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Register
Vektor - Terminal Redux cover art
Artist
Album (2016)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Technical Thrash Metal, Progressive Metal

Terminal Redux Reviews

  (7)
Reviewer :  level 8   90/100
Date : 
이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종합 패키지*라고 하겠다- 예전에 슬립낫이 데뷔한지 얼마안되었을 무렵, 자신들의 음악을 종합 패키지라고 비유한 적이 있었는데, 슬립낫의 오랜 팬으로서 미안하지만 진정한 종합 패키지는 따로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슬립낫 초기작들도 80년대 메탈, 뉴메틀, 랩코어, 스래쉬 메탈, 데스메탈, 등등 여러 장르들의 요소들을 버무린 음악이지만- 벡터의 위의 앨범은 조금 더 노골적인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의 악기연주 실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니 굳이 뻔한 칭찬은 반복할 필요 없으리라- 그보다 특이할만한 점은 다소 의도적으로, 분명히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혼합요소들을 각각 두드러지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잘 조화되게 일체화시키는 방법도 종합 패키지의 한 방법이겠으나, 벡터의 2016년작인 이 앨범은 아예 각각의 상이한 요소들을 아주 뚜렷하게 잘 드러나게끔 표현했다- 그래서 어떤 곡에서는 테크니컬 스래쉬메탈이 피어오르고, 다른 어떤 곡에서는 드림씨어터나 핑크플로이드 같은 드라마틱하고 세련된 프로그레시브/아트가 솟아오른다- 게다가 앨범 표지는 우주SF를 연상시키는 광대하고 웅장한 이미지까지 보여준다- 70년대에 핑크플로이드가 Dark Side of the Moon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앨범의 처절하게 아름다움과 사이키델릭함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혀를 내둘렀을 것인데- 2016년도에 이 앨범을 접한 사람들도 그러한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을 접했을 때와 거의 맞먹는 감탄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좌우간 엄청나게 거대한 스케일로 아름다우면서도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제대로 뽑아내는, 그러면서도 헤비하고 스피디한- 진정한 종합패키지- 그러고도 각각의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뚜렷하게 부각시킨 수작이다-
2 likes
Reviewer :  level 10   95/100
Date : 
Vektor는 2006년 "Demolition"이라는 데모를 발매하고 2011년 "Outer Isolation"를 발매하기까지 수많은 프로그레시브, 쓰래쉬 메탈팬들에게 주목과 지지를 받은 밴드이다. 특히 "Black Future"는 정교한 짜임새를 갖추고 끊임없이 변화하여 지루할 틈이 없는 앨범으로 메탈팬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5년이 지나고 Vektor는 "Terminal Redux"라는 전작들보다 한 차원 높은 앨범을 발매한다. 내가 전작들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다양한 음악효과를 넣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앨범의 모든 곡들이 어울어져 하나의 대서사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 테크니컬, 프로그레시브하면 다른 메탈장르의 팬들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산만하게 느껴지는 반면에 Vektor의 음악은 중독성있는 리프와 난해한 리프를 줄다리기하여 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해준다. 이런 장점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향신료와 같은 효과를 넣어주니 쓰래쉬, 프로그레시브 팬들을 포함한 모든 메탈팬들이 두팔벌려 환영받는 것같다.

앨범에 담겨있는 콘셉트도 청자들에게 흥미를 돋게해주는데 David DiSanto의 인터뷰에 따르면 10대였을 때 듣던 Rush의 Hemispheres의 가사와 별자리 중 하나인 백조자리(Cygnus)에 흥미가 생겨 약간의 연구를 한 것이 앨범의 콘셉트, 스토리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한다.

이 앨범은 도입부부터 강렬한 가사와 그에 맞춘 폭발적인 에너지는 이 앨범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첫 곡인 "Charging the Void" 처럼) 그 뒤로도 쓰래쉬메탈 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트랙들이 이어지는데 특히 "LCD" 와 "Ultimate Artificer"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같은 속주로 마치 '껍질은 화려하지만 알맹이는 전과 다름없어, 이게 바로 쓰래쉬지'라고 말해주는 것같다. 또한, 쓰래쉬메탈팬이 아니어도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Collapse"는 80년대 쓰래쉬메탈밴드들의 발라드곡을 떠오르게 만들어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최고로 꼽는 곡은 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Recharging The Void"이다. David DiSanto도 이 곡은 언급하며 가장 도전적인 곡으로 수많은 리프를 담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13분 36초의 대곡으로 첫 곡의 원동력이 사그라질 때 즈음, 연료를 재충전하여 에너지를 발산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멜로디 곡선이 자주 변하고 보컬도 연주에 따라 감미롭다가도 괴성으로 변하기도 한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 하모니들도 울려퍼진다. 변화를 가장 많이 주었지만 전혀 산만하지않고 청자도 충분히 따라가서 즐길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해주는 곡으로 첫 곡부터 들었다면 그 배로 느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을만큼 베스트 트랙으로 보기에 매우 적절하다.

우주에서 연주해볼 생각없냐는 농담에 David DiSanto는 무중력에서 연주하는 것은 재밌을 것같다라고 대답했다고한다.
하지만 멤버들간의 불화로 David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탈퇴해버리는 슬픈일이 발생했다. 이 앨범이 Vektor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블랙메탈 팬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받는 Deathspell Omega의 "Paracletus"를 넘어선 2010년대 최고의 메탈앨범이다.

Killing Track : Charging the Void, Recharging the Void
Best Track : Cygnus Terminal, Ultimate Artificer, Pillars of Sand, Collapse
7 likes
Vektor - Terminal Redux CD Photo by BlackShadow
Reviewer :  level 10   100/100
Date : 
장대한 스케일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이 수식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보통의 경우 저 수식어가 붙은 음악은 대부분 투입되는 악기의 스케일 역시 장대한 편이다. 드림 시어터, 오페스, 엑스재팬, 심포니 엑스부터 시작해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네오블이나 페르세포네, 셰이드 엠파이어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적어도 기본적인 밴드구성 외에 키보드나 피아노, 바이올린, 신디사이저 등등 다양한 악기와 사운드를 첨가하여 그 웅장한 스케일과 분위기를 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찌보면 메탈에 키보드를 넣은 시도는 또 다른 메탈의 커다란 발전을 이룩한 위대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고 하면 좋게 말하면 분위기 쩌는, 나쁘게 말하면 설탕발림이 심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즈음에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기에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지극히 심플하고 베이직한 밴드 구성으로 완성된 본작은 누가 들어도 분명 프로그레시브 메탈이기 때문이다. 평균 러닝타임이 7~8분대에 달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곡 구성과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몰아치는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멜로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의 본질을 잃지 않는 리프의 짜임은 2010년대에 나온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심포닉 메탈에 비해 한없이 건조하고 무겁지만, 그 어떤 멜로딕 메탈보다도 화려하고 중독성 있는 앨범을 저 심플한 밴드 구성으로 이룩해낸 것은 감히 메탈이라는 음악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니다. 쓰래쉬 메탈의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는 '금방 질린다'는 점은 본작에도 예외사항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쓰래쉬라는 장르를 영화 '트랜스포머'에 비교하곤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액션이 장식하고 있지만 계속 보다보면 눈이 아파서 금방 질리게 되는 그런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본작은 분명 중독성이 강한 앨범이다. 중반부 트랙 쯤 오면 슬슬 귀가 아파오긴 하지만 막상 마지막 트랙이 끝나고 나면 앨범 리스트를 뒤적거리다 다시 Charging The Void의 폭발력에 끌리게 되는, 청자와 밀당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다.

그래서 본작은 여러 측면에서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쓰래쉬라면 질색을 하던 나에게 메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고, 메탈의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으며, 앞으로는 또 어떤 앨범이 내 생각의 틀을 부숴줄까 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어주었다. 이 다음으로는 어떤 음악을 듣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작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리스너로서는 충분히 행복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7 likes
Reviewer :  level 10   90/100
Date : 
더 익스트림하고, 더 프로그레시브 한 것이 헤비메탈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미래일까? Black Sabbath를 시초로 헤비메탈의 역사가 반 세기 가까이 흘러가는 동안, 이미 헤비메탈의 범주 안에 할 수 있는 시도들은 해볼만큼 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아있는 선택지는 복잡성, 화려함, 공격성을 극한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 즉 익스트림 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융합 외에는 다른 방향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주목 받고 있는 밴드들은 그러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으며, 최초 출발점이 스래쉬(Vektor), 멜데쓰(Persefone), 블랙메탈(Ne Obliviscaris)이든, 결국 익스트림-프록메탈이라는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메킹에서 주목받고 있는 Rivers of Nihil, 국내 밴드 중에는 Dark Mirror ov Tragedy도 이러한 흐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익스트림-프록메탈 장르가 헤비메탈의 바람직한 미래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익스트림메탈과 프록메탈 각각을 둘 다 좋아함에도, 이 둘이 융합된 형태는 듣기에 부담되고 벅찰 때가 많다. 수준 높은 작곡과 연주력에 경외감이 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계속 듣기에는 귀와 정신이 피곤해서 그 음악에 마음이 끌리지는 않게 된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고 화려하거나 공격적인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좀 적당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감당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익스트림-프록메탈의 한계치는 Death의 The Sound of Perseverance 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의 익스트림-프록메탈 음악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으며, Vektor의 Charging the Void도 처음 들었을 때는 또 하나의 과하게 복잡하고 정신 없는 음악일 줄 알았는데(계속되는 뾰로롱?)... 대책 없을 정도의 우주적인 스케일에 서서히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앨범의 시작인 Charging the Void와 마지막인 Recharging the Void의 순환 구조에 – 정확히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함에도 –, 그리고 입체적이고 뛰어난 곡의 구성요소에 매혹되었다. 아직까지는 중간의 곡들에 첫 곡과 마지막 곡 만큼의 끌림을 받진 못했으나, 천천히 계속 음악을 듣다 보면 매력을 발견하게될 것이라 기대한다. 장르, 취향에 대한 호불호를 뛰어넘을 특별함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같은 세대의 익스트림-프록메탈 밴드 중에서 메킹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13 likes
Reviewer :  level 5   95/100
Date : 
소위 빡센 노래 듣는 사람들한텐 웃기게 들리겠지만, 본인은 이 정도의 빡센 노래는 거북해서 오래 듣지를 못 한다. 멀미할 것 같고 두통이 인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는 순간 이 표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1년쯤 간간이 들으면서 느낀 감상도 마찬가지다.
'Insane'
우주로 떠나야 한다면, 필히 챙길 유일무이한 앨범.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구간을 끼적여 본다.

01 Charging the Void
첫 번째 트랙 선정의 탁월함.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내준다.
42초~51초, 1분 2초~1분 12초, 1분 26초~1분 36초의 선율! 바로 이어서 1분 36초부터의 시기적절한 스크리밍을 필두로 2분 5초까지 이어지는 연주는 이 곡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2분 5초부터 드러밍이 곡을 이어주며 2분 19초부터 기타와 깊게 깔린 베이스가 곡을 묵직하게 잡아주며 곡이 진행되는데, 간간이 베여있는 테크니컬한 드러밍이 이 곡을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것 또한 예술적. 슬슬 지루해질까 싶을 타이밍인데 3: 41부터 싱겁지 말라고 절묘한 템포 조절로 간을 잡아주시며 달려주시는데, 이런 잔재미엔 감사할 따름. 4분 38초의 짧게 쥐어짜내는 고음은 실로 괴괴한 목소리로 들려 우주적 이미지를 한 층 덧대어준다.

개인적으로 5분 15초대의 템포를 끌어당기며 감각적인 드러밍이 계속 귀에 잡히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5분 23초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의 우아한 기품이란. 6분 20초부터의 멜로디를 말 안 할 수가 없는데, 상당히 도드라지는 테크니컬한 드러밍에도 불구하고 곡에 멜로디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간 점. 이런 것이야말로 벡터의 매력 포인트라 생각한다. 7분 47초부터 곡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듯하며, 마지막까지 무난하고 깔끔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02 Cygnus Terminal
심심할 때 꺼내듣는 트랙. 44초까지의 인트로가 예술이다. 3분 10초에 들어가면 가슴을 쥐어짜내며 죽고 싶을 정도로 신나지만, 품격을 잃지도 않았다. 마치 잘 정돈된 우주 해적(Space Pirate) 부대의 출연이 연상된다. 4분 51초부터 한 번 쉬어주신다. 5분 46초부터 예술적 구간을 위해 준비하시는데 이 전조도 예술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6분 9초대는, 망망한 우주선에서 한눈에 광활히 펼쳐진 대우주의 절경을 지긋이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경도되는 듯하다. 6분 41초까지의 이 '미친' 우아함이란.

03 LCD (Liquid Crystal Disease)
인트로부터 아주 신나게 달려주셔서 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하여 언제 들어도 사랑스럽다. 이렇게 들뜨게 만드는, 얇지만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는 분위기는 언제고 날 미치게 만든다. 인트로의 기타 리듬부터 범상치 않은데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리고 36초부터 이 곡의 메인 리프가 정체성을 드러내며 훅 치고 들어오신다. 그리고 3분 6초부터 템포를 늦추며 이 곡의 다른 섹터로 진입을 유도하고, 3분 11초부터의 솔로라인은 벡터의 매력을 드러내는데, 이 부분은 가히 '악마적'이다. 4분 56초의 괴성 이후 이 곡은 다시 달릴 준비를 하시는데, 5분 44초부터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신나게 달려주신다. 가사 Have them screened!(개인적으론 '아저씨!' 같이 들리는 몬더그린이 발생했다)을 반복하는 파트에 취하지 않는 자 있으랴.

04 Mountains Above the Sun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없는 연주곡. 언젠가 미디어 속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등장할 것 같다. 암울한 분위기의 비장미가 연상되는데, 현대식 서부극 미장센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곡. 1분 7초부터는 총잡이들이 서로 총을 빼들고 난사하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줄 듯하다.

05 Ultimate Artificer
전곡을 이어 5번 트랙이 진행되는데 곡을 잇는 드러밍의 테크니컬한 전개가 귀를 사로잡는다. 57초~1분 7초의 멋진 연주. 2분 34초~2분 53초의 속주에 은은하게 묻힌 멜로디 라인이 있는데, 속주가 끝난 후엔 더 명확히 들리는 저 멜로디 라인의 분위기엔 정말이지 반해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멜로디 라인이 끝날 땐 3분 12초~3분 27초 구간의 짧지만 테크니컬한 기타 속주가 있는데, 이때의 흉악한 분위기엔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03:51~04:08의 잔잔한 구간은 일품인데, 역시 벡터 다운 구간. 그리고 2초 동안 이어지는 죽이는 기타와 베이스의 연결고리는... 크. 4분 39초의 가사 Ultimate artificer!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되뇌게 되어버린다.

06 Pteropticon
44초부터 본격적으로 질주하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뭐 그럭저럭 괜찮다. 뭔가 보여주나 싶었지만 그냥 그저 그런 02:27~02:49. 03:02~03:48까지가 기분 째지게 해준다. 이 곡 들으면 저 부분의 기타 속주 부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된다. 그 외에는 매력적인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다.

07 Psychotropia
초반부에 그저 맹하니 꿀꿀거리다 끝나려나 했는데, 이 루즈함을 03:02부터 이 깝깝함을 어느 정도 해갈해준다. 03:16의 기타 리프가 이 곡의 아이덴티티가 아닌가 싶다. 04:47~06:09까지 기타와 베이스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대결구도를 만들며 휘몰아치는 광기가 이 곡의 매력 포인트. 이 부분을 제외하고선, 전체적으로 큰 재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6분 8초부터는 기운이 빠져서 맥이 풀린다.

08 Pillars of Sand
미친 도입부. 도입부를 듣는 순간 언제나 미칠 거 같다. (그 이유는 늘 그렇듯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으니까) 48초부터(그리고 1분 40초~, 4분 20초~) 시작되는 저 멜로디는 정말이지... 저 은은하게 베여있는 벡터의 진한 향기를 처음 맡았을 땐 질식해버리는 줄 알았다. 누군가에게 이 밴드가 어떤 색을 가졌는지 한 곡을 들려줘야만 한다면, 이 곡을 추천하겠다.

09 Collapse
Stratovarius - Forever처럼 앨범에 한 트랙씩 껴 넣는 발라드 트랙이 명곡인 경우가 있는데, 이 곡 역시 벡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3분 21초' 저 멜로디는...

10 Recharging The Void
13분 36초의 대곡이지만, 오락거리를 곳곳에 남겨두어 그저 흘려들어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드는 센스 있는 작곡 능력에 감탄.
모든 부분이 수려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즐긴 오락거리를 꼽자면, 2분 45초~2분 50초 / 3분 16초~4분 9초 / 4분 9초~4분 18초, 4분 38초~4분 47초 / 4분 58초~5분 41초. 이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페이즈 2에 돌입하는데, 이 곡의 진가는 8분 4초부터 드러난다. 예술적이다. 8분 34초의 스크리밍에 이어서 연주는 체한 곳을 뻥 뚫어버리며 우주의 장엄함을 열어젖혀 버린다.
10분 10초의 멋진 연결, 그리고 10분 29초부터의 10분 58초까지의 리드미컬한 오락거리(드러밍)를 또 하나 던져주신다. 그리고 11분 17초부터의 곡의 마지막까지 어설프게 호흡하지 않으면서 결승선까지 끝까지 내달려 이 앨범의 그 어떤 트랙보다도 압도적으로 곡을 완주해버리고 마는 괴물 같은 작곡엔 찬사를 보낼 수밖에...
20 likes
Reviewer :  level 13   100/100
Date : 
Particles known only in theory...Within my grasp...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작은 21세기 리바이벌 쓰래쉬의 최종 완성판이자, 90년대 이후 시도된 모든 익스트림 메탈 장르의 정수가 축적된 엑기스와 같은 앨범이다.

특유의 난해함을 잃지 않으며 한치앞도 알 수 없는 화려한 구성미를 바탕으로 청자를 압도함과 동시에 쓰래쉬 특유의 폭력성, 힘, 그리고 리듬감을 한 폭의 명화처럼 담아놓은 최고의 앨범이다.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온갖 호들갑떨면서 '명작', '걸작' 소리하던 크로스오버 익스트림 메탈 앨범 가운데서 오랜 시간 청자들의 귀와 뇌에 각인이 된 작품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그래서 오페쓰가 위대한거다.) 사실 이건 그네들이 작품을 영 못만들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익스트림 메탈 본연의 성질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가 익스트림 메탈을 이성적인 감상으로만 평가하나. 듣는 순간 폭발할듯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야 말로 익스트림 메탈의 raison d'etre (존재 이유)임이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초심자에게 프로그레시브와 익스트림 메탈의 결합은 어색함을 넘어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돌도끼로 사슴 찢어먹는 원시인에게 하버-보쉬법에 대한 특강을 펼치는 느낌이랄까. 원시적인 공격성과 정제된 지성의 결합이란 사실 대부분의 경우 부조화로 끝이 나는 것이 역사의 결과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세상을 바꾼 역사적인 순간은 그러한 부조화에 대한 아이러니한 결과로부터 나타났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익스트림 메탈의 결합이야 말로 메탈계에 나타난 가장 절묘하고도 위대한 순간이라 단언한다. 두 장르의 결합은 메탈이란 장르의 수명을 영원으로까지 승화시켰고 한계성이 뚜렷하던 메탈계에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본 앨범은 그 위대함이 낳은 또 한 명의 자식이다.

너무나도 꽉 짜여있어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리프들의 향연 사이로 쉴 새없이 긁어대는 신경질적인 보컬. '이만하면 숨쉬어도 되겠지'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조차 뒷통수를 때려버리는 질주감. 그리고 상당한 멜로디감까지. 이 앨범을 10회 청취한 결과, 나는 본작에서 어떠한 결점도 찾을 수 없음을 깨달아버렸다. 음악적으로는 더 이상 언급할 부분이 없다. 감히 어떠한 첨언을 더 하는 것이 이 앨범의 가치에 대한 훼손이다.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도 이 앨범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는 바로 이 앨범이 컨셉 앨범이라는 점이다.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우주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 다소간의 판타지적인 면도 가미가 되어있다. 본 앨범 컨셉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 사이트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대체적으로 '우주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우주 먼지 형태를 하고 있는 Alshain이란 고대의 힘을 빌어 불멸자가 된 뒤 자신을 조난당하게 만든 Cygnus라는 집단을 파괴시킨 후 우주의 균형과 과학의 번영을 위해 적절한 자격(?)을 갖춘 Cygnus의 잔당들과 불멸자들이 된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재밌는 것은, 해당 해석에 따르면 결국 주인공과 같은 '불멸자 집단' 역시 최후를 맞는다는 것이 본 앨범의 결론인데, 그 최후가 자폭(?)에 의한 것이란 것과 그에 대한 이유가 '싸움 이외에는 더 이상 다른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라는 점이다. 의미심장한 메세지다.

좀 더 확실한 앨범의 전체적인 의미는 다소간의 시간을 갖고 연구가 필요한 듯하다. 안그래도 난해한 메탈 앨범 가사인데, 이런 심오한 의미를 갖고 써놓으니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한테도 참 거시기함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확실한점은 아마 이런 복잡한 의미를 갖고 있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지속해서 이 앨범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란 점이다. 워낙 매력적이고 마성적인 앨범이라 귀에서 떼어놓을래야 없을테니까. 참으로 오랜만에 두고두고 지켜볼 앨범이 나왔다.

한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하면 Vektor가 벌써 3연타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세상에 영원한 전성기는 없는 법인데 Vektor에게 조차 이런 시기가 올까 벌써부터 두렵다. 차라리 이들이 미친 작곡실력 알고리즘을 내재한 알파고라고 믿고싶다. 그러면 기복없이 매번 쩌는 앨범으로 팬들을 감동시켜줄테니까. 그만큼 이들에 대한 경외와 기대감은 이미 엄청나다. 바야흐로 이 들도 거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22 likes
1 2
Info / Statistics
Artists : 46,097
Reviews : 10,027
Albums : 165,420
Lyrics : 216,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