冷刻 Review
November 3, 2025
도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 중인 4인조 밴드 Kokeshi 는
2017년 기타리스트 Adel 과 드러머 Kazma 가 캐이오틱 하드코어를 하기 위해 인스트루멘털 밴드로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다.
이후 2019년, 걸출한 데스보이스의 여성 보컬 Nana 와 베이시스트 Junichi 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내가 Kokeshi를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 우연히 알고리즘이 띄운 한 편의 강렬한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날카롭지만 차분하고,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이 밴드는 단숨에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서양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르로만 본다면 블랙큰드 하드코어라 할 수 있고, 누군가는 호러 메탈이나 포스트 블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블랙메탈의 처절함, 데스메탈의 브루탈리티, 하드코어의 그루브, 포스트록의 공간감, 둠메탈의 슬픔을 동시에 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밴드다.
이러한 독특한 사운드의 밑바탕에는 멤버들의 배경이 있다.
기타리스트 Adel 은 곡의 기초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뉴메탈과 힙합을 즐겨 듣는다고 밝힌 바 있다.
드러머 Kazma 는 메탈보다는 포스트 하드코어와 펑크 위주의 활동을 해왔고,
이는 일반적인 메탈곡과는 다른 독특한 리듬과 여백을 만들어낸다.
베이시스트 Junichi 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취향으로 저음을 단단히 받치며,
여성 보컬리스트 Nana 는 데스코어와 블랙메탈을 기반으로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각기 다른 기반이 모여 Kokeshi 만의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공연을 두 번 직접 본 입장에서, 이들의 강점은 단연 라이브 공연이다.
영상, 조명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무대는 하나의 의식으로 느껴질 만큼 강렬하다.
무겁고 차가운 기타 리프 아래 드럼의 여백이 긴장을 만들고, 묵직한 베이스가 그 흐름을 완성한다.
남성 보컬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보컬의 브루털한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그리고 속삭임과 절규가 오가는 퍼포먼스는 마치 호러영화를 보는 듯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
특이할 점은 전곡의 가사가 일본어이며, 이 가사는 보컬 Nana가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세련된 사운드 속에서도 아시아 특유의 정서와 정통성이 강조된다. 보컬 퍼포먼스는 서구권 SNS 에서도 릴스로 큰 화제가 되었으며, 가능하다면 직접 라이브를 봐야 그 에너지와 몰입감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기에 언젠가 한국공연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앨범 얘기로 넘어가, 2020년 발매된 데뷔작 『憧憬』(doukei)는 짧지만 강렬한 러닝타임 속에 인간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차갑고 무거운 사운드로 담아내 신선한 충격을 주며 씬에 첫 등장을 하였다.
뒤이어 2023년에 발매된 본작 『冷刻』(reikoku)에서 Kokeshi 의 정체성이 완전히 드러난다.
이 앨범은 단순히 더 무거운 사운드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슬로우 템포의 브레이크다운과 트레몰로가 얽히며 혼돈을 만들고, 그 위에서 보컬은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절규를 넘나들며 감정을 해체한다.
특유의 일본식 음계 위에 펼쳐지는 사운드는 냉정하면서도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내며, ‘차가운 정서(冷たい情緒)’를 그대로 그려낸다. 포스트록적인 공간감과 엇박 리듬의 드럼, 반복되는 무거운 브레이크 다운과 슬픔과 혼란이 스민 기타 솔로의 교차는 퇴폐적 공허감 속에서도 묘한 아름다움을 남긴다.
“報いの祈り"(보상의 기도) 에서의 "나는 아직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가?’ 라는 인상적인 나레이션처럼, 청자는 존재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다.
사운드는 내면의 붕괴와 감정의 침몰을 동시에 그려내며, 절망과 구원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이 앨범의 핵심은 폭발과 정적의 대비, 그리고 조용한 긴장감이다. 모든 악기가 숨을 죽이는 순간,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가장 큰 감정이 터져 나온다.
결국『冷刻』은 고통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존재한다’는 감각을 되찾는, 지극히 일본적인 이야기다.
Kokeshi 의 음악은 붕괴에서 공허, 그리고 자각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그리며, 절망을 외치기보다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고통을 포장하지 않고 그 안을 통과하며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를 직접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2020년대 헤비니스 뮤직의 다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독보적이며 이레귤러한 이 일본 밴드 Kokeshi 를 반드시 들어보길 권장한다.
※참고
kokeshi Biography : http://www.kokeshi-jpn.com/?page_id=2
kokeshi Discography : http://www.kokeshi-jpn.com/?page_id=40
kokeshi - おどろおどろしく唸る轟音とねじれた虚空に迷い込んだような世界の先へ :
https://elicity.jp/archives/normal_single/kokeshi
【作品紹介】kokeshi、冷酷無比のブルータル・ブラックゲイズ :
https://grumblemonster.com/music/kokeshi/
2017년 기타리스트 Adel 과 드러머 Kazma 가 캐이오틱 하드코어를 하기 위해 인스트루멘털 밴드로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다.
이후 2019년, 걸출한 데스보이스의 여성 보컬 Nana 와 베이시스트 Junichi 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내가 Kokeshi를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 우연히 알고리즘이 띄운 한 편의 강렬한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날카롭지만 차분하고,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이 밴드는 단숨에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서양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르로만 본다면 블랙큰드 하드코어라 할 수 있고, 누군가는 호러 메탈이나 포스트 블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블랙메탈의 처절함, 데스메탈의 브루탈리티, 하드코어의 그루브, 포스트록의 공간감, 둠메탈의 슬픔을 동시에 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밴드다.
이러한 독특한 사운드의 밑바탕에는 멤버들의 배경이 있다.
기타리스트 Adel 은 곡의 기초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뉴메탈과 힙합을 즐겨 듣는다고 밝힌 바 있다.
드러머 Kazma 는 메탈보다는 포스트 하드코어와 펑크 위주의 활동을 해왔고,
이는 일반적인 메탈곡과는 다른 독특한 리듬과 여백을 만들어낸다.
베이시스트 Junichi 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취향으로 저음을 단단히 받치며,
여성 보컬리스트 Nana 는 데스코어와 블랙메탈을 기반으로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각기 다른 기반이 모여 Kokeshi 만의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공연을 두 번 직접 본 입장에서, 이들의 강점은 단연 라이브 공연이다.
영상, 조명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무대는 하나의 의식으로 느껴질 만큼 강렬하다.
무겁고 차가운 기타 리프 아래 드럼의 여백이 긴장을 만들고, 묵직한 베이스가 그 흐름을 완성한다.
남성 보컬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보컬의 브루털한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그리고 속삭임과 절규가 오가는 퍼포먼스는 마치 호러영화를 보는 듯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
특이할 점은 전곡의 가사가 일본어이며, 이 가사는 보컬 Nana가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세련된 사운드 속에서도 아시아 특유의 정서와 정통성이 강조된다. 보컬 퍼포먼스는 서구권 SNS 에서도 릴스로 큰 화제가 되었으며, 가능하다면 직접 라이브를 봐야 그 에너지와 몰입감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기에 언젠가 한국공연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앨범 얘기로 넘어가, 2020년 발매된 데뷔작 『憧憬』(doukei)는 짧지만 강렬한 러닝타임 속에 인간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차갑고 무거운 사운드로 담아내 신선한 충격을 주며 씬에 첫 등장을 하였다.
뒤이어 2023년에 발매된 본작 『冷刻』(reikoku)에서 Kokeshi 의 정체성이 완전히 드러난다.
이 앨범은 단순히 더 무거운 사운드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슬로우 템포의 브레이크다운과 트레몰로가 얽히며 혼돈을 만들고, 그 위에서 보컬은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절규를 넘나들며 감정을 해체한다.
특유의 일본식 음계 위에 펼쳐지는 사운드는 냉정하면서도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내며, ‘차가운 정서(冷たい情緒)’를 그대로 그려낸다. 포스트록적인 공간감과 엇박 리듬의 드럼, 반복되는 무거운 브레이크 다운과 슬픔과 혼란이 스민 기타 솔로의 교차는 퇴폐적 공허감 속에서도 묘한 아름다움을 남긴다.
“報いの祈り"(보상의 기도) 에서의 "나는 아직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가?’ 라는 인상적인 나레이션처럼, 청자는 존재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다.
사운드는 내면의 붕괴와 감정의 침몰을 동시에 그려내며, 절망과 구원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이 앨범의 핵심은 폭발과 정적의 대비, 그리고 조용한 긴장감이다. 모든 악기가 숨을 죽이는 순간,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가장 큰 감정이 터져 나온다.
결국『冷刻』은 고통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존재한다’는 감각을 되찾는, 지극히 일본적인 이야기다.
Kokeshi 의 음악은 붕괴에서 공허, 그리고 자각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그리며, 절망을 외치기보다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고통을 포장하지 않고 그 안을 통과하며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를 직접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2020년대 헤비니스 뮤직의 다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독보적이며 이레귤러한 이 일본 밴드 Kokeshi 를 반드시 들어보길 권장한다.
※참고
kokeshi Biography : http://www.kokeshi-jpn.com/?page_id=2
kokeshi Discography : http://www.kokeshi-jpn.com/?page_id=40
kokeshi - おどろおどろしく唸る轟音とねじれた虚空に迷い込んだような世界の先へ :
https://elicity.jp/archives/normal_single/kokeshi
【作品紹介】kokeshi、冷酷無比のブルータル・ブラックゲイズ :
https://grumblemonster.com/music/kokeshi/
1 likeTrack listing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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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胎海 | 5:08 | - | 0 | Music Video |
| 2. | 海馬に沈む | 4:08 | - | 0 | |
| 3. | 系 | 3:04 | - | 0 | |
| 4. | 報いの祈り | 5:29 | - | 0 | |
| 5. | わらべうた | 4:03 | - | 0 | |
| 6. | (recollect) | 0:50 | - | 0 | |
| 7. | 涅槃欠損少女読経 | 3:26 | - | 0 | |
| 8. | Into My Darkness -蝕- feat. Deepa | 8:49 | - | 0 | |
| 9. | 彼は誰の慈雨の中で | 5:46 | - | 0 | Music Video |
Line-up (members)
- Nana Yokota : Vocals
- Adel Hashiura : Guitar
- Junichi Kanou : Bass
- Kazuma Ayogi : Drums
11,830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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