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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0 bystander
Date :  2017-10-12 14:36
Hits :  2956

이 세상의 모든 똥반을 위한 변명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요한복음 8:32

갑자기 왠 성경구절이지, 진리? 자유? 똥반을 위한 변명을 뭐 이리 거창하게 시작하지? 등등 많은 생각이 드실거라 생각합니다만.. 일단 먼저 말씀 드리면 저는 예수쟁이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저 구절을 성경의 문맥에 맞추어서 기독교 교리에 맞추어 해석할 의도는 없습니다.

이 성경 구절을 따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죠. 저 구절을 다시한번 읽어 봅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는 곧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 이 말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글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만... 우리는 자유와 진리를 목표로 추구해왔고, 추구하며, 추구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전 이 말이 옳다하고 논의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만... 하나 더 이실직고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은 반토막짜리도 못되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하나의 이론의 중간 부분을 뜯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 선행하는 수많은 질문들과 그 답들, 이 글을 따라오는 수많은 질문들과 답들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만!! 똥반(똥+음반. 즉 아주 허접한 음반)을 위한 변명만큼은 가능하다고 보기에 이렇게 끄적여봅니다.

이제 각설하고.. 일단 곡(曲)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음악의 3요소와 더불어 악기 그리고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겠고 가사도 있고 곡의 전체적인 구성, 정말로 중요한 청자 등등 특히 요즘같이 실험적인 곡들이 나오면서 재밌는 요소들도 늘고 있죠. 우리의 귀에 비로소 들어오는 하나의 곡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한 곡은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겠죠. 그렇다면 어떤 곡을 감상하고 느끼는데에 저러한 구성요소들을 알면 그 곡을 완전히 감상하는 것일까요? 조금 다른 말로 그냥 저 요소들을 통해 그 곡의 모든 속성과 본질을 알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닙니다. 물론 다양한 요소들을 아는 것이 이 곡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곡을 완벽하게 알려주진 않습니다. 곡의 요소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 곡의 어느 한 면만을 이해하게 해 줄뿐입니다. 부분(요소들)의 합이 딱 하나로서의 '전체', 즉 '하나의 곡'일까요? 아닙니다. '하나의 곡'은 자신을 이루는 요소들의 합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다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하나의 '곡'(소리)으로 있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곡은 자신밖에 갖지 못하는 어떠한 본질같은 것이 있는 것이며 이는 부분들로는 설명되거나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하나의 완성된 곡은 모든 요소들의 합을 넘어선 것이죠. 아주 적절한 예는 아닌 것같지만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1 + 1 = 2. 우리가 숫자 2를 알기 위해서 1을 암만 들여다봐도 숫자 2의 모든 속성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숫자 2가 유일한 짝수 소수(Prime Number)인데 우리가 일 두개를 암만 들여다봤자 이는 알지 못합니다. 물론 수학적 추리를 거쳐서 일 더하기 일은 유일하게 짝수이자 소수인 이가 나오겠구나하고 알 수는 있습니다만, 이런 추리는 음악에 있어서는 불가능하죠.(이 점이 제가 아주 적절한 예는 아니라고 한 점입니다.)

그렇다면 부분들을 뛰어 넘는 무엇, 부분들로는 알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행히 음악은 철학따위처럼 사변적이지 않습니다. 들어보면 됩니다.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하는데 이 말은 즉 들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몰라요. 여기서 제가 똥반을 위한 변명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모릅니다. 모르니까 이것저것 해보는 겁니다. 일단 해보고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음악활동을 '소리 찾기'로 정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탐색하고 찾습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면 음악또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고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드러내줄 '소리'를 찾습니다. 물론 모든 음악인들이 꼭 아름다움만을 쫓는 건 아닙니다. 어디 누구 형제처럼 말년에 돈때문에 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예술 그중에서도 음악의 본질은 '소리 찾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곡을 듣고 이 곡을 통해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건데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무엇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발랄하고 예쁘장한 것들. 그것들이 아름다울 순 있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아름다움은 주관이 정하는것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아름다움의 '탐색'을 주관에 '맡기는' 것일뿐이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주관에 '정초'하는 게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미 있는 어느 한 곡을 들으면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우리가 찾는 것입니다. '소리 찾기' 아니 도대체 '찾음'에 무슨 잘못이 있길레 음악을 양분하고 어디가 잘났네 못났네 하고 있는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소리 찾기'에 실패한 처참한 결과물도 비평을 할 순 있을뿐이지 똥반이라며 거품물고 달려들어서야 되겠느냔 말입니다. 굉장히 괴상해 보이는 결과물. 그 사람들도 이런 곳에서 드러나며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해보는게 아닌가 말입니다. 물론 각 곡에 대한 평가는 다 다르겠죠. 이거야 말로 주관이 할 일이며 주관이 결정하는 것이니 이 부분이야말로 누가 누구에게 뭐라할 부분은 없는 것이겠죠.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소리 찾기'를 조금 더 일반화 시켜 보겠습니다. '이 우주에서 소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소리 찾기'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음악입니다. 과거 예술은 미를 추구한다 했지만 사람이 반드시 아름다움만을 드러내야만 할까요? 누군가는 이와 반대되는 것들 아니면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 우주에서 우리가 사변 혹은 감각으로 알지 못하는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작금의 예술 아닙니까? 음악을 이렇게 생각한다면 어떠한 결과물이라도 변명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쯤이면 제가 왜 성경의 저 구절을 따왔는지 밝히지 않아도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평가에 있어서는 그러지 못할지언정, 음악을 마주할 때만큼은 자유로워 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p.s 이러한 생각은 하이데거의 미학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하이데거 "예술의 본질은 존재자의 진리가 스스로를 작품 안에 정립하는 것(das Sich-ins-Werk-Setzen-der Wahrheit des Seien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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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10 Redretina     2017-10-12 15:22
음.. 생각해보면 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잘 표출했는가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똥반들은 분명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들이죠.
level 10 bystander     2017-10-12 17:53
재밌네요 ㅎㅎ 뒤샹 이후의 현대 미술처럼 장인정신을 통한 결과물보단 아이디어나 발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미술에서는 잘 작용하나 음악에서는 금방 크나큰 한계에 달할 것 같네요.
level 15 scratch     2017-10-12 15:57
제 경우는 시간과 돈을 낭비했기 때문에 욕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불어 '굉장히 이상해 보이는 결과물'과 소위 '똥반'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level 10 bystander     2017-10-12 17:46
그러네요. 지적해주신 부분은 제가 좀 경솔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명 하나 하자면 제가 '괴상해 보이는 결과물'은 Experimental- 장르와 Avant-garde- 장르를 겨냥해서 말한건데, 이 장르들을 즐겨 듣다가 이런게 뭐가 음악이냐며 비하하고 열폭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이런 문맥속에서 쓴 것입니다.
level No.8 빌리홀 [강퇴됨]     2017-10-12 16:13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IP : 124.80.214.254
level 8 수지양키     2017-10-12 19:31
'이미 하나의 완성된 곡은 모든 요소들의 합을 넘어선 것' 좋은 표현이네요. 그런데 합을 넘어선 부분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진 또 모르죠 ㅋㅋ
level 10 bystander     2017-10-13 14:52
뜯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막상 듣고보면 별 감흥이 없는 경우도 많죠 ㅎㅎ 하여간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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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2024-03-06 18:26
여긴 잘 안쓰시는군요 ㅎㅎㅎㅎ
fosel 2024-01-28 22:20
루~루~루~ 부루털 데쓰메털
차무결 2024-01-28 02:46
브루럴데쓰메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