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II Review

Band	Wintersun
Album	Time II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August 30, 2024
Genres	Melodic Death Metal, Symphonic Metal
Labels	Nuclear Blast
Length	48:41
Ranked	#2 for 2024 , #263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90 / 100

Time II는 무려 12년이라는 세월 끝에 발표된 앨범이다. 2012년 Time I이 발매되었을 당시, 팬들은 조만간 2부작의 후속편이 나올 것이라 믿었지만, Jari Mäenpää는 예상을 뛰어넘는 오랜 제작 기간을 필요로 했다. 이는 단순히 창작 지연이 아닌, 완벽을 추구한 그의 집요한 성향과, 프로덕션 여건 부족, 장비 및 예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많은 팬들은 기다림에 지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의 고집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결국 2024년 말, 앨범이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음반 발매 이상의 사건이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그 앨범이 마침내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앨범의 사운드는 대체로 풍부하고 장엄하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프로덕션의 균형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특히 드럼과 기타가 지나치게 디지털화되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는 라이브한 느낌을 선호하는 청자에게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Jari Mäenpää의 목표가 현실 세계의 장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완벽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데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디지털 중심 믹싱도 그의 철학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로덕션은 철저히 컨셉 중심이며, 기술적 아쉬움과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Jari Mäenpää는 대부분의 연주와 작곡, 프로덕션을 단독으로 수행했다. 그의 연주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을 넘어, 감정의 디테일과 서사적 전개까지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다. 특히 그의 보컬은 그로울링과 클린을 넘나들며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전달하고, 그의 기타 연주는 멜로딕하면서도 테크니컬하며, 곡의 기승전결을 주도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솔로 프로젝트의 차원을 넘어, 한 명의 작곡가가 완전히 자기 세계를 구축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Time II는 단순히 트랙을 나열한 앨범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처럼 흐름이 있다. 인트로에서 클라이맥스로, 그리고 감성적인 엔딩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Jari Mäenpää의 설계도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증명한다. 각 트랙의 길이, 연결 방식, 음향적 톤 모두가 전체 흐름을 고려해 배치되었으며, 이는 반복 청취할수록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Time I과 비교했을 때, Time II는 보다 어둡고 내면적인 톤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결말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앨범의 오프닝 트랙 Fields of Snow는 Wintersun 특유의 대서사적 분위기를 천천히 펼쳐낸다. 차갑고 청명한 신스 패드와 음산한 현악의 조화는 눈 덮인 신비로운 세계로 청자를 이끈다. 곡은 격정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서서히 쌓이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윽고 펼쳐지는 다층적 오케스트레이션은 마치 영화의 인트로와도 같다. 이 트랙은 단지 앨범의 서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Time II 전체가 어떤 세계관 속에서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미장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눈과 시간이라는 테마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살아 숨 쉬기 시작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The Way of the Fire는 앨범 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트랙 중 하나다. 포크적인 어쿠스틱 인트로로 시작되지만, 곧이어 폭발하는 기타 리프와 블래스트 비트는 본격적인 파워와 기술의 격돌을 보여준다. 곡은 서사적 전개를 따라 점층적으로 긴장감을 쌓아가며, 중간 중간 삽입된 합창과 신디사이저가 극적인 전환을 이끈다. 특히 후렴에서의 멜로디는 Jari Mäenpää 특유의 멜랑콜리하면서도 장엄한 감성이 살아 있으며, 그의 멀티 트랙 보컬과 악기 레이어링 기술은 청자에게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이 곡은, 정교하게 구성된 한 편의 서사시나 다름없다.

앨범 중반부에 위치한 One With the Shadows는 보다 내면적인 곡이다. 이 곡은 일본 전통 악기인 에르후(Erhu)를 도입해 독특하고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으며, 감성적이고 동양적인 선율이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교차되며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사는 죽음 혹은 소멸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며, 어둡고 무게감 있는 보컬이 이 분위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곡은 광폭한 리프와 조용한 피아노 파트, 현악기 편곡 사이를 오가며 청자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Wintersun 특유의 극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Ominous Clouds는 길이가 짧지만, Time II라는 대서사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일종의 인터루드 역할을 하며, 다가올 곡의 감정선을 미리 암시하는 효과를 낸다. 이 곡에서는 주로 신스와 스트링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며, 특정 멜로디 모티브를 반복해 청자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불안과 전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쟁 직전의 정적 같은 긴장감이 앨범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짧지만 의도적으로 배치된 이 트랙은 영화적 서사를 따르는 Jari의 작곡 철학을 잘 보여준다.

Storm은 Time II의 정점이자, Jari Mäenpää의 작곡 능력이 가장 극적으로 표출되는 곡이다. 무려 1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곡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며, 청자에게 끝없는 이야기의 흐름을 제공한다. 클래식, 블랙 메탈, 신스 웨이브, 심포닉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있으며, 다이나믹한 구성과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흡사 한 편의 오페라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곡의 후반부에서 에르후가 다시 등장해 감정의 정점을 찍는 부분으로, 이 곡 하나만으로도 Time II가 단순한 메탈 앨범 그 이상임을 입증한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Silver Leaves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간 이어져온 장대한 서사를 아름답게 매듭짓는다. 정적인 인트로와 더불어 풍성한 스트링 편곡, 한국어 가사의 등장 등은 다문화적 감성을 표현하려는 시도이자, 음악을 통해 국경을 넘는 감정 전달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곡은 마치 눈이 내리는 풍경 속에 혼자 남은 사람의 독백처럼 느껴지며, 마무리된 후에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피날레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Jari Mäenpää의 철학적·정서적 세계관이 가장 응축된 트랙이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팬들의 기대는 비현실적일 만큼 부풀려졌고, 그만큼 반응도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팬들은 완벽주의가 빚어낸 경이로운 예술작품이라며 극찬했으며, 특히 Storm과 Silver Leaves는 팬들이 선정한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반면 몇몇은 제작 시간에 비해 트랙 수가 적고 러닝타임이 짧다는 점, 혹은 사운드의 과도한 정제에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론가는 이 앨범이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비전이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음악적 성취라고 평가한다. Time II는 Wintersun이라는 밴드, 아니 정확히는 Jari Mäenpää 개인의 예술 세계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극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메탈 앨범이 아닌, 시간과 자연, 감정과 철학을 음악으로 풀어낸 대서사시이자 사운드 판타지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작품은 Jari Mäenpää가 얼마나 완벽주의적이고, 동시에 음악을 통한 서사 구축에 몰두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동시에 이는 Wintersun의 전성기를 마무리 짓는 앨범일 수도 있다. 완결된 2부작으로서, 이후의 음악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며, 그 여정의 전환점으로 Time II는 명확한 이정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