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jr Review

Band	Angantyr
Album	Sejr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July 2004
Genres	Black Metal
Labels	Independent
Length	54:11
Ranked	#166 for 2004 , #6,290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75 / 100

Angantyr의 Sejr는 덴마크 블랙 메탈의 고유한 서늘함과 전통적 서사를 멜로디 중심의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북유럽 블랙 메탈이 보다 정제된 사운드로 진화하던 시기에 발매된 이 앨범은, 로우파이한 질감 속에서도 분명한 방향성과 몰입감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각 트랙은 특정한 감정이나 장면을 그리는 듯한 구조로 배열되어 있어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의 가장 큰 강점은 멜로디다. 거칠게 몰아치는 기타 리프 속에서도 서정적인 라인이 뚜렷이 살아 있어, 단순한 공격성 이상의 감정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Sejr는 단순한 전쟁이나 승리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고대 북구의 신화적 상상력과 개인적인 고뇌가 중첩되는 지점을 멜로디로 풀어낸다. 보컬은 고통과 격정을 토해내듯 울부짖지만, 그 위에 얹힌 멜로디 라인은 오히려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감정의 폭발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비극적 서사를 차가운 블랙 메탈의 문법으로 그려낸 결과다. 때문에 앨범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정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단조롭게 흐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복과 점진적인 구성 속에서 서사가 서서히 누적되며, 하나의 장편 서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칠고 날선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귀에 오래 남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숨어 있는 슬픔과 고독의 선율 때문이다. 멜로디 하나는 정말 잘 뽑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Sejr는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블랙 메탈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