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philiac –
Chaopula - Citadel of Mirrors (1992) |
95/100 Jul 9, 2025 |

'고어' 테마를 다루는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네크로필리악은 유독 리프가 멜로디컬한 편이다. 이 테마를 다루는 밴드들이 사용하는 리프들은 주로 그라인드코어 장르에 밴드풀이 쏠려있기도 해서이긴 한데, 대체로 좀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쉽게 질린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Carcass 초기작과 견주고 싶다.
네크로필리악은 보다 일반적인 데스메탈에 충실한 리프를 사용하면서도 블래스트 비트의 비중을 상당히 줄이고 기타 솔로를 많이 넣으면서, 흔히 말하는 '빡센'걸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대신 철저하게 '고어'라는 테마에 스스로 종속되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모 든 것들을 해내는데, 뒤가 예상 안가는 전개 속에서 많은 양의 리프와 짧은 솔로를 우후죽순으로 쏟아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불쾌한 분위기를 뿜으면서 리스너를 압박한다. 템포가 앨범 전체적으로 빠르지는 않고 프로덕션이 선굵지 않아서 헤비한 맛이 덜할지는 몰라도 듣는 이로 하여금 없던 피비린내도 맡을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범상치 않다. 이 불쾌한 분위기는 다른 분이 똑같이 언급해주셨지만 동시대의 Infester와 거의 동급인 수준으로, 밴드가 이름값 제대로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멜로디의 향연을 보여준다.
듣다보면 통통 튀는 리프가 귀에 자주 들어온다. 하지만 펑크락이나 분위기가 포지티브한 메탈과 같은 느낌이 아니다. 표현을 해보자면, 마치 생사람의 뱃가죽을 확 벗겨서 그 안에 꿈틀거리는 장기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네크로필리악의 진수가 이런 점에서 특히 잘 돋보인다. 그런 변태적인 멜로디는 어떻게 머릿속에서 떠올리는건지 참 대단하다.
특히 앨범 중간에 위치한 Astral Corpse에 이들의 모든 정수가 다 담겨있다. 특유의 역겨운 멜로디를 가진 리프와 솔로, 그것들의 배치와 완급조절, 진행 면에서 가장 우수한 곡이다. 기타 솔로도 다른 곡에서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던 짧은 솔로가 아니라 제대로 각잡고 만들어진 긴 솔로가 있어서 다른 곡과 다르게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구간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아마 밴드가 가장 신경 많이 써서 작곡했을 것이다. ... See More
|
Necrodeath –
Fragments of Insanity (1989) |
100/100 Jun 6, 2025 |

B급 프로덕션에 어딘가 자꾸 연주의 합이 틀어지는 불편한 느낌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다면(이런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뒤떨어진다는 점이 절망적이긴 하지만) 네크로데스의 2집은 최고의 스래쉬메탈 앨범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이 대단한 이유중에서 특히 언급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면, 우선 '리프의 독창성'과 '철두철미하게 지켜지는 리프메이킹의 일관된 기준'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모든 리프들은 얼핏 들어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올드스쿨 감성의 스래쉬 리프들 같은데 가만히 타 밴드와 비교를 해보면 비슷한 걸 찾기가 꽤 힘들다 . 슬레이어가 좀 연상되는가 싶으면 더 꼬여있으면서(단순히 더 테크니컬하다는 의미가 아닌) 지옥을 표현하기보단 인간의 뒤틀린 내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 같고, 어쨌든 뭔가 앗! 하고 연상되는 다른 밴드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기준으로는. 이 글을 쓰면서 잠깐 인보케이터 생각도 났는데 그거랑 비슷하지도 않은 것 같다.
난 이게 진짜 대단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리프야 말로 진정한 의미로 유니크하다고 보기도 하고, 요새 프로그레시브 섞은 테크니컬 데스메탈이나 스래쉬메탈을 들어보면 확실히 멋들어지게 휘황찬란하고 올드스쿨 기준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리프를 연주하지만, 그것도 같은 장르 내에서 다같이 비교하면 결국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그런 게 유행한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그다지 독창적이게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리프 만들고 작곡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라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를 가진 리프로 한 앨범을 가득 채우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닐거란 것을. 그게 가능하려면 밴드가 자신들이 만들려는 음악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비전과 청사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네크로데스의 2집은 1집과 비교했을 때 장르만 같지 전개하는 음악의 분위기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그니까 어쩌다 우연히 잘 나온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1집 이후에 밴드가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철두철미하게 지켜가며 한 땀 한 땀 철저한 생각과 계산을 통해 나온 앨범이 이 2집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참 듣다보면 완성도에 혀를 다 내두르게 된다. 앨범의 어느 시간대를 랜덤재생으로 틀어놔도 하이라이트고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데스/스래쉬의 정수가 담겨져 들려온다.
이 앨범의 모든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느껴지는건 리프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전개방식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리프 전개를 하다가 분위기를 확 바꾸거나 환기가 필요한 순간에 모든 악기가 일순간 멈추고 드럼이 잠시 신호를 주다가 새로운 리프를 연주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건 당시에도 꽤 많은 밴드들이 사용하던 방법이었지만 네크로데스는 이걸 거의 제일 잘 한다. 진짜 너무 이상적인 타이밍에 잘 치고들어와서 올드스쿨만이 줄 수 있는 그루브함과 찰짐이 구린 프로덕션을 뚫고 나온다. 한 마디로 완급조절의 대가다. 거의 모든 트랙에서 찾아들어볼 수 있는 특징이며, 특히 3번 트랙 State of Progressive Annihilation에서는 3번에 걸쳐 사용된다. 근데 전혀 남용된다는 느낌 없이 하나같이 절묘하면서 데스/스래쉬의 광폭함을 배가시켜준다. 그밖에도 꼽자면 2번 트랙 Thanatoid나 마지막 트랙 Eucharistical Sacrifice에서도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끊은 다음에 나오는 리프가 항상 더 과격하기 때문에 점점 커져가는 광기와 점진적으로 정신분열이 중증으로 발전되는 사람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주제의식 측면에서도 이 앨범은 완벽에 가까우며, 3번 트랙을 듣다보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곡명도 하나같이 잘 지었다. 장르적인 완성도에서도 Progressive하고 실제로 전개되는 방식과 주제의식 측면에서도 Progressive하다.
각 곡에 대한 간단평을 좀 더 해보자. 7번 트랙 Stillbirth같은 경우엔 중후반쯤에 같은 리프가 반복된다 싶을 때, 리프를 절반정도만 같고 절반정도는 다르게 한 새로운 버전으로 새로운 리듬과 함께 등장시키며 환기시켜주면서 긴장감을 영리하게 유지한다. 4번 트랙 Metempsychosis는 3번 트랙과 이어져서는 막판에 전트랙에서 쓰였던 리프를 재사용하면서 단순히 물리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계산된 연주였다는 걸 어필함으로써 수미상관의 쾌감을 작게나마 느껴볼 수 있다. 타이틀 트랙인 Fragments of Insanity는 앨범 내에서 가장 미로같이 전개되면서 앨범커버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곡이다. 많은 리프들이 겹겹이 쌓이며 꼬이다가 그게 풀리면서 기타솔로와 함께 첫 리프로 돌아올 때가 이들의 뛰어난 작곡력을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일 것이다. 또한, 6번 트랙 Enter My Subconscious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과격한 트랙으로, 특히 처음에 세가지의 리프가 연속해서 빠르게 휘리릭 전개될 때 데스/스래쉬에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쾌감이 담겨있다. 퀄리티 높은 리프를 필요에 따라 거침없이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대가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밖에도 언급하고 싶은 장점이 참 많다. 기타솔로의 완성도를 아직도 말하지 않은 실례를 범한 것 같다. 이 앨범의 기타솔로는 기본적으로는 슬레이어나 다크엔젤같은 밴드로 대표되는 카오틱한 스타일인데, 아이러니하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카오스다. 좀 다르게 말하자면 카오틱한 기타솔로가 전달하는 공통된 정서 외에도 추가적으로 그 안에 '정신분열'이라는 테마로 이어지는 이들만의 연주방식이 서려있다. 약간 더 주제에 맞는 멜로디컬함이 담겨있다고나 할까? 하여튼 일반적인 카오틱 솔로보다는 더 발전됐다. 리프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리프로 분류되듯이 기타솔로 또한 '슬레이어나 다크엔젤과 같은 과지만 같지 않은' 솔로로 개인적으로 정의해보려 한다.
대체 불가능한 보컬 Ingo를 아직도 말하지 않은 더 큰 실례를 범했다. 특유의 하쉬함으로 앨범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이 보컬은 단순히 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리프 전개가 그러한 것과 같이 완급조절이 수준급이다. 완급조절을 통해 내지를 수 있는 목소리의 높낮이 폭이 넓고 적재적소에서 완벽하게 잘 들어맞도록 계산하며 부른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이곳에서 몇 가지 리뷰를 작성하긴 했지만 매번 올드스쿨 밴드나 리뷰하고 있고 "지금와서 80년대에 나온 음악을 이런 변방에서 리뷰하는 게 무슨 의미라도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뭔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거처럼 느껴져서 현타가 오긴 한다. 하지만 네크로데스의 2집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넘어 단 하나의 대체불가능한 유일뮤이의 앨범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 한번 리뷰를 해볼 가치가 차고 넘친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으로 내가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앞으로 이 앨범을 들을 때 이전보다 더 좋게 들리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되는 데까지 계속 곱씹고 싶기에 기쁘게 시간을 할애해서 이 리뷰를 작성해본다. ... See More
|
Obtained Enslavement –
Soulblight (1998) |
95/100 Apr 9, 2025 |

2집에서 몇 가지는 빼고 몇 가지는 보완시킨 버전이 이 3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음질은 보다 선명해졌고 기타톤이 좀 더 두꺼워졌으며 특히 스네어드럼소리가 잘 안들리던 2집이 이 앨범에 와서는 큰 이상 없이 잘 들린다.
등장하는 악기 갯수가 2집 만큼 많진 않아도 한정된 악기들이 서로 다르게 연주하며 긴밀하게 합쳐져서 어색하지 않게 진행된다. 그렇게 2집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곡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눈에 띈다. 2번 트랙 중반쯤에는 같은 리프를 시간차를 두고 등장시키는데 이런 대위법을 클래식 용어로 푸가 라고 하더라. 충분히 숙련된 작곡가가 사용한다고 하는데 하 여튼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감탄하게 되는 구간이다. 2집에서도 이런 스타일은 선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타이틀 트랙인 Soulblight는 또다른 방식으로 2집과 차별화되어있다. 곡 하나하나에 많은 리프를 때려박던 이전 스타일에서 벗어나 크게 보면 단 3가지의 리프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러닝타임이 7분을 넘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리프 하나하나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데 도가 튼 곡이라 처음 들으면 다른 리프처럼 들려도 여러번 들어보면 다 같은 리프인 걸 깨닫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꽤나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만큼 단단하고 리프 멜로디가 웅장하면서도 과격한 한편 비극적인 느낌으로 서정적이라 몰입하기 쉽다.
멜로디의 서정적인 측면은 3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말하자면 2집보다 멜로디가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억지로 나쁘게 말한다면 단순한 것인데 절대 유치하지 않고 2집에서 드러났던 것 보다 더 고전 클래식 특유의 감성을 입혀보고자 시도한 흔적이 돋보인다. Nightbreed를 들어봐도 알 수 있듯이, 리프 하나 가지고 비극과 희극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표현력과 감성을 지니고 있는 밴드다.
한편 2집에서 돋보였던 공격성이 3집의 마지막곡에도 서려있다. Charge라고 하는 곡 이름 답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듯이 일직선으로 치고나가는 듯한 공격성이 특징으로 키보드의 사용을 많이 자제했다. 2집의 Warlock과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프 하나하나를 표현하는 스킬에는 워낙 경지에 다다른 밴드이다 보니(특히 Charge의 중반부를 정말 좋아한다) 깔 건덕지가 없지만 3집이 2집에 비해 조금 아쉬운건 리프와 리프 간의 연결성 부족이 간혹 드러나고 갑자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끝나는 곡이 많아서 앨범 자체가 약간 조급해보이고 쉴 틈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이 제일 많이 보이는 곡이 The Goddess' Lake지만 이 한 곡 외에 다른 곡들은 심포닉 블랙메탈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씩은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숨은 보석들이다. ... See More
1 like |
Cavalera –
Schizophrenia (2024) |
90/100 Jun 22, 2024 |

솔직히 믹싱이 그다지 맘에 들진 않는다. 녹음하는 동안 막스랑 이고르 사이에 뭔가 트러블이라도 있었나? 왜이렇게 드럼 소리가 과하게 크고 기타가 주눅이 들은 것 같은지... 처음 듣자마자 머릿속에 바로 스쳐간 앨범이 메탈리카 4집이다. 메탈리카 4집은 라스가 막판에 몰래 베이스 소리를 거의 죽여놓은 것으로 아주 유명한데 혹시 이 앨범도?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녹음의 자체의 질은 원본보다 확실히 올라갔어도 더 듣기 좋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고전 작품을 재녹음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당분간이야 자주 듣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원본을 자꾸 찾게 될 것 같다. 아니면 반반 씩 섞어 듣던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거 자체가 이미 나한테는 재녹음반이라는 이 앨범의 정체성이 상당히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근슬쩍 음악의 내용을 많이 건드렸는데 그게 상당히 거슬리는 편이다. To the Wall의 러닝타임이 길어져서 뭐지 싶었는데 끝부분에 이상한 사족을 붙인 건 그냥 이상하다 정도로 넘어갈 수준이지만 Inquisition Symphony에서는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 어디가 긁어부스럼이냐면 이 곡의 후반부에서 다시 초반 리프로 돌아오기 직전에 연결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만든 드르륵 거리는 리프가 있다. 원본의 드르륵 리프는 박자에 맞춰서 초반 리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맛이 일품이었고 그런 역할을 수행했기에 의미가 있는 리프였는데 이걸 재녹음반에서는 그루브감을 더하고 싶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박자를 그냥 갈아엎어버렸다.
막스가 부르는 방식도 좀 맘에 안들어졌다. Septic Schizo에서 세 번 등장하는 후렴구에서 원래 조금씩 다르게 불러서 같은 리프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것도 그냥 똑같은 느낌으로 일관되게 불러버렸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원본 감성을 살리는데 너무 몰두해서인지 심하게 울려퍼져서 마이너스로만 느껴지는데다가 곡들 중간중간에 보컬을 동반한 이상한 곡소리 같은걸 많이 추가해서 솔직히 좀 어지럽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 밖에도 거슬리는 점이 여러 군데 있지만 뭐 그래도 이 고전 명작을 현대적으로 녹음된 버전으로 다시 듣게 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고 또 원본이 워낙 좋다보니 원본을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들을만한 앨범으로 나와준 것 같다. ... See More
3 likes |
Spectral Voice –
Sparagmos (2024) |
100/100 Feb 9, 2024 |

Spectral Voice가 1집이 출시된 지 무려 7년만에 신보를 냈다. 개인적으로 1집을 크게 즐겨 듣지 않았는데 워낙 여기저기서 좋다고 평가받는 밴드다보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모르게 이번 신보의 발매 소식에 큰 기대를 하게 됐다. 심상치 않게 사악해 보이는 앨범 커버와 쿨한 앨범명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번 신보는 내 기대에 딱 부합하는, 극도로 헤비하면서 어두운 음악이 담겨있었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앨범은 꽤나 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1집과 마찬가지로 dISEMBOWELMENT에서 영향을 받은, 클린기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둠데스인건 똑같지만 전작이 러브크래프트적으로 사악했다면 이번 앨범은 직접적으로 반종교적인 주제를 차용한 덕분에 리프 멜로디가 덜 추상적이고 좀 더 단순해졌다. 또 프로덕션은 더욱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도 1집보다 악기가 더 선명하게 들리게 됐다. 특히 드럼 사운드가 아주 육중해진 것이 너무 맘에 든다. 보컬 창법도 살짝 바뀌었는데,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는 산제물 같이 쥐어짜는 느낌으로 부른다. 그래서 약간은 정제된 창법으로 부르던 1집에 비해 광기와 공격성의 측면에서 본작이 더 앞선다.
수록된 곡은 4개밖에 없지만 전체 러닝타임이 45분이 넘어갈 정도로 곡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엄청나고 앞의 두 곡, 뒤의 두 곡이 서로 이어져 있어 부피감 또한 상당하다. 그 중에 다행스럽게도 질질 끈다고 느껴지는 곡은 없긴 한데 더 좋은 곡이 될 수 있었던 몇 가지의 여지를 남겨둔 채 끝났다는 느낌이 있어 아쉬운 부분은 있다. 그 여지들이 단점으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번 신보는 전작에 비해 변화무쌍하지 않아 지루하다는 해외평가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작곡 방식이 바껴서 생긴 차이 때문이다. 전작은 리프의 연결이 자연스럽긴 해도 한 리프가 끝나면 완전히 새로운 리프가 등장하는 방식으로, 매번 새로운 장소를 모험하듯이 흘러간다. 반면 Sparagmos는 다음 리프로 나아가기 전에 앞의 리프와 같이 등장시켜 더욱 물 흐르는 듯 한 전개를 선보이는 순간이 많이 보인다. 예컨대 리프가 이런 식으로 전환된다.
A -> AB -> B
이런 전개방식을 채택해 프레이즈가 상대적으로 더 길어져 그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리스너가 많다. 하지만 덕분에 1집보다 더 엇나간 느낌에 광기로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1집 특유의 차분하게 스멀스멀 기어오는 듯 한 느낌은 그대로 유지됐고, 개인적으로는 더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앨범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면, 본작의 수록곡들은 아무래도 통째로 들을 것을 전제로 작곡된 것 같다. 앨범 제목이 Sparagmos인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산제물이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 혹은 의식 집행자와 관전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기승전결에 맞춰 담아낸 컨셉앨범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흐름에 맞게 4곡이 작곡된 것으로 보이며, 단일곡으로 떼어 들어도 큰 하자는 없지만 연속으로 들을 때의 시너지는 아무래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간이 널널할 때 한 번에 들을 것을 추천한다.
1. Be Cadaver
12분 가까이 되는 대곡이지만 앞의 절반 가까이는 리프 하나로만 전개된다. 물론 그 사이에 미시적인 변화들이 있고 앨범 전체로 놓고 봤을 때 45분 중에 5분 가량의 인트로가 있는 셈이다.
처음엔 클린기타가 홀로 운을 떼다가 디스토션기타가 뒤에서 불길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개입한다. 악기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보컬까지 다 등장하고 난 후에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타가 주법을 바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듯이 음산하게 저음 트레몰로 피킹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그렇게 5분을 넘겨 조금 지나면 모든 악기가 멈추고 앞서 연주되던 트레몰로 리프를 좀 더 빠르게 연주하며 홀로 남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이후부터는 리프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탄다. 적절한 타이밍에 첫 리프로 회귀하기도 하고 드럼이 더블베이스와 탐을 세차게 두들기면서 무저갱 속으로 처박힐 듯이 헤비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지루할 틈 없이 연주를 이어나간다. 황량한 멜로디의 클린기타를 앞세운 리프를 끝으로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이어질 준비를 한다.
앨범의 컨셉에 맞춰 감상을 말해보자면, 제물이 될 자가 희생의 재단에 이르는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면서 공포를 맛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곱씹는 것 같은 곡이다. 음악적인 표현력이 대단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여러가지 리프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절망적인 분위기의 표현에 가속력이 붙어 정말로 좋다. 좀 문제가 되는 구간이 있다면 리프 하나로만 진행되는 첫 5분인데 리스너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꽤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질질 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당장 이들의 정신적 지주인 dISEMBOWELMENT의 A Burial at Ornans만 들어봐도 역체감이 들을 것이다. 악기를 순차적으로 등장시켜 반복적인 느낌을 줄이고 도중에 기타가 주법을 바꾸기도 하고 드러밍도 기계적인 반복은 아니라서 적어도 무미건조한 구간은 아니라고 본다. Enslaved의 Norvegr 급이 아니다 뿐이지, 이런 류의 곡들 중에서는 최상급에 해당된다.
2. Red Feasts Condensed Into One
앨범의 하이라이트. 재단에 도착한 제물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신체를 찢어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것 같은 광기의 대곡이다. 그 표현력과 분위기도 대단하지만 작곡을 특히 잘해서 러닝타임이 제일 긴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 집중하게 만든다. 본 앨범에서 비슷한 러닝타임을 가진 마지막 곡은 물론이고 1집의 13분짜리 곡인 Visons of Psychic Dismembermemt와 비교했을 때도 훨씬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 전개 과정을 풀어보면 일단 다음과 같다.
intro-a-a'-a''-b-c-d-a'''-e-outro
메인이 되는 리프 a를 무려 네 번에 걸쳐 기승전결의 흐름에 맞춰서 조금씩 다르게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뒤로는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배치해 깔끔한 서사가 될 수 있게 울타리를 형성한다. 또 곡의 중심(d)에 분기점을 만들어 긴 러닝타임동안 집중력과 중심을 잃지 않게 지탱시킨다. 프레이즈가 둠데스답게 긴 편이지만 리프의 음정 변화와 드러밍의 변주 등을 적재적소에 넣어 미시적인 변화에 신경을 많이 쓴다.
먼저 이전 트랙에서 바로 이어지는 인트로는 과격한 리프와 함께 블래스트 비트로 빠르게 몰아붙인다. Be Cadaver에서는 이렇게 빠른 구간이 없었기 때문에 리스너로 하여금 순식간에 다음 곡에 정신을 집중시키기 딱 좋다. 인트로 뒤에 바로 등장하는 a는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주술적이면서도 헤비한 리프다. 너무 단순한 리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뒤로 살을 붙여나가며 점차 진화하기 때문에 그 성질상 단순하게 가는 편이 더 좋다고 보고 밴드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본다.
a 다음으로 기타만 남겨두고 주법을 트레몰로로 바꿔 연주하면서 최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a'가 등장한다. a'는 단순히 다른 악기를 빼고 주법만 바꾼 버전이 아니라 음을 아래로 찍어누르던 a와 반대로 위로 솟아오르는 듯 하게 바꾼 것이 큰 차이점이다(동시에 더 깊게 찍어누르기도 한다). 물론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광기로 가득 차있다.
a''는 a의 리프를 클린기타로 바꿔 연주하되 백킹 리프로 떼어놓고, 클린기타를 한 대 더 등장시켜 그 기타가 황량한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리드하도록 하며 b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초반부의 끝이다. 인트로를 빼면 리프 하나만을 사용하지만 지겹게 반복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의식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시각적으로 그려지면서 여러 체험을 가능케 한다.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려보자면 재단의 탁자 위에 올려져 손발이 묶이는, 느긋하면서도 살떨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
b는 a''의 리드 멜로디를 기괴하게 꼬아놓은 것 같은 리프다. 템포는 블래스트 비트를 동반해 다시 과격해진다. 한 프레이즈 뒤에는 리프의 음정을 한 차례 높이고 사운드 채널까지 빙빙 돌려가며 프로듀싱의 힘을 동원해 정신을 더욱 혼탁하게 만든다. 손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제물이 공포에 사로잡힌 감정상태를 묘사한 것 처럼 느껴진다. 이후 본격적으로 의식이 진행되기 전의 비장한 리프 c를 지나 곡의 중심인 d에 이르게 된다. d는 앰비언트 구간으로, 곡의 중심부이자 후반부로 나아가기 전 환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이 구간이 있기에 a가 한 번 더 재활용되어 다시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의식 참여자들이 단체로 흔들어대는 것 같은 방울 소리와 트럼펫 소리 등으로 가득 채우며 한바탕 거하게 의식을 치루고 나면 본격적으로 a'''가 등장하면서 후반부가 시작된다.
이번엔 클린기타를 활용하진 않지만 원래의 리프를 보다 빠르게 연주하며 불길함에 박차를 가하고 뒤에 새로운 리프 꼬리표를 붙여넣는 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새로 추가된 리프는 따로 언급해도 될 정도로 프레이즈 내에서 상당히 공간을 차지하지만 독립된 리프로 분류하기엔 너무 애매하고, 어디까지나 a를 보조하는 식으로만 쓰인다고 봐야 맞다. 대신 a와 같이 붙어서 전개되기 때문에 똑같은 리프가 반복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한 번 반복될 때마다 드럼소리가 거꾸로 재생되는 것 같은 효과를 넣어주기도 하는 등, 미시적인 변화들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지루할 일은 없다. 또한 가장 헤비하게 찍어누르면서 점차 느려지는 구간이라 의식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리기에 알맞다.
a''' 뒤에 악기들이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리프 e의 클린기타 버전이 먼저 등장해준 후에 본격적인 e가 전개된다. 절망적이면서도 장렬한 멜로디의 리프이며, 백킹 리프를 연주하는 기타가 나중에 따로 남아 멜로디만 살짝 변경해 그대로 아웃트로의 리프로 활용된다. 아웃트로의 리드 기타 연주 구간도 따로 있어서 e의 연장선으로만 그치지 않고 독립된 아웃트로로써 역할을 수행한다.
개인적으로도 둠데스 장르에서 12분이 넘어가는 대곡 중에 이정도로 집중이 잘 되고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곡은 이게 처음이다. 곡 길이에 비해 리프 갯수는 많지 않아도 하나의 모티브(a)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켜 구조에 단단함을 부여하고 리스너가 이해하기 쉬운 서사를 제공하면서 인트로, 아웃트로, 앰비언트 중심부라는 세 개의 철근을 박아넣어 완전무결한 곡이 됐다. dISEMBOWELMENT의 대곡에서 발견됐던 단점들을 극복하면서 악기 활용은 물론이고 20년 세월동안 발전한 프로듀싱 기술력을 음악의 내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적극 활용하기까지 해, 이들이 단순한 선대밴드의 카피캣으로만 남을 그릇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주는 명곡이다.
3. Sinew Censer
후반부의 시작을 담당하는 곡이다. 앨범 전체로 놓고 봤을 때는 기승전결의 '전'에 해당하는 곡으로, 그에 걸맞게 7분대의 짧은 곡이지만 가장 변화무쌍하고 멜로디가 화려하면서 사타닉하다. 이러한 이유로 앨범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데스메탈스럽다. Red Feasts 에서 사지가 다 잘려나간 제물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사경을 헤매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곡이다.
단일곡 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Be Cadaver보다 더 좋게 느껴지고 많은 리프가 등장해서 가장 호불호가 덜 갈릴 곡이지만 어딘가 2%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Be Cadaver가 Sinew Censer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다음 곡과의 연계나 앨범 단위의 진행에 있어 더 납득이 되는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앨범 단위로 들었을 때 가장 시너지를 많이 받는 곡이 바로 Be Cadaver다.
한편 Sinew Censer는 '전'에 걸맞게 과격하다는 점은 좋지만 '결'과 이어지는 매끄러운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끝나버렸다는 느낌을 준다. 간단한 아웃트로 리프 하나 정도만 넣어줬어도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일순간 확 하고 풀려서 '결'을 여운을 남기는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대표적인 예시로 Burzum의 Hvis Lyset Tar Oss가 있다. 똑같은 4곡 구성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것을 취향의 영역으로 여길 정도로 눈에 띄는 단점은 아니라는 점이다.
4. Death's Knell Rings in Eternity
Red Feasts Condensed Into One와 러닝타임이 거의 똑같은 곡이지만 아쉽게도 내용물의 퀄리티까지 똑같진 못하다. 그래도 여전히 좋고 앨범 클로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제물이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 스쳐가는 주마등을 표현한 것 같은 곡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리프들이 차례차례 나열되듯이 곡이 진행된다.
등장하는 리프의 갯수 자체는 Red Feasts보다 2배 가량 더 많지만(알파벳으로 분류하면 i까지 나온다) 퀄리티는 리프 갯수에 따라오는 기대만큼 보답하지 못한다. 1집에서 느꼈던 단점들을 여기서 일부 느낄 수 있었달까. 일단 중반부까지는, 더 쳐주면 3분의 2 구간까지는 정말 좋다. 리프를 적절히 재활용 하기도 하고 러닝타임 중간지점에 이르기까지 리프 연결의 자연스러움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베이스 솔로연주 구간 이후부터 진행되는 후반부는 분명 진행이 어색하지 않은데도 살짝 안일하게 이어붙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진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템포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는 리프가 많고 반복이 없는 구조를 가진 곡들은 템포 조절이 생명이라고 보는데, 경험상 이런 류의 곡들이 템포가 너무 일정하면 리프로 뇌절하는 것 같은 느낌을 항상 받아왔다. 안타깝게도 Death's Knell이 바로 그런 케이스고, 후반부와 크게 차이 없는 초반부가 더 좋게 느껴진 이유는 딱 거기까지가 뇌절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반부의 템포변화가 유동적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이렇듯 마지막 곡의 뒷심이 살짝 딸리다 보니 여러모로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본 앨범의 '결'이 긴 여운을 남기기 위한 용도라고 친다면 앞선 트랙 Sinew Censer의 갑작스러운 끝맺음도 납득이 되면서 Death's Knell의 다소 평탄한 전개 자체도 이해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모든 곡이 최소한 준명곡 이상인 건 맞고 앨범 단위로는 두 말 할 여지 없이 명반이다. 이쯤 되면 dISEMBOWELMENT가 Spectral Voice보다 우세한 점이 이젠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세대교체를 확실히 이룬 것으로 보이며,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언급했던 단점들은 그냥 들었을 땐 절대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들이다. 하나하나 자세하게 뜯어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슬리게 되는 것 뿐이고, 그마저도 어쩔 땐 단점이 아닌 것 처럼 들리기도 한다. 특히 Red Feasts Condensed Into One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100점짜리 명곡이라서, 일단 이것만으로도 모던 데스메탈 중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갈만한 앨범을 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이 너무 취향저격이라 다소 맘에 안들었던 1집을 간만에 다시 들어봤는데 여전히 그 앨범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내 취향때문인건지 밴드의 음악이 2집에 와서 마침내 열매를 맺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다음 신보를 통해 확인해보면 될 일이고, 지금은 그저 이 앨범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즐겨야겠다.
각 곡에 대한 점수
Be Cadaver 97점
다 좋지만 초반부가 살짝 아쉬워서 3점 감점.
Red Feasts Condensed Into One 100점
둠데스라는 장르 안에서는 아마 올드스쿨까지 다 포함해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명곡.
Sinew Censer 97점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아서 3점 감점.
Death's Knell Rings in Eternity 94점
후반부가 어물쩡 끝나는 감이 있지만 전반부는 엄청 좋고, 후반부도 썩어도 준치라 6점 감점. ... See More
2 lik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