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leus Maleficarum Review

Band	Pestilence
Album	Malleus Maleficarum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September 1988
Genres	Thrash Metal
Labels	Roadrunner Records
Length	38:22
Ranked	#25 for 1988 , #1,026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85 / 100

1988년, 네덜란드의 Pestilence는 데뷔 앨범 Malleus Maleficarum을 통해 유럽 메탈 씬에 거대한 충격을 던졌다. 앨범 제목은 중세 말에 발간된 마녀사냥 지침서에서 따온 것으로, 이단과 악을 심판하는 냉혹한 폭력을 암시한다. 그 상징만큼이나 이 음반은 잔인하고 공격적이며, 데스 메탈과 스래시 메탈이 충돌하고 융합되던 과도기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Pestilence의 Malleus Maleficarum은 단순한 데뷔작이 아니라, 데스 스래시라는 장르의 표준을 정립한 기념비적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숨 돌릴 틈 없는 속도로 내달리며, 초창기 Slayer와 Possessed, Kreator의 영향을 뚜렷하게 반영한다. 하지만 Pestilence는 단지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냉혹한 리프워크와 날카로운 리듬 체계를 구축했다. Patrick Mameli의 기타는 공격성과 정밀함을 동시에 지니며, 격렬한 트레몰로 피킹과 예리하게 잘게 쪼개진 리프들로 사운드를 채운다. Marco Foddis의 드러밍은 당시 유럽 데스/스래시 밴드들 사이에서 손꼽힐 정도로 단단하고 일관되며, 전체 곡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보컬 역시 눈에 띄는 요소다. Patrick Mameli의 보컬은 후기 데스 메탈의 그로울링보다는, 보다 거칠고 날선 스래시 톤에 가까우며, 분노와 광기가 혼재된 음색이 앨범의 폭력성과 불온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특히 Subordinate to the Domination이나 Bacterial Surgery 같은 트랙은 리프 구성, 리듬 전개, 곡의 구조적 완성도에서 당시로서는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며, 이후 Pestilence가 보여줄 음악적 진화를 예고한다. 여기에 Commandments 같은 곡에서는 반종교적 메시지를 날카롭게 담아내며, 마치 80년대 말 경제적 번영은 이루었되, 사회적으로는 침체된 유럽의 분위기를 메탈 언어로 번역한 듯한 인상을 준다. 프로덕션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제된 사운드보다는 거친 현실감과 현장감을 중요시하던 당시 익스트림 메탈 씬의 전형적인 미학이기도 하며, 오히려 Malleus Maleficarum의 파괴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이 앨범은 스튜디오 기술보다 연주력과 구성, 사운드의 무게감으로 승부하며,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데스/스래시가 가진 진짜 힘이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Pestilence를 Consuming Impulse나 Testimony of the Ancients 같은 후기작들로 기억하지만, 그들의 진짜 기원은 Malleus Maleficarum에 있다. 이 앨범은 단지 한 밴드의 시작점이 아니라, 데스 스래시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지점이기도 하다. 비록 기술적 진보나 실험성은 뒤이은 앨범들에 비해 덜할 수 있으나, 순수한 공격성과 리프 중심의 구조미학에서는 이 앨범이야말로 Pestilence의 원초적 에너지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Malleus Maleficarum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날이 서 있다. 데스 스래시라는 말이 다소 익숙해지고, 장르가 분화된 이후에도 이 앨범은 그 분기점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지닌다. 만약 데스 메탈의 태동기, 혹은 스래시 메탈의 폭력성과 그 진화 과정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앨범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이정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