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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sm - A Conscious Creation From the Isolated Domain - Phase I cover art
Artist
Album (2017)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Death Metal

A Conscious Creation From the Isolated Domain - Phase I Reviews

  (2)
Reviewer :  level 20   75/100
Date : 
엄청난 찬사를 받는 밴드, 무려 햇수로 9년만에 내어놓은 신보, 그리고 완벽에 가까웠던 전작들.

​하지만 전작에서 보였던 '전 곡이 비슷비슷한 구성'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바로 전작에서는 Vault to the Voyage, The Mission/Arrival to Hopeless Shores (Calling The Paranormal Abysm) 등 걸출한 두 트랙이 이들의 그런 강력한 자기방어막(이자 한계)를 균열내고 깨트려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이 2017년 신보에서는 그만한 도전은 볼 수 없었다.

물론 이 앨범 내에서도 각 챕터별로 고르게 분배된 트랙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Chapter III: Mind Domain Substance Layer 파트이다. 전체적으로 '언제 다음 곡으로 넘어갔지?' 할 정도로 특색이 없어진 가운데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귀를 쏟게 만드는 트랙들이 7번 곡과 9번곡이기 때문이다. (사실 각 사운드는 챕터와 그 타이틀에 대한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좋게 말해 일관적이다.)

​아마 베스트 트랙을 꼽으라 한다면 7번 트랙일 것이다. 이 트랙에 와서는 도입부를 제외한다면 이들에게 주어진 '데스메탈'이라는 장르적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초반부와 후반부의 감성 넘치는 플레이를 보자, 데스메탈이라고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는 이자카야에서 와사비 걷어낸 스시를 먹고 다이스키를 외치는 마티 프리드먼이 생각난다.)

물론 나는 데스메탈의 원칙주의자도 아니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지만 이 트랙에 대해서는 환호와 더불어 기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데스메탈'이라는 장르 내에서의 기교와 변칙적 전개가 넘치는 캐즘이었지, 이렇게 온전히 연주곡만을 들고 온 '장르' 구분이 애매한 캐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스트레이트한 부분에서 어우러지는 기타 아르페지오 전개도 데스메탈 보다는 오히려 후기 IMMORTAL이나 ABBATH의 창작물이 떠오를만한 (이 부분은 전작에서도 느낀 바 있다.) 사운드를 들려주기에 점점 더 장르적 아이덴티티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 메탈의 장르에서 이 보다 '연주곡 앨범'으로 뛰어난 것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생각한, 데스메탈의 범위내에서 아득할 정도로 신비롭고 또 현란하면서도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던 캐즘은 이젠 없다. 이 9년만의 앨범을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황망스럽다. 물론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적어도 음악적으로 전작의 결과물이 이 앨범보다 훨씬 고급스러웠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캐즘이니까.'는 여태 그 탄탄한 연주실력과 특유의 분위기에서 나온 인정이지만 앞으로는 다른 의미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렇게 써 놓고도 또 언젠가 캐즘의 신보가 나온다면 구하게 되겠지.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 더 아쉬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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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sm - A Conscious Creation From the Isolated Domain - Phase I CD Photo by 똘복이
Reviewer :  level 10   90/100
Date : 
인류 음악 문화에서 최극단을 추구하는 익스트림 계열의 양대 산맥은 단연 데스메탈과 블랙메탈이다.
물론 정통계 본류 데스, 본류 블랙메탈보다 더 극단적인 장르인 드론메탈, 브루털 데스메탈, 그라인드 코어 등이 있긴 하지만, 뮤지션들의 평균적인 작곡 능력이나 연주력, 철학적 고뇌와 작법의 복잡성 등의 측면에서 봤을때 그 가치는 본류 데스, 본류 블랙메탈이 압도적으로 높다.

인간사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해 왔듯이, 인간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길을 걷는 것이 삶의 진실이며, 인생이란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행복"이라는 수천년간 누구도 정의하지 못한 형이상학적인 단어를 만들어 그것이 인간의 지향점이라고 전제한뒤, 덧없는 추구를 하곤한다. 메인스트림 음악과 팝음악, 째즈음악 등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바로 이 행복을 엮어내려 애쓴다. 사랑을 노래하고, 즐거운 춤을추고 그 무아지경 와중에 행복의 답을 찾아 헤맨다. 우울을 노래하는 팝음악 계열인 포스트락 밴드일지라도 기저에 깔린 의도는 멜랑콜리한 감수성에서 오는 청자와의 동질감과 위로, 그 후엔 궁극적으로 행복으로의 재추구를 겨냥한다.

물론 이것들이 절대적으로 잘못된건 아니다. 이러한 행복 추구의 과정에서 표면적인 쾌락을 느낀다면 그 의의는 분명 충족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탐구에는 소홀하다. 인간의 심오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역사적으로 무수히 반복된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마주하게 되고, 이는 아주 흉악하기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여기서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정면으로 파해지고 분석하며, 대담히 마주한것이 데스메탈, 블랙메탈이다.(클래식 또한 이것에 가깝지만 데스메탈과 블랙메탈이 표현과 발상에 있어서 비할수 없이 더욱 노골적이다.) 그렇기에 데스메탈과 블랙메탈이 인류 문화 전체를 통틀어 매우 중요한 음악 장르라고 평가한다. 거칠고, 폭력적이고, 신성모독적이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지성(知性)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가치있는 앨범이란, "본류"의 한정된 몇 앨범에 해당되는 얘기고, 안듣느니만 못한 저질 밴드가 판을 치는것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맥시코출신 미국 데스메탈 밴드 The Chasm은 바로 여기서 말하는 본류, 정통파 데스메탈의 파이오니어다. 이들은 오컬트와 신비주의에 기반한 기묘한 분위기의 데스메탈을 보여주는 밴드이며, 앨범 한장 한장이 데스메탈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명반 콜렉션이라고 볼 수 있다. The Chasm이야 말로 데스메탈의 정의, 데스메탈의 우주 그 자체다.

그들의 활동기간은 90년대 초반부터였으니 꽤 오래됐지만, 해가 갈수록 더욱 날선 감각과 진보된 연주력으로 더욱 깊이 있는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8년전의 전작 Farseeing the Paranormal Abysm에서도 메탈 역사상 최고 수준의 데스메탈을 펼쳤지만, 본작 A Conscious Creation From the Isolated Domain - Phase I에서는 일반적 궤를 달리하여 과감히 "인스투르멘탈" 앨범을 시도, 데스메탈의 집대성과 같은 위대한 연주를 펼쳐 보인다. 전작이 두말할 필요도 없는 메탈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반이였기에, 본작에서 보컬을 제외하고 연주에 집중한 색다른 차별화를 보여준건 응당 현명한 선택인것 같다. 물론, 이들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봤을때는 단순히 의도적인 음악적 차별화가 아닌 어떤 철학적, 신념적 이유가 분명히 있을것이다. 할 말이 있고 어떤 이유가 있기에 인스투르멘탈 앨범을 냈다는 것이다.

본작에선 앞서 말한대로 허쉬보컬이 전혀 없지만 신묘하게도 그 어떤 데스메탈보다 더욱 더 데스메탈적이다. 한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의 데스메탈 연주를 통해 간결하면서도 "이세계(異世界)의 묘사와 탐구"라는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것은 인간 내면의 통찰임과 동시에 다른 우주를 탐험하는 긴 여정이다. 곡의 길이는 이들 기준으로 많이 긴건 아니지만, 그만큼 작법이 다변적으로 흐르며 화성적 다양성도 굉장해서 기본적으로 듣는 재미가 확실히 있다. 이들답게 시종일관 다이나믹하고 밀도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며 신비주의 테마의 진정성을 고취시킨다.

결론적으로 본작은 2017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고, 본류 데스메탈의 정통성을 오랜만에 완벽히 계승한 역작이라고 본다. The Chasm의 A Conscious Creation From the Isolated Domain - Phase I은 이 자체로 데스메탈의 표본적 사료로서 연구될 가치가 분명히 있다. 이 세상것이 아닌 것을 그려내는것,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며 거장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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