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cal Difficulties는 두 번째 앨범으로부터 10년이 넘게 흘러서야 나온 Racer X의 세 번째 앨범이다. 그동안 밴드를 주도했던 Paul Gilbert는 알다시피 Mr.Big에 여념이 없었고, Scott Travis 역시 전설 Judas Priest의 전속 드러머로서 열띤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Jeff Martin과 John Alderete도 앞서의 두 멤버만큼은 아니지만, 독자적으로 충실한 활동을 해나갔다. 밴드가 다시 시동을 건 것은 Paul Gilbert가 Mr.Big에서 몸을 빼고난 뒤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을 여유가 생긴후부터였다. 그가 밴드 활동을 재개하면서 10년전 놀라운 테크니션으로 Heavy Metal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Racer X는 십 년만에 정규 앨범을 제작했다.

개인적으로 Racer X가 앞서 발표한 두 작품들은 그렇게까지 감명깊은 앨범은 아니었다. 밴드 멤버들이 펼치는 고도의 연주 테크닉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앨범 자체에는 그리 쉽게 몰입하기 힘들었다. Paul Gilbert보다 좀더 빨리 속주 기타리스트로서 이름을 날렸던 Yngwie Malmsteen의 초기작들에 열광했던 것에 반해 Racer X의 작품들은 쉽게 귀가 허락하지 않았다. 밴드 구성원의 총합으로는 Deep Purple, Rainbow만큼이나 복잡하고 Yngwie Malmsteen 밴드보다 좀더 내실이 있지만, 이들이 뭉쳐서 작품을 만들어내면 어째 그 명성에 모자라는 작품만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동급으로 여겨지는 Yngwie Malmsteen보다 역량면에서 뒤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평가를 수정하게 된 것은 Technical Difficulties를 접하게 된 뒤부터다. 지금 역시도 이 앨범을 Yngwie Malmsteen의 초기 걸작들 만큼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Paul Gilbert라는 아티스트를 테크니션으로서만 평가하는게 아니라, 메탈 뮤지션으로서 좀더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Technical Difficulties는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들에 비해 좀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앨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은 수많은 기타 키드들을 설레게 했는데, 프로 기타리스트를 지망하는 플레이어들은 꼭 한번쯤 연주를 해 보는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을 좌절케한 어마어마한 난이도로도 유명하다. 보통 셀프 타이틀 곡의 거창한 연주력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 전곡이 뛰어난 멜로디와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Fire Of Rock이나 Miss Mistreater, Waiting도 어디서 빠질 곡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