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선율을 들려주는 핀란드 밴드 Ikuinen Kaamos의 풀렝스 2집이다. 전작과 ep앨범에서 그야말로 절망 그자체의 처절함을 들려준 바 있는데, 도산한 전 레이블을 뒤로 하고 새 보금자리에서 그토록 원하던 신작을 발매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상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던 전작에 비해, 어느정도는 절제된 슬픔을 담고 있으며, 대곡지향적인 측면은 보다 확장되어 마지막 트랙의 16분을 수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EP앨범에서 등장한 클린보컬의 분위기가 은근히 어울리는데, 사악한 절규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맑은 톤이 곡을 더욱 애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The Absence처럼 화려한 배킹 위를 가로지르는 애상적인 기타솔로는 여전하나, 그 농도가 상당히 약해진 느낌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앨범 자체가 가지는 절망의 기운은 가사가 충분히 커버해주고 있다. 가사를 음미해보면 앨범 자켓과 일맥상통하는 너무나도 절절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역시 킬링트랙은 마지막 곡으로, 후반부에 어쿠스틱 반주에서 기타솔로로 확장되는 부분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며 긴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