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Astronomical Phenomena) Review

Band	도깨비 (Tokkaebi)
Album	천문 (Astronomical Phenomena)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November 1, 2000
Genres	Death Metal
Labels	Culture Tank
Length	28:50
Ranked	#16 for 2000 , #602 all-time

Reviewer :  callrain         Rating :  86 / 100

밴드 도깨비는 97년에 형성된 국내의 익스트림 메탈 밴드로 언더그라운드 클럽 공연과 1999년 COMPILATION ALBUM ? INDEPENDENCE 에서 자작곡을 선보이며 메니아들에게 서서히(?) 알려진 후, 2000년에 그들의 첫 정규 앨범인 천문을 발매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외 COMPILATION 앨범 참여 및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클럽 공연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라인업을 (보컬 독고수아, 드럼 예남수, 기타 이건웅, 김동철, 베이스 박재원) 유지하며 2집 앨범 제작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혹시 라인업 틀린 부분 있나요?;;)

도깨비는 순 우리말로 민담 설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하는 귀신이다. 그러면 그러한 소재의 발견에 있어서 도깨비라는 밴드 명은 밴드 도깨비의 음악에 어떤 비중이 있는지 도깨비의 보컬 독고수아님의 1집 정규 앨범 천문에 관한 설명을 통해 잘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天文)은 천체(天體)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現象) 입니다! 그리고 주역(周易)에서는 주문(呪文)을 의미(意味)합니다!
도깨비 1집 앨범 천문(天文)의 노래 제목(題目)들은 부적(符籍)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문구이자 음양가(陰陽家)나 術家(술가)가 術法(술법)을 행할 때 주술적(呪術的)인 작용을 낳게 하기 위하여 외는 글귀 주문(呪文)입니다! 도깨비 1집 앨범 천문(天文)의 노래 가사(歌詞)는 길흉화복(吉凶禍福), 즉 사람의 운수(運數)를 영귀(靈鬼)를 불러 복(福)을 빌기도 하고 또는 악신(惡神)을 불러 적에게 병(病)이나 죽음(死)을 보내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고 이를 의성어(擬聲語), 의음어(擬音語)와 노래마다 일정한 문구를 반복해서 외는 후렴(後斂)을 통해 표현(表現) 하였습니다!...............”

어떤 무속 신앙적인 소재의 표현이 도깨비 분들 음악 창작에 주된 모토임을 전제로 한다면 그런 오컬트 적인 소재의 활용과 표현은 이미 외국에서도 흔히들 이루어져 왔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도깨비는 해외의 일반적인 괴수와 성격이 다른 한국적인 소재인 만큼 도깨비 분들의 음악에서 해외 뮤지션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을지 찾아보는 것도 도깨비 분들 음악을 청취하는 즐거움이 될 거라고 본다.

첫 곡 “천지부모내조아”로 앨범의 포문을 활짝 연다. 비교적 긴박하고 꾀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 되었지만 왠지 지독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곡이다.. 어떤 단순한 공포감만을 주면서 청자 주위에서 배외한다고 할 까? 상당히 리듬에 충실한 연주는 두려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금방 친해 질 수 있는 흥겨움이 진하게 전해지는데 아마 이런 요소들이 도깨비 분들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오비츄어리가 어떤 음계의 사용과 템포의 조절 표현에 중점으로 두었다면 도깨비 분들이 보다 신경 쓴 부분은 리듬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청자를 압박하고 조여오는 두 기타리스트의 짜임새 있고 오밀조밀한 연주 또한 긴장감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두 번째 곡 “수호신령내조아” 는 좀 더 브루탈 데스메탈에 충실한 몰아치는 기세가 상당히 강렬한 곡이라 하겠다. 칼 바람을 날리는 듯한 광폭함이 제법 잘 살아나 있는 곡이다. 도깨비 분들의 또 하나의 독특한 개성이 독고수아님의 역할에서 발견 되는데 온 몸에 기를 모아서 마치 주문을 외며 팀하고 짜임새 있게 장단을 맞추듯 신명나고 재미나게 곡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간다. 일반적인 그로울링과는 좀 다른 독구수아님의 창법은 어눌한 듯 한 독특한 발음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많이 이색적이다. (정말로 하나의 춤추는 도깨비를 표현하는 듯 한 느낌이 강하다;;)

박진감 넘치며 역시나 흥겨운 리듬이 많이 강조 된 “옴급급여율령”을 지나 누구나 듣고는 한번은 폭소를 터트렸을 법한 앨범의 킬링 트랙 “천지장군내조아” 터져 나온다. 앨범들에 수록 된 곡들 중에서 느긋함과 강렬함의 공존이 가장 잘 이루어졌을 뿐 만 아니라 우리의 정서에 잘 맞는 리듬이 보다 많이 돋보이는, 두고 두고 화자가 될 명곡이라 생각한다. 익살스럽고 조금은 사악하게 느껴지는 독고수아님의 기괴한 웃음 소리로 막을 내리며 다시 한번 2번째 곡과 마찬가지로 브루탈적인 요소가 많이 강조 된 “삼척장검재수중”으로 강하게 압박해온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이상의 배려심이 점점 사라지고 청자를 더 심하게 괴롭히는 듯한 그러한 흐름은 아쉽게도 “천지부모엄영하”에서 “일휘장검참악신”까지 계속 이어지게 된다. 막판 장군주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인 만큼 가장 묘한 분위기와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강렬한 연주를 선보인다.

일단 도깨비 분들의 첫 정규앨범인 천문은 가장 한국적인 데스메탈 앨범이라는 점만으로도 분명 가볍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도깨비 분들의 데뷔 앨범이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시도했다고 해서 가치가 높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솔직히 명반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가치가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정규 앨범의 총 러닝 타임은 짧을 지라도 재미나고 알찬 내용과 연주의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도깨비 분들의 음악은 지나치게 분위기 위주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연주는 빈틈 없이 빡시다. 거기에다가 토속적인 느낌의 강렬한 리듬을 해외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익스트림 메탈에 잘 접목시켰다고 생각한다. 다른 밴드들에게서 행해졌었던 한국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국악 악기의 활용을 배제하고도 도깨비 분들은 충분히 한국적인 느낌을 잘 살렸기에 도깨비 분들의 데뷔 앨범이 더욱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