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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lation - Close to a World Below cover art
Artist
Album (2000)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Death Metal

Close to a World Below Reviews

  (2)
Reviewer :  level 14   100/100
Date : 
90년대의 끝, 올드스쿨의 종말?

80년대 중후반 무렵 서서히 탄생하기 시작한 데스 메탈은 80년대 말 이후 스래쉬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장르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90년대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장르의 세분화가 이루어지며 다양한 데스 메탈 밴드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실력을 뽐냈다. 한편 이러한 올드스쿨 데스 메탈의 사조 중에서 소위 ‘뉴욕 데스’라고도 불리는 밴드들 또한 데스 메탈의 세분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중에서도 Immolation과 Incantation은 올드스쿨 데스의 거목으로 추앙받으며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Immolation은 1988년도에 결성하여 30년이 넘도록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들은 정규 데뷔작 Dawn of Possession로 올드스쿨 데스의 한 획을 그었으며, 이후 5년여 만에 2집 Here in After로 복귀하여 본격적으로 이들만의 독자적인 데스 메탈 노선을 개척해나가게 된다.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데스 메탈 밴드들은 정체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해나갔는데, 이러한 방향성은 밴드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프로그레시브 노선을 탄 Death나 더욱 전위적인 시도를 택한 Gorguts,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 확립에 몰두한 Vital Remains와 The Chasm등 많은 밴드들이 변화를 꾀하며 데스 메탈의 가지들을 뻗어나갔다. 한편 2집 Here in After부터 본격적으로 더욱 뒤틀리고 기괴한 데스 메탈로의 변화를 꾀한 Immolation은 3집 Failures for Gods를 거쳐 4집 Close to a World Below에서 그 변화의 정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앨범은 음악 평가 사이트인 Rateyourmusic에서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데스 메탈 계열 앨범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Metalstorm, Metal-Archives, Spirit of Metal, AllMusic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하나같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 결성한 소위 올드스쿨 데스 메탈 밴드들 중에서 2000년대 들어 발매한 작품이 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곡 Higher Coward는 음산한 인트로로 괴이쩍은 분위기를 보여준 뒤 이내 파괴적인 사운드로 돌입한다. 이들의 2, 3집과 유사하면서도 한층 더 격렬하고 기괴한 느낌을 내고 있으며, 좀 더 전면에 배치된 드럼과 독특한 레코딩으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겨 준다. 또한 곡 중반부에서 전환이 이루어지며 보다 그루브한 리프로 고개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가 하면,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솔로로 기괴한 면모를 되살린다. 이러한 개성 넘치는 작곡은 원년 멤버 기타리스트인 Robert Vigna의 기여도가 매우 컸다. 마찬가지로 원년 멤버인 보컬 Ross Dolan의 걸쭉한 목소리 또한 연주와 딱 맞아떨어지며 듣는 재미를 더했다. 이어지는 Father, You're Not a Father는 강렬한 리프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리드 기타 연주로 불안정한 느낌을 부각시키며, 이들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피킹 하모닉스를 적극 활용한 리프로 기괴한 매력을 덧붙인다. 이후로도 사악함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 속에서 곡이 전개되며 도발적인 곡명만큼이나 임팩트 있는 킬링 트랙의 면모를 입증했다.

한편 3번 트랙 Furthest from the Truth는 한층 더 난폭한 연주로 시작하고, 마찬가지로 피킹 하모닉스를 활용한 중독성 넘치는 리프가 돋보인다. 추가로 효과음을 더해 좀 더 악랄한 느낌을 내기도 했다. 다음 곡 Fall from a High Place도 마찬가지로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전개를 이어나가며, 작살나는 드러밍이 돋보인다. 특히 그루브함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마력을 지닌 리프들과 마구 조지는 듯하면서도 훌륭한 솔로가 인상 깊었다. 5번 곡 Unpardonable Sin역시 진득한 리프들과 혼란스러운 전개로 청자를 휘어잡았고, 죽여주는 도입부를 선보이는 Lost Passion또한 끈덕진 진국 데스 메탈 곡이었다. 상대적으로 가장 짧은 곡인 Put My Hand in the Fire도 여타 곡들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 Close to a World Below는 유일하게 8분대에 달하는 대곡으로, 이들 최초의 7분 이상 되는 대곡이기도 하다. 앞선 곡들과는 사뭇 다른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데, 마치 지옥도가 펼쳐지는 듯한 엄청난 비장함과 스케일을 느낄 수 있어 이전까지와는 다른 한층 더 강렬한 충격을 안겨 준다. 이후로도 비교적 덜 혼란스러운 대신 보다 비장미가 느껴지는 직설적인 전개를 펼쳐 나가며 좌중을 압도한다. 특히 기타 솔로 파트 이후에 리드 기타와 도입부가 되풀이되는 부분은 그야말로 에픽함의 극치에 다다른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맛깔나는 아웃트로가 반복되며 앨범을 마무리했다.

앨범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이 2, 3집에서 시도한 실험이 더욱 진일보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데스 메탈의 난폭하고 과격한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더욱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스타일로 한 층 더 매니악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이 이들이 시도한 실험의 요지였다. 먼저 작곡 면에서는 불협화음과 복잡한 박자를 통해 어지럽고 기이한 느낌을 극대화하면서도 때로는 그루브함 넘치는 면모가 공존해 완급조절에 힘썼고, 각종 효과음들을 활용해 더욱 불경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마지막 곡 Close to a World Below과 같이 비장미를 조성하기도 하는 등 총체적으로 데스 메탈의 진보를 엿볼 수 있기도 했다.

추가로 작곡 이외에도 기타 톤과 사운드 믹싱 등 보다 복합적인 측면에서 전에 없는 독특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전까지의 둔탁하고 차가운 느낌과는 다른 보다 날카롭고 뜨거운 인상을 남겼다. 비유를 들자면 1~3집의 느낌은 차갑고 어두운 지옥의 모습을, 이 앨범은 커버 아트처럼 불타는 지옥을 형상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이 앨범은 지난 2~3집을 거쳐 오며 올드스쿨적인 기반에 더해진 실험적인 시도가 마침내 만개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이 앨범은 데스 메탈의 근본을 지켜나가면서도 그 영역을 넓혀나간 기념비적인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정석적이면서도 약간의 개성을 더한 클래식인 1집으로 시작해 본격적인 변화의 시작을 알린 2집과 그 연장선이었던 3집을 거쳐 마침내 이 앨범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의 완성시켰다. 요약하자면 복잡하고 기괴함이 돋보이는 작곡, 그리고 개인적으로 작품의 특색을 더욱 부각시켜준 프로듀싱이 독창성과 완성도를 모두 잡은 앨범의 성공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0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많은 데스 메탈 밴드들이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명 Immolation과 Incantation이 낳은 자식으로도 불리는 Dead Congregation같은 밴드는 물론이고, Ulcerate나 Portal처럼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데스 메탈 사운드를 더욱 발전시켜나간 부류 역시 Immolation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중~후기 Behemoth의 웅장하고 에픽한 느낌을 주는 블랙큰드 데스 메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이 앨범의 마지막 곡 Close To A World Below의 인트로와 Behemoth의 Daimonos와 Ov Fire and the Void의 인트로 리프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결국 이들의 성과는 2~3집을 거쳐 오며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변화를 기반으로 하여 더욱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데스 메탈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 층 더 발전한 형태의 데스 메탈을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앨범은 100% 올드스쿨적인 앨범은 아니지만, 올드스쿨적인 기반 하에 새로운 시도를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틀에서 살짝 벗어나고 더욱 발전된 스타일을 만들어낸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내달 최초로 내한공연을 갖는 Immolation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해보자면, 이들의 음악은 5집 Unholy Cult를 끝으로 반종교적 테마에서 벗어나 정치·사회 등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보컬 Ross Dolan의 충격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9/11 테러로, 그 또한 테러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었고, 9/11 테러로 가족을 잃었다. 이런 크나큰 충격 이후 그는 가치관 변화를 겪고 결국 음악의 방향 또한 반종교적 테마에서 인간사 전반에 대한 주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올드스쿨에 대한 단상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잘나갔던 ‘올드스쿨’ 데스 메탈 밴드들은 시간이 지나며 90년대 중~후반 이후 점차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지 않은 밴드들이 이전만 못 한 작품을 발표했고, 혹은 공백기에 접어들거나 아예 해체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몇몇 밴드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반등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Immolation처럼 90년대 초의 발매작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앨범에서 유추해본 것처럼 특정 음악 장르의 발전은 이런 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발표되어 장르적 완성을 이루어냈다고 평가받는 Vektor의 Terminal Redux와 Insomnium의 Winter's Gate도 마찬가지로 기존 장르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지는 않되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와 자신만의 개성 등을 넣어 호평을 이끌어 냈듯이 Close To A World Below 역시 데스 메탈이라는 틀 하에서 좀 더 색다른 시도를 통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메탈 명반들인 Painkiller, Rust in Peace, Symbolic, Reign in Blood, Filosofem, Blackwater Park 등등도 밴드의 초기 노선과는 다르게 다소 변화를 줌으로써 더욱 성공적이고 기념비적인 위치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올드스쿨이라고 해서 반드시 오래된 것만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올드스쿨이라고 해서 변화와 진화가 금지되어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없다면 정체로 이어지고 결국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올드스쿨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해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그 시절을 흉내내는 것은 가능할지언정 결코 그 시대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Vektor가 다른 리바이벌 스래쉬 밴드들에 비해 더욱 호평받고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단지 과거 고전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고전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여 자기들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올드스쿨 스타일에만 집착하지 않고 조금씩 변화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 앨범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후로도 수준급의 작품들을 발매해오며 현재까지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98/100

참고자료
https://www.metalblast.net/interviews/immolation-interview/
https://www.youtube.com/watch?v=ZZr_e7DEm0E
https://www.youtube.com/watch?v=MM6WA2EBzvw
7 likes
Immolation - Close to a World Below CD Photo by MMSA
Reviewer :  level 20   76/100
Date : 
브레이크만 거는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Immolation의 4집 입니다. 이 앨범이 약간 완급조절 위주로 그루브 하게 전개되는 사운드의 전초전 성격이 있는 앨범 입니다. 몇가지 단점으로 본다면 자꾸 딱딱하게 전개되는 드럼파트는 뭔가 전형적인 색채에 다른 구성을 맞춰볼려는 시도는 좋으나 엇 비슷하면서 난해하기만 하고 오히려 짜임새 있게 맞출려면 드럼이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완성도 탓에 딱히 산만한건 어쩔수 없는듯 싶네요. 그나마 보이스의 한결같은 모습 하나는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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