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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elia -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 cover art
Artist
Album (2010)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Doom Metal, Gothic Metal, Ethereal Wave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 Reviews

  (5)
Reviewer :  level 10   75/100
Date : 
내가 블랙메탈에 입문하고 얼마 안지나서 이 앨범이 발매됐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국내 메탈 리스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노래가 좋다 아름답다 물고 빨아서 침냄새가 아직까지 빠지지않고 콧구녕 주위에 시큰거리는데 개인적으로 한국밴드라서 뭐 더 좋은 점수를 주기엔 좀 그렇고 그 때 당시에 들었을 때도 지금도 엄청 좋다는 느낌은 받지못했다.
국내 영화에 보면 한 번씩 한국 신파 넣겠다고 억지 눈물즙 유발하는 장면을 끼워넣은 느낌이라 이게 외국에도 먹힐까하는 생각이 들긴한다.
나쁘게 평가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나쁜 음악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는 정도지, 곡들 자체는 괜찮은 편이니 감수성이 짙어질 새벽녘에 한 번 쯤 들어보길 권해본다.
정규앨범 하나만 더 발매했더라도 좀 더 이 장르에 대해 진지하게 입문해봤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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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elia -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 CD Photo by IntotheBlack
Reviewer :  level 6   100/100
Date : 
꿈속에서 안개 자욱한 호수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와중 주변의 바람소리나 풀잎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느낌.

딱 제가 이 앨범을 청취하고 나서 받은 느낌입니다. 그만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보컬분의 가녀린 목소리가 긴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할만큼 귀를 편안하게 잡아주네요. 그로울러 보컬분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자칫 무기력하게 늘어져 졸음이 쏟아질만한 부분을 다시 끌어올려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세션파트에 관해선 직접 들어보시는게 제가 받은 느낌이 '아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바로 아실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생략하겠습니다.

여담으로 평소 슈게이징이란 장르에 관심이라곤 없던 제가 My Bloody Valentine 포함 여러 슈게이징 밴드를 찾아보게 될 정도로 슈게이징로써의 매력도 잘 표현해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들은점이 많기도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앨범이기도 해서 100점입니다.

(코멘트가 길어져 리뷰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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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4   100/100
Date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봄

2003년 경(윤태경, 鏡)에 의해 결성된 오필리아는 스스로를 ‘몽환락’ 밴드로 칭하며 숱한 멤버 교체 끝에 2010년 데뷔작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를 발표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고딕 및 둠 메탈뿐 아니라 슈게이징, 포스트록적인 면모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이 앨범은 발매 10주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에게 숨겨진 명반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본-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콘셉트 앨범은 러닝 타임이 80분에 육박하는 대작으로, 한 개의 CD에 담아낼 수 있는 거의 최대치를 담아내고 있다. 또한 개별 곡명 앞에 1월부터 13월까지의 달 이름을 붙임으로써 시간과 계절의 흐름, 그리고 순환을 표현하고 있으며,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꿈과 환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개별 곡에 대한 감상 및 가사의 내용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 뒤, 앨범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들과 작품의 음악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루는 순으로 적어볼 것이다.

몽환적인 인트로로 앨범을 시작하는 1월 몽중몽 뒤의 2월 거울호수는 대개 앨범 초반부의 곡들이 그렇듯 캐치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는 앨범의 대표곡이다. 무게감 있는 디스토션 기타와 공존하는 건반의 부드러운 멜로디로 단번에 귀를 사로잡으며, 평온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꿈의 한복판에 있는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가사를 살펴보면 앨범에 등장하는 화자인 ‘나’는 내면의 슬픔과 고독을 지닌 존재로, 기나긴 꿈의 환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잔잔하게 읊조리는 메인 보컬 유이(Yui)의 목소리는 곡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며 몽환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반면 이러한 보컬 스타일이 가사전달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목소리가 꿈이라는 흐릿하고 모호한 무의식의 영역이 주는 느낌을 더욱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면모는 이후에 간간히 등장하는 남성 보컬의 속삭임과 그로울링 등에서 더욱 부각되었다.

3월 봄에서는 제목 그대로 봄의 따스한 느낌을 부각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봄을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서 부조화를 느끼는 ‘나’는 고독 속에서 무력감에 빠진다. 또한 앞서 언급한 남성 보컬이 등장하며 몽환적인 느낌을 더욱 부각하는 한편, 곡 전반에 걸친 잔잔한 서정미로 은은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4월 마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록 사운드를 배제하는 대신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발전시키며 더욱 큰 무력감에 빠지는 자아를 표현했다.

본(本)의 시작을 알리는 5월 깊은물속은 앞선 분위기를 이어받아 곡을 느리고 은은하게 전개시켜나가며 무력감과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물속으로 내던지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무의식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그려낸다. 더욱이 스렁스렁 이라는 우리말을 이용한 후렴구와 무거운 그로울링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보컬 스타일이 등장해 듣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마찬가지로 6월 밤의노래 역시 조용한 속삭임과 그로울링을 오가는 남성 보컬이 더해지며 보다 어두운 느낌을 조성하기도 했다. 또한 가장 무겁고 장중한 둠 메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더욱 깊고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로 파고드는 것 같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반면 7월 허우적은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마침내 무의식의 끝에 도달해 모든 슬픔도 고통도 잊어버리는 경지에 다다른 ‘나’를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 곡의 분위기 메이킹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앨범 내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수준이었다고 느꼈다. 곡의 가사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물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완벽하게 구사해냈다고 본다. 또한 곡 후반부에서 분위기가 살짝 변한 뒤 유려한 기타 솔로가 등장하는 부분 역시 본작에서 손꼽을 만한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이후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어받아 곡 간 다리 역할을 하는 8월 안개숲에서 ‘나’는 자아를 완전히 망각하게 된다.

한편 햄릿의 등장인물이자 이들의 밴드명이기도 한 9월 오필리아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명화 오필리아를 청각화한듯한 곡으로, 건반과 현악기를 적극 활용해 쓸쓸함과 처연함이 극에 달한 느낌을 만들어내며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겨 준 곡이었다. 또한 직전 곡 8월과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앨범의 유기적인 구조를 더욱 강조하는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뛰어남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결(結)을 시작하는 10월 정적은 제목처럼 고요한 분위기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정적의 순간을 묘사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10분이 넘어가는 본작 최대의 대곡 11월 동상이몽에서 마침내 ‘나’는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모든 고통과 고뇌를 잊어버리고 홀로 평온을 찾을 수 있었던 순간을 준 꿈이었지만, 결국 모든 꿈에는 끝이 있기 마련, ‘잔인한 아침의 햇살’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잠을 깨우게 된 것이다. ‘나’는 잔인한 현실에서 벗어나 계속 꿈을 꾸고 싶어하지만, 잔인한 현실은 결국 달콤했던 환상으로의 영원한 도피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꿈과 환상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는 절정의 부분답게 이 곡은 가장 변칙적이고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을 보여준다.

길었던 꿈에서 깨어난 화자는 잔잔한 연주곡인 12월 걷다 기억하다에서 그동안의 꿈과 환상을 기억하며 되짚어 본 뒤, 마침내 13월 원점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온 ‘나’는 쓸쓸함과 고독을 떨쳐내고 이전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삶과 생명에의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 곡의 제목이 ‘원점’임에도 ‘1월’이 다시 붙는 것이 아니라 ‘13월’인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는 꿈에서 깨어나 잔인한 현실의 출발선 앞에 서지만, 더 이상 쓸쓸함과 고독으로 고통받던 존재가 아닌 꿈과 환상을 통해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재탄생하게 된 새로운 ‘나’로서 새로운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미를 장식하는 곡답게 이 곡도 마찬가지로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앨범 초반부와 겹쳐지는 수미상관적 구조와 함께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련하고도 희망적인 분위기로 진한 여운을 남겨 주며 앨범을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이처럼 기나긴 꿈을 통해 삶의 교훈을 얻는다는 형식은 소설 구운몽이나 고사성어 남가일몽에 관련된 설화 등등 오래전부터 등장해왔다. 한편 이 앨범에서 그려진 꿈의 세계는 영롱한 호수와 따스한 봄부터 시작해 깊을 물속을 지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숲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나타난다. 앨범은 꿈이라는 환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 화자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내면의 깊은 슬픔과 고독을 지니고 있는 화자는 꿈속에서 봄의 따스함에 무력감과 공허함을 느끼며 덧없는 삶에 환멸을 느낀다. 이에 더욱 깊은 무의식의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어 간 화자는 모든 것을 내버리고 마침내 평온함만을 느끼는 무의 상태에 들어선다. 하지만 어느새 다시 찾아온 잔인한 현실은 달콤했던 꿈과 환상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화자를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화자는 꿈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삶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앨범이 마무리된다.

이러한 앨범의 전개는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해 볼 여지를 남겨 주고 있었다. 앨범 마지막에 목탁 소리가 흘러나오며 끝맺음을 한다는 당연한 점 외에도 본작에서 많은 불교적 영향이 느껴지는 소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앨범의 기본적인 구조는 월별로 흐르는 사계절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이 속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 존재는 끊임없이 괴로운 삶을 반복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의 기본 교의 중 하나인 윤회를 떠올리게 들었다. 그 예시로 3월 봄의 가사 중 일부인 “시간의 무심함과 인과의 굴레 속에 과거의 어리석음 그대로 반복하며 / 같은 자리를 맴돌며 달라지지 않는 나의 모습 멍하니 바라본다”라는 대목은 고(苦), 즉 삶의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윤회의 틀 안에 갇힌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이 앨범의 구조를 살펴보면 언뜻 보기에 한 번의 꿈으로 끝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 트랙 13월 원점에서 언급된 ‘기나긴 여행’, ‘수많은 나의 영혼’, 그리고 ‘영원한 순환’과 ‘끊임없는 소멸의 세계’등을 고려해 보면 꿈속이 그려지는 1월부터 11월에 이르는 부분은 오직 한 번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꿈의 일부임에 불과한 것이라고도 추측해 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또한 1월의 제목이 몽중몽이라는 점, 다시 말해 처음 꿈을 꾸기 시작한다는 것이 아니라, 꿈속의 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앨범의 시작은 꿈의 첫 시작이 아닌 이미 무수히 반복되어 온 꿈속 세계라는 윤회의 굴레의 한복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한 순환은 비로소 화자의 깨어남에서 붕괴되고, 다시 현실 세계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화자는 비로소 새로운 자아를 찾고 진정한 새 출발을 목도하게 된다. 이러한 결말 역시 불교의 궁극적 구원인 열반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끊임없는 번뇌를 떨쳐내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열반과 꿈이라는 끊임없는 소멸의 세계 속에서 깨어나 내면의 슬픔과 고통을 내려놓고 삶의 의지를 다잡는 본작의 결말은 상당 부분 유사성을 지닌다고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인위적 구원 등이 아니라 화자 자신의 꿈속에서 행해진 고(苦)의 극복과 이를 통한 순환의 괴로움에서 탈피하는 점 또한 열반이라는 개념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불교에서 열반은 반드시 죽음이 전제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열반에는 현세에서 깨달음을 얻는 현증열반이라는 개념도 존재하므로 이 앨범의 화자가 죽음을 거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과 열반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이 작품은 꿈이라는 소재에 불교 사상에서 차용한 요소를 더해 인간 내면의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도 있겠다. 사실 본작의 부클릿 뒷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이 앨범은 니체, 라캉의 철학부터 시작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하지만 니체 역시 불교 철학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기도 했으며, 본 앨범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소재와 이야기의 흐름 등이 불교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해석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방향으로 리뷰를 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전반적인 가사가 다채로운 비유와 상징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보다 넓고 다양한 시각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리라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조금 더 사족을 붙이자면 본작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의 흐름을 소재로 활용하며 불교 사상과 결합했던 한국 영화 “봄, 여름, 가울, 겨울, 그리고 봄”의 존재 또한 이 앨범을 불교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앨범에 있어서 ‘꿈’이란 ‘끊임없는 소멸의 세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꿈을 꾸게 되는 순간 현실 세계와는 다른 꿈의 세계, 다시 말해 환상의 세계가 그 순간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꿈의 세계 속에서 남들에게는 철저히 숨겨왔거나 혹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무의식 속의 욕망, 기쁨, 고통 등의 희로애락이 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꿈의 세계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오직 기억의 단편으로 남는다. 따라서 꿈이란 매번 꿈을 꾸기 시작할 때 창조되어 잠에서 깰 때 소멸하는 하나의 소우주라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고, 이 소우주 속에는 그 꿈을 꾸는 사람의 무의식 속 상념이 투영되곤 하는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현실 세계의 슬픈 기억이나 고통스러운 삶으로 인해 괴로워하곤 한다. 또한 꿈에서까지 그러한 괴로움이 발현되어 악몽을 꾸는 등의 더욱 큰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꿈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괴로움을 떨쳐내고 삶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앨범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다시 앨범의 음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우선 이 앨범에선 무척 다양한 음악 장르의 영향을 엿볼 수 있었다. Theatre of Tragedy, Draconian, Estatic Fear같이 서정적, 애상적인 둠/고딕 메탈 사운드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구조와 슈게이징 및 포스트록 장르의 몽환적 분위기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향력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길게 붙여나가는 대신 이들 스스로 ‘몽환락’이라는 간결한 단어를 선택했으리라고 본다.

앨범 전반에 깔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몽환락’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존 둠/고딕 계열 밴드뿐 아니라 더 나아가 본작과 같은 해 발매되어 모던 메탈 장르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Alcest의 Écailles de lune과 비교해 봐도 부족함이 없는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꿈과 환상이라는 소재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작품답게 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꿈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묘사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건반의 유려한 멜로디로 대표할 만한 작곡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고, 개별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구성도 출중했다. 메인 보컬 유이와 간간히 등장하는 남성 보컬의 목소리 또한 나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것이 흐릿하고 모호한 꿈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결론으로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는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꿈의 세계를 표현해낸 앨범인 동시에, 꿈이라는 무의식의 영역에 대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숨겨진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이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0년대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여러 장르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라는 사조와도 잘 들어맞는 작품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더 나아가 록/메탈이라는 서양의 음악 스타일에 한국어 가사와 불교적 개념 등의 동양적인 가치관을 더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보다 특색 있고 독창적인 음악을 탄생시켜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앨범은 소수의 매니아층에게만 알려진 이후 오필리아는 10년 가까이 되도록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할 여건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잦은 멤버 공백과 여성 보컬의 부재, 그리고 예술 활동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인 생계유지의 압박 등으로 인해 지난 2015년, 오필리아는 끝내 활동을 중단했다.

한편 2018년 4월, 오필리아는 팬들에게 아직도 음악 활동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음을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음악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운 사정을 토로했다. 또한 앨범 재발매 대신 Bandcamp에 음원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넓혀 주기도 했다.

이러한 오필리아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그들의 하나뿐인 정규앨범만큼이나 애상적인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필리아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으로 남아 있는 이 앨범이 발매된 지도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오필리아가 활동을 중단한 지도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흘렀으며, 2019년 현재까지도 오필리아의 시계는 멈춘 채로 남아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크라우드펀딩이라도 해서 이들의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이 앨범이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할 만한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 앨범을 통해 드러난 오필리아의 실력과 잠재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록, 메탈의 불모지 내지는 무덤으로까지 여겨지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이어오며 상당한 수준의 작품을 내주는 밴드들이 여전히 있는 만큼 오필리아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새로운 음악과 함께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앨범 속의 ‘나’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오필리아도 현실 세계의 제약과 괴로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원점’에 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오필리아의 봄을 위하여.

98/100
19.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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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elia - 당신의 환상을 동정하라 CD Photo by MMSA
Reviewer :  level 6   95/100
Date : 
2010년,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2번트랙을 우연히 듣고 반해버려 동분서주 앨범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메탈이라고 생각하고 듣는다면 어리둥절하고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적임은 물론 여리디여린 분위기와 물흐르듯 고요히 흘러가는 음악때문에 그렇다. 이들의 음악의 키워드는 에픽,고딕,멜로딕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나는 한국밴드중 이렇게 특색있는 밴드는 처음이었으며 굉장인 인상적이었다. 대중적이라는 말과 개성이 뚜렷하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들은 그 두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1월부터 13월까지 월령가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들의 음악은 각 월의 부제와 곡 분위기를 맞추어가며 듣는 재미가있으며, 계절의 느낌이 충분히 실려있기 때문에 앨범하나에서 냉랭함과 따뜻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여성보컬 또한 이야깃거리인데, 굉장히 소녀같은 여린 목소리에 때로는 강렬함이 실리기도 하며 때로는 더욱 더 맥없이 읊조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음악에 가장 일치하는 목소리라고 생각되며 굉장한 시너지효과도 있는 듯 하다. 한국에서 이런 앨범이 나왔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바이며. 이들의 팬으로서 다음 앨범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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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2   95/100
Date : 
우리나라는 메탈 볼모지이다.
지원도 거의 없을 뿐더러 가뭄에 콩나오듯 나오는 '명반'들도 상업적 음반들에게 묻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뿐.

이 앨범도 간간히 나오는 '명반'중 하나이다.
이 앨범을 듣는 방법은 간단하다.
편안한데 누워서 눈 감고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된다.
따뜻한 차나 와인같은 것을 함께하면 더욱 좋고.

'아름답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엘범.
메탈이라는 장르를 듣다 보니 한국 음악보다는 외국 음악을 더 찾고 듣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 인가 보다.
이 앨범을 듣고 좀 다른 의미의 감동을 얻는걸 보니.

늘 들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웃음이 절로 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한국 같은 메탈의 볼모지가 아닌 곳에서 나왔다면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는 이 앨범보다 더 한 좋은 앨범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너가 찾아보면 되지 않냐?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잖아?"라고 하기엔 우리나라 시장은 메탈에 대해서 너무 박하다.
국내 밴드 음반들이 음원 서비스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 앨범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이 드는이유다.

글이 좀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결론은 이 앨범은 정말 좋다.
80분이란 시간을 내서 들을 가치가 아주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앨범 소장 가치도 충분하다.
(이 앨범은 구하기가 아주 쉽다)

p.s. 후속작이 언제쯤 나오는지 궁금해서 앨범 속지에 있는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사이트가 접속이 안 되더라. 아마 해체...된게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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