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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u - Eternal Recurrence of Carnage cover art
Artist
Album (2012)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Death Metal, Grindcore

Eternal Recurrence of Carnage Reviews

  (1)
Reviewer :  level 7   85/100
Date : 
펑크의 가장 극단적인 한 형태이자 직계 자손으로 탄생한 그라인드 코어는 펑크에서 이룰 수 있는 음악적 특성들을 극한까지 이루는 장르로 탄생하였다. 즉, 펑크의 극단적인 공격성과 분노의 최대점 이었고 또한 곡 길이를 기존보다 더욱 짧고 빠르게 한다는 모토하에 펑크에서 보여진 미니멀리즘을 더욱 극단적으로 계승한 형태를 띠면서 스래쉬의 탄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선대 장르 하드코어 펑크와 함께 메탈 쪽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하여 메탈과 많은 교류가 있었으나 그라인드 코어 그 자체로는 메탈에서 보여지는 발전적인 요소들 (각각 소주제를 만드는 멜로디의 리프들, 리프 건축을 통한 발전적 구조 전개, 좀 더 형이상학적/추상적인 주제들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텍스쳐 등) 은 없었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스래쉬를 제외하고는 메탈(특히 블랙, 데스, 파워메탈) 보다는 음악적인 면에서 뒤처지는 장르가 되었고 테러라이저, 카르카스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그러한 양식을 유지한 채 내려져 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라인드 코어 역시 실력으론 상향 평준화 음악적으로는 하향 평준화된 요즘 메탈씬과 동일한 추세로 가고 있다.)

그러나 당시 테러라이저, 카르카스 같이 그라인드 임에도 메탈의 음악적 부분까지 갖추고 왠만한 메탈보다 더 좋은 그라인드 코어 밴드가 그것도 21세기 한복판에 한국에서 나왔다. 사실이 아닌거 같지만 진짜다. 여태 관측해본 결과로는 한국은 메탈 보다는 펑크쪽이 훨씬 정통성 있고 음악적인 면도 철저히 계승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결과의 필연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나후라는 희대의 사기 밴드가 등장하였고 그라인드가 평균적으로 메탈에 비해 뒤처지는 해외 쪽과는 다르게 그라인드로 메탈을 압도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이고 나는 그 이전 작품은 솔직히 못 들어봤지만 이걸 듣고 나서 ‘국내 해외 따질거 없이 모던 헤비니스로는 이 앨범을 넘어서는게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이고, 그만큼 음악적으로도 굉장한 가치가 있다.

앨범 제목부터 그라인드가 아닌 블랙이나 데스메탈에서 볼 수 있을법한 굉장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데 이는 이 앨범의 사운드가 분명 철저하게 그라인드를 바탕으로 하지만 동시에 메탈이 갖는 음악적 특성까지 갖게 됨을 암시한다.
리프는 그라인드에 굉장히 충실하면서도 굉장히 다양한 변화를 주는데, 일단 기본적인 그라인드 리프도 기존의 그라인드처럼 멜로디가 거의 없이 극단적인 미니멀리즘과 폭력성으로 일관하는걸 넘어 때로는 풍부한 멜로디를 선사하기도 하며 이러한 점을 역시나 폭력성으로 귀결시키되 때로는 간접적으로 데스메탈이 떠오를 정도의 추상적인 느낌까지 부여한다. 펑크 리프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단순히 펑크에서 끝나는게 아닌 이걸 더욱 발전시켜 거의 직접적으로 스래쉬스럽기 까지한 리프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Reign of Terror 의 절반 이상을 스래쉬 브레이크로 전개하는 걸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고, 인트로 부분의 리프들은 아예 스래쉬 리프 그것도 풍부한 멜로디의 스래쉬 리프이다.
브레이크 리프 또한 잘 활용하는걸 넘어서 사기적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라인드 코어는 수축과 이완의 조화인데, 나후는 그걸 굉장히 잘 지켰으면서도 그 이완의 리프들을 메탈에서 보여지는 브레이크 리프들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기본적으로 펑크 브레이크 리프 외에 위에 나온 Reign of Terror 의 스래쉬 브레이크 포함하여 Decimate의 3차례 등장하는 브레이크들은 그 단편적 부분으로 끝나지만 이걸 연속적으로 이어서 발전시킬 경우 데스메탈 브레이크로도 발전이 가능할 정도이며, United Victims 에 보이는 잠깐 나오는 트레몰로 브레이크들은 잠시 동안만 이지만 아예 데스메탈 스럽기도 하면서도 브레이크 부에서 자연스럽게 수축 부분으로 넘어가 전개 되는 등 수축-이완의 조화뿐만 아니라 ‘운동 할 때 이완이 중요한 것’처럼 그라인드 코어에서도 이완부가 굉장히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렇듯 굉장히 리프가 다양하듯 구조 또한 주목 해볼만 하다. 일반 그라인드의 펑크에서 계승된 순환성 구조를 넘어서 최대한 반복이 없는 구조를 취하는 곡들이 많은데, 보통 블랙이나 데스메탈 같은 장르 아닌 이상 반복이 아예 없으면 구조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나, 나후는 그런 문제를 아주 말끔히 해결해낸다. 이유인 즉슨 보통 곡 길이가 길어진 상태로 아예 순환 구조가 없다면 진짜 발전된 구조를 잘 형성한 것 제외하고는 통일성이 떨어지는데, 그라인드 코어의 30초~1분 내지의 곡 길이들은 그런 점을 최소화하기에 상당히 적합하고 나후는 그러한 그라인드 코어의 메리트를 아주 정확히 간파해 그 특징을 백분 활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즉, 메탈과도 같은 음악적 구조를 형성한다는 말인데 일부는 ‘절 – 브레이크 – 절’ 식의 그라인드 특유의 순환 구조를 취하기도 하지만 브레이크 리프가 사기적인 만큼 크게 신경 쓸 부분이 되지 못한다.
인트로 곡의 제목에 걸맞는 대 학살극의 샘플링 이후 거기에 어울리는 어둡고 절망적인 로우 템포의 스래쉬 리프 이후 브레이크로 진입하여 그라인드처럼 빨라지는 전개를 하는 식의 점진적 발전을 취하는 구조가 제일 눈에 띄고 반복이 제일 심한 곡으로는 Decimate 가 있는데 오히려 이 마저도 2분도 안되는 곡 길이 안에 ‘절반의 데스메탈 브레이크 스러운 리프 – 그라인드 리프 – 스래쉬 리프 – 브레이크 리프 – 그라인드 리프 – 스래쉬 리프 – 브레이크 리프’로 끝나는 오히려 3가지 패턴을 굉장히 적절하게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줘 되려 반복되는 발전으로 보여진다. 거기다 절반 이상의 곡은 위에 말한 것 처럼 다양한 리프에 걸맞게 반복이 거의 없이 새로운 절을 끊임없이 만들어 냄과 동시에 일관성 있는 상당히 발전 되어있는 구조를 택한다.

프로덕션은 어떠한가? 아쉽지만 모던한 프로덕션이다. 굉장히 깔끔하고 풍부한 볼륨에 되려 모던헤비나 메탈코어 쪽에서 보일법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텍스쳐 또한 그러한 부분이 강하다.
다만 나후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데 이러한 점을 기존의 건조하고 일정한 공간감이 없던 그라인드와는 다르게 풍부한 공간감을 내비치고 이를 바탕으로 위의 리프와 구조를 자유자재로 구사함에 따라 기존의 그라인드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음악적 풍부함 까지 갖춘다. 모던한 프로덕션에 올드스쿨 사운드의 어울리지 않는 병렬을 나후는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그러나 지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던 프로덕션의 사용은 나후 멤버들의 예전부터 있었던 국내 하드코어 레이블과의 교류를 짐작하게 하고 그런 점 때문에 그 쪽 영향도 많이 받은 만큼 이 앨범에서는 크진 않지만 가끔 단순한 하드코어식 그루브 라던가 Value of Hell 의 인트로에서 보여지는 멜데스 리프도 있고, 665의 중후반부 브레이크 또한 하드코어에서 보여지는 리프가 사용되기도 하는 등의 일부분 지뢰가 있는데 이게 모던한 프로덕션이랑 겹쳐서 진짜로 모던 그라인드 코어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하드코어 레이블과의 잦은 교류’를 했음에도 아예 모던 그라인드 코어가 아닌 아주 훌륭한 트루 그라인드 코어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기적이라는 것이다. 해외의 Bloodbath 같이 모던 프로덕션 위에 데스메탈처럼 그럴싸하게 위장하는 모던 데스를 만들어내는 밴드들과 비교해보면 나후는 진짜 대단한거다.

정리하자면 국내에서 익스트림 헤비니스 쪽에서 그라인드 코어가 메탈보다 우월한 이유이고 그라인드 코어의 음악적 발전 가능성 까지 열어놓은 희대의 사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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