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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0 경이
Date :  2020-12-30 02:52
Hits :  3278

Wolverine - A Darkend Sun (Audio-Visual EP 2020)



스웨덴의 프로그레시브메탈 밴드 Wolverine은 2020년 늦가을 A Darkend Sun이라는 제목의 Audio-Visual EP를 발표합니다. Phoenix Slain, The Breach, Dead as The Moon, Hibernator로 이어지는 28분 분량의 네 곡을, 혹은 네 챕터로 구성된 한 곡을, 서사를 가진 영상에 덧입혀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YouTube 영상으로만 EP를 발표한 상황으로, 따로 앨범 혹은 스트리밍 형태로 유통되지 않아 metalkingdom 뿐만 아니라 metalarchives에도 등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일단은 게시판에 리뷰를 남기며, 추후에 "앨범"의 형태로 발표되어 metalkingdom에 등록되면 앨범 리뷰로 본 리뷰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Wolverine이 프로그레시브메탈의 신성으로 주목을 받았던 적도 한 때 있었습니다만, 2집, 3집을 거듭하며 점점 주류 프로그레시브메탈의 작곡에서 벗어나면서, 이들을 향한 이목도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이제는 이들의 디스코그라피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청자도 몇 안 남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세간의 주목에 개의치 않고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계속해왔습니다. 긴 호흡으로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관성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단단하고, 짙고, 깊습니다. 단, 다수의 청자는 그 단단함과 짙음, 깊이에 막혀 지나치기가 쉽습니다.

A Darkend Sun은 그러한 Wolverine의 디스코그라피에 연장선상에서 정점을 찍는 것과 동시에 영리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형식적인 면에서 (1) 음악과 영상을 융합했으며, (2) 30분 미만의 중편소설의 러닝타임이 눈에 띕니다. 이 두가지 특징은 Wolverine의 음악에서 다소 부족한 쇼맨십을 보충하고, 이들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했습니다.

Wolverine의 음악은 정적입니다. 하나하나의 연주를 따지고 들어가면 충분히 역동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가 지배합니다. 노래도 뭔가 화자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말한다기보다는, 자화상을 관찰하고 그린다는 느낌이랄까요. 음악적으로 단단하고 짙은데, 반대로 청자를 자극시키고 주목하게 하는 음악적인 쇼맨십이 다소 부족합니다.

음악과 일체화된 영상의 존재는 밋밋하고 평면적일 수 있는 Wolverine의 음악을 역동적이고 입체감있게 만들었습니다. 영상 전문가가 아닌 팀의 베이시스트인 Thomas Jansson이 독학으로 제작한 영상은 음악과의 조화가 뛰어납니다. 사실 영상에서 주로 활용한 가면, TV, 꼭두각시, 군중, 벙어리 등의 이미지들은 다소 상투적인 면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음악의 리듬과 흐름, 주제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져서 시각-청각이 일체화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앨범 전체에서 몇 군데의 편집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미리 알려드리면 감동이 떨어질 것 같아서 이건 비밀로 할께요. ^^) 그럴 수만 있다면, 안 본 눈과 안 들은 귀를 산 다음에, 제대로 된 AV가 가능한 곳에서 집중하며 감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을 창작자가 영상도 제작하였기에 음악과 영상의 조합이 탁월할 수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Audio-Visual EP"라는 용어는 적합합니다.

아무래도 Wolverine의 음악이 지닌 여백으로, 영상과의 결합이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대로 Dream Theater의 Scenes from A Memory와 같은 유수의 프로그레시브메탈 컨셉앨범들은 이미 음악에서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있기에, 영상이 과잉이거나 부차적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28분 분량도 full-length가 아니어서 드는 아쉬움보다는 충분한 느낌입니다. 중편소설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Wolverine의 서사는 장편소설(full-length)을 이끌어갈 만큼 극적이고 흥미로운 사건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편소설(single)은 Wolverine의 서사가 지닌 깊이를 담기에 부족합니다. 중편소설(EP)은 장편소설에 준하는 서사가 가능하면서도, 단편소설의 간결함, 탄탄함, 여운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Wolverine의 A Darkend Sun의 길지도 짧지도 않고 꽤나 적절합니다.

사실 28분짜리 Audio-Visual EP는 어디까지나 외형일 뿐이며, 본질은 그 속의 음악이겠죠. 음악도 뛰어납니다. 첫 곡 Phoenix Slain은 이들 특유의 분위기 있는 신디 소리로 "태양이 어두워짐"을 알립니다. 미들템포의 기타백킹리프가 이끌어 가는 두번째 곡 The Breach를 통해 어둠이 깊어지며, 세 번째 곡 Dead as The Moon은 처연함에 휩싸입니다. 6/4의 독특한 비트가 돋보이는 마지막 곡 Hibernator에서 새벽을 되찾습니다. 모두가 다 매력있는 곡이며, 특히 Dead as The Moon의 발라드, 클린톤의 기타, 연민의 따뜻함이 좋습니다.

빠르게는 mp3가 등장한 2000년대 초, 늦게는 스트리밍과 유튜브를 통한 "싱글" 단위의 음원 유통이 대세가 된 2010년대 초를 기점으로 과거 LP-카세트테이프-CD(-MD) 로 이어지던 "앨범" 단위의 작품 발표에 퇴장이 선고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창작자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앨범에 담아 발표해봤자, 청자는 스트리밍이나 유튜브로 작품의 부분만을 감상합니다. 앨범 수익의 감소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이제는 락메탈 음악에서도 뮤직비디오는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 이상의 무엇이 되었습니다. MTV가 출연했을 때도 여전히 radio star는 video로부터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radio star는 생존을 위해 video star로의 변신이 필수가 된 것입니다.

더이상 앨범을 통한 작품 발표의 이유가 사라져가는 시점에, A Darkend Sun은 기존의 앨범 형태가 아닌 YouTube 영상 형태로, 매체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해당 영상은 무료로 시청할 수 있으며, 별도의 광고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오직 이들 홈페이지에 링크된 페이팔을 통해 자발적인 지불만 가능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My Dying Bride의 Macabre Cabaret 뮤직비디오는 중간광고를 넣더라구요. 지금은 수정한 것 같은데, 처음 감상했을 때는 그 좋은 분위기를 중간광고로 깨뜨려서 아쉽더라구요.) 자신들의 음악을 지키면서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려 하는 Wolverine의 시도를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일까요, 기대치 않게 2020년에는, 특히 이번 가을에는 어두운 미학의 뛰어난 앨범들이 꽤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Wolverine의 A Darkend Sun은 독보적인 청각-시각적 경험으로 가장 앞에 두고 싶습니다. 저에게 2020년 최고의 앨범(AOTY)입니다. 아직 이 앨범을 접하지 않았다면, 꼭 좋은 AV 환경에서 단단히 준비된 상태에서 감상하기를 권장합니다.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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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13 B1N4RYSUNSET     2020-12-30 03:09
호오 흥미롭네요. 언제 한번 각잡고 감상을 해봐야겠습니다
level 10 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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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2024-03-06 18:26
스마트폰으로 하면 여길 잘 안보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준기 2024-03-06 18:26
여긴 잘 안쓰시는군요 ㅎㅎㅎㅎ
fosel 2024-01-28 22:20
루~루~루~ 부루털 데쓰메털
차무결 2024-01-28 02:46
브루럴데쓰메럴
am55t 2024-01-24 14:59
소일워크식(갑툭 클린보컬) 멜데스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