왜 갑자기 이런 뜬구름 같은 음악을 시도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실 데스메탈도 위 흐름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장르인 만큼 이런 앰비언트 앨범은 이들 디스코그라피에서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 뒷사정 덕분에 데스메탈 밴드가 만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향연이 보다 깊이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해도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게 쉽진 않은 음악이네요. 중간 정도 듣고 음…이런 음악이군 하다가 끄게 됩니다. ... See More

Jesus Piece는 유서깊은 하드코어의 고장 워싱턴 DC와 뉴욕 사이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씬의 아웃풋으로, 등장 이후 빠르게 하드코어 전체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정규 2집까지 발매한 현재 기준으로 메탈코어 계열에서 이들의 아성에 견줄 밴드가 거의 없다.

지저쓰 피스는 하드코어의 외골수 정신을 이어가는 다른 동업자 밴드들과 비교했을 때 질적 차이가 뚜럿하다. 브레잌다운이 주가 되는 단순무식한 코어 밴드와 다르게 이 밴드는 리프를 쓰고 리프를 활용한다. 이들은 현대의 하드코어 특유의 선동적 그루브를 충실히 전달하면서 그 기법적인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조리있게 변형하거나 혹은 그들만의 리프를 통해 창의적으로 들려준다.

본작 So Unknown은 어두운 메탈코어 및 데스메탈, 슬램 등의 영향을 받아 메탈코어지만 스래시의 영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데스메탈적인 리프와 그루브한 리프의 퓨전을 통해 다크함과 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모던 데스코어처럼 튜닝만 내리고 단조롭게 이루어진 리프도 없다. 전반적으로 브레잌다운에만 치중하지 않은 혼란스럽고 불편한 그루브들과 빗다운 파트의 다이내믹함이 두드러진다. 참신한 리듬 파트를 꾸준히 생산해내려는 성실함, 곡의 스피드를 계속 바꿔가며 여러 박자를 소화해내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훌륭한 곡들로 차 있다.

설명으로는 와닫지 않더라도 일단 들어보면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사방에서 드러나는 어둡고 파괴적인 메탈코어 포스가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우리를 벗어나 날뛰는 한 마리의 짐승같은 보컬 Aaron Heard의 카리스마도 굉장하다. ... See More

Imprecation의 22년도 앨범은 이 시대의 진정으로 울드스쿨다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90년대에 발표한 데모 이후로 많이 바뀌지 않았다. 타협없이 언더그라운드 데스메탈을 고수해온 텍사스 베테랑들의 고집이 담긴 이 앨범은 특별하다.
In Nomine Diaboli는 올드스쿨의 명맥을 이어가는 최신 밴드들과 비교했을 때 원조에 더 가까운 음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언하자면 이 앨범은 2022년작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순수하게 구식이다. 곡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투박한 90년대 스타일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만듦새가 인칸테이션과 모비드엔젤의 뒤틀린 미로같은 리프 나열을 숭배하는 요즘의 밴드들만큼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보다 선명한 멜로디에서 뿜어져나오는 리프의 신성모독 아우라는 비할 것이 아니다. 한편 야만적 드럼난사 사이에 브레이크를 유연하게 집어넣기도 하고, 리듬을 정면으로 내세운 리프를 자주 사용하는 등 음악의 헤비함을 과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불경스런 멜로디와 리듬의 육중함이 공존하는 초기 뉴욕데스의 모습으로 요즘엔 은근히 찾기 힘들어졌다.
임플렉케이션의 특기 중 하나인 키보드를 통해 호러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또한 이 앨범에서 건재하다. 키보드가 등장할 때 마다 앨범 커버 속 대악마의 영역에서 전해지는 사악함과 위엄, 그리고 공포가 엄습하는 기분이다. 여기에 추가로 사악하다고 밖엔 표현 방법이 없는 기타톤이 악마적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 See More

인칸테이션과 핀란드 스타일의 혼돈스러운 둠-데스이다. 그러나 육중하게 찍어내리는 뉴욕 데스메탈 식의 압박감도 상당하다. 둠-데스 밴드들이 실력이 부족하면 느린 리프가 흐를 때 멜로디가 어수선해지고 단순히 불협화음을 띄엄띄엄 한 방울씩 흩뿌려 놓다가 지루해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지만, Ceremonium은 그러지 않는다. 그만큼 둠 리프의 멜로디 중심이 잘 잡혀있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또한 요즘의 동굴 데스메탈을 하는 밴드들에게선 느끼기 힘든 고전적인 둠 특유의 쓸쓸하고 애수적인 감성이 참 마음에 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종말적 분위기의 키보드가 그런 역할을 잘 해낸다.
이 앨범과 함께라면 11월 가을의 청명하기만 한 하늘이 너무 어둡고 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 S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