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Register
Free Board
Name :  level 11 소설가H
Date :  2026-07-15 23:02
Hits :  2483

[Dream Theater, 꿈의 기하학] 25장 (완결): 40주년의 몽환극, 그리고 영원한 순환 (2024 - 2026) by 한이솔

이전 편 바로가기

제5부: 귀환과 영원
25장: 40주년의 몽환극, 그리고 영원한 순환 (2024 - 2026)

1. 시간의 지배자

2024년 10월 20일, 런던 O2 아레나. 2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찬 영국 최대 규모의 이 실내 공연장은 전석이 매진되며 밴드 단독 공연 역사상 손꼽힐 규모의 현장이 되어 있었다.

거대한 공간을 채우던 빛이 일순간 꺼지고 암전이 찾아왔다. 무대를 가로막은 40주년 기념 공연의 거대한 장막 위로 레이저 조명이 난사되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Metropolis Pt. 1'의 도입부 효과음이 아레나의 어둠을 갈랐다.

페트루치는 무대 옆 어둠 속에서 인이어 모니터를 깊숙이 눌러 끼웠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무대 위 그의 귀 안에서 한 박자도 어긋난 적 없이 똑딱여 온 클릭 트랙의 째깍거림이 오늘 밤은 없었다. 이제 그 빈자리에 들어찰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윽고, 스틱과 스틱이 부딪치는 네 번의 카운트가 들려왔다.

기계가 만드는 균질한 똑딱임이 아니라, 인간의 호흡과 핏줄을 타고 흐르는 박동. 정확히 같은 간격이면서도, 그 안에 미세한 떨림, 확신, 그리고 15년의 침묵이 동시에 실린 박자. 페트루치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명의 손가락이 지판 위에서 자세를 잡았고, 루데스의 손이 첫 패치 위에 떠올랐다. 다섯 명의 호흡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카운트에 일제히 동기화됐다.

조던 루데스의 키보드가 서늘한 주제 선율을 타격하자, 페트루치의 기타와 명의 베이스가 그 위로 묵직하게 합류하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길었던 단절을 일거에 찢어발기는, 마이크 포트노이의 타격이 폭발하는 순간.

무대 전체를 가로막던 장막이 찰나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시야를 하얗게 마비시키는 조명과 함께, 마침내 완전체로 돌아온 거장들의 앙상블이 2만 명의 함성을 뚫고 객석으로 뿜어져 나갔다.

지난 십 년 간 포트노이의 자리를 대신했던,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른 손을 가진 사내 마이크 맨지니. 그는 인이어 속 메트로놈에 자신을 결박하고, 그 오차 없는 시간의 강철 격자 속에서 우아한 사투를 벌였다. 그가 재직하던 시절 무대를 휩쓰는 영상과 조명, 레이저가 밴드의 연주에 맞춰 정확히 빛날 수 있었던 건, 기계가 세공한 '시간의 십자가'를 맨지니가 묵묵히 사지로 짊어지고 버텨준 덕분이었다. 인간의 직관과 동물의 감각을 초월한 변박을 미로를 짜내는 밴드의 드러머로서, 그건 다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위대한 헌신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부터, 밴드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를 참이다.

포트노이의 거대한 드럼 킷 뒤편, 시야가 닿지 않는 자리에 전자 패드가 하나 숨어 있었다. 곡이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야 할 어느 마디에서, 포트노이가 그 패드를 한 번 두드렸다. 그러면 나머지 네 사람의 인이어 안으로 신호가 떨어지고, 같은 순간 무대 윗편 조명 감독의 페이더가 움직였다. 무대를 비추는 레이저 광선이 그 박자에 맞춰 색을 바꿨고, 뒤편 스크린의 영상이 같은 호흡에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돌아온 포트노이는 무대라는 유기체를 생동하게 하는 신경망을 통째로 다시 배선했다. 이제 시간을 지배하는 건 메트로놈이 아니라 포트노이의 심장이었다. 영상도, 조명도, 레이저도,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도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대로 호흡했다.

시간은 이제 'Metropolis' 악명 높은 변박 구간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7박과 9박, 11박이 미로처럼 얽혀 드는 자리. 페트루치의 시선이 드럼을 향했다. 포트노이가 어금니를 살짝 깨물며 한 호흡 잡아당겼고, 그 미세한 텐션이 그대로 페트루치의 피킹에 실렸다. 명의 베이스가 같은 호흡에 묻어 들어왔다. 찰나에도 여러 번, 다섯 명의 시간이 동시에 잡아당겨졌다 풀려났다.

곡 후반 변박이 촘촘히 접히는 구간, 누군가의 손끝이 살짝 흔들렸다. 객석에서는 알아챌 수 없는 미세한 어긋남. 그러나 무대 위 다섯의 귀에는 치명적 균열.

그 순간 포트노이의 '카우벨'이 울렸다.

알프스 어느 목장의 종소리 같은 무뚝뚝한 '땡!' 한 발. 굉음의 한복판을 마치 칼로 베어내듯 가르고, 다섯의 귀 안에 동시에 명료한 점 하나를 찍어 넣는 신호. 페트루치의 동공이 그 점을 향해 잠시 모였고, 명의 손가락이 한 박을 보충했고, 루데스가 다음 코드 위에 발끝을 다시 디뎠다. 다음 마디엔 다섯이 다시 한 박자로 뭉쳤다.

그 사이 관객들은 그저 무대 위의 흠결 없는 탁월함을 목도하며 경악에 빠져있다.

라브리에는 마이크 스탠드를 쥔 채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포트노이는 다음 큐를 향해 이미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밤새 일정표를 짜고, 매일 밤 다른 곡으로 객석을 흔들겠다 다짐하던 그 사내의 열띤 얼굴이 돌아와 있었다.

곡이 마지막 마디로 접어들었다. 포트노이의 어금니가 다시 한 번 다물렸고, 박자가 의도적으로 리타르단도 위에 올라탄 채 은근히 끌어내려지기 시작했다. 영상의 페이드아웃과 조명의 잦아드는 호흡이 그 변화에 정확히 보조를 맞췄다. 곡의 잔향이 객석 끝까지 천천히 번져 나가는 그 마지막 몇 초 동안, 질끈 조여졌던 다섯 명의 연주자, 무대 뒤편의 스태프, 그리고 2만 개의 호흡이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시금 후련하게 풀려났다.

라브리에의 시야가 땀으로 흐려졌다. 지난 시간 허공을 맴돌던 날 선 원망과 조롱, 비컨 시어터 대기실의 눈물 어린 포옹이 눈앞의 환호와 뒤엉켜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마이크 스탠드를 틀어쥔 라브리에가 뜨거워진 눈시울로 고개를 숙였다. 숨을 고르던 찰나, 등 뒤를 떠받치는 박동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드럼 킷 너머의 포트노이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2. 밴드의 수준

그 뜨거운 무대 아래로, 공연장 전체를 달군 열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수천 개의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있었다. 이 냉혹한 관찰자들은 렌즈를 번뜩이며 무대를 조준했다. 이들의 기록 속에서 표적이 된 건 라브리에의 힘겨운 숨소리와 흔들리는 피치였다.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유튜브와 틱톡의 알고리즘은 라브리에의 불안정한 고음 파트만을 교묘하게 도려낸 직캠 영상을 전 세계로 퍼뜨렸다. 한 곡당 십여 초씩, 가장 약한 순간만이 무한히 반복 재생됐다. 2시간 반의 공연 안에서 라브리에가 흔들림 없이 토해낸 수십 분의 고음과, 환갑을 넘긴 성대가 매일 밤 무대 위에서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은, 몇 초씩 짧게 토막 난 시간 속에서 철저히 은폐되었다.

"포트노이가 돌아오면 뭐 하나, 보컬이 밴드를 망치고 있는데."

"차라리 연주 전문 밴드로 전향해라."

날 선 조롱들이 수만 개씩 쏟아지며 디지털 마녀사냥의 불길을 당겼다.

그리고 다음 날, 24년 묵은 침묵 하나가 그 불길에 조용히 기름을 부었다.

"밴드의 수준은 결국 그 보컬의 수준이다(A band is only as good as their singer)."

데릭 셰리니언이 소셜 미디어에 남긴 한 줄.

1999년, 드림씨어터에서 한 장의 앨범, 한 장의 라이브, 한 장의 EP를 남기고 자신을 키보드 자리에서 내보냈던 옛 동료들. 표면의 화살은 라브리에를 향했지만, 모난 텍스트의 끝은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있었다. 다만 셰리니언은 끝내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급기야 참다못한 아들 챈스가 댓글 창에 직접 등판해 아버지를 방어하며 설전을 벌이는 촌극마저 빚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 옆에서 아버지가 짊어진 무게를 묵묵히 지켜보았고, 스스로도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로서는 결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한때 아버지의 밴드를 스쳐 지나갔던 옛 동료의 비아냥을 그저 못 본 척 넘기기엔, 챈스 역시 아버지의 당당한 성정을 너무나도 빼닮아 있었다.

14년 만의 위대한 귀환을 이뤄낸 요새 안쪽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했지만, 성벽 밖의 세상은 늙어가는 프론트맨을 향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다음 투어 도시를 향해 밤새워 달리는 버스 안, 쏟아지는 무자비한 텍스트들을 묵묵히 확인하던 라브리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구차한 변명은 필요 없었다. 날아드는 화살을 부러뜨릴 방패는, 뼈를 깎는 훈련으로 무대 위에서 다시 증명해 낼 자신의 목소리뿐이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의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 쇳덩이 같은 결의가 내려앉았다.


3. 내일 죽는다 해도

디지털 세상의 렌즈가 밴드를 정조준하던 2024년 10월 29일, 크로아티아 아레나 자그레브의 백스테이지. 런던 공연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뒤이자, 40주년 기념 투어의 쇼타임을 불과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공연 전 세트리스트를 점검하던 포트노이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고, 화면에는 친형의 이름이 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수화기를 든 포트노이의 얼굴이 결국 차갑게 굳어졌다.

1년 내내 암과 사투를 벌이던 여동생 사만다의 부고.

포트노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소파로 무너져 내렸다. 십 대 시절 비행기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두 남매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피붙이였다.

2010년 포트노이가 밴드를 떠나 세상의 조롱을 받을 때, '이 결정은 오빠에게 자식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며 분연히 세상에 맞서 방패가 되어주었던 유일한 혈육. 오빠를 사랑하는 만큼 밴드를 사랑했던 사만다는 13년 만의 재결합을 누구보다 기뻐했고, 열흘 전 런던에서의 첫 무대를 관객석에서 지켜볼 수 있기를 누구보다 고대했다. 그러나 그녀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되었고, O2 아레나에서의 복귀 공연은 병상에서 영상으로 지켜봐야 했다.

찢어지는 슬픔 속에서 헐떡이는 그를 깨운 것은 무대 밖에서 쏟아지는 수만 명의 함성이었다. 포트노이는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는 대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스틱을 쥐었다.

아레나 자그레브의 막이 오르자, 그는 장장 두 시간 반 동안 자신의 오열을 무자비한 박자 속에 겹겹이 숨겨 넣었다. 수만 명의 관객 중 누구도 몬스터 드럼 킷 뒤에서 짐승처럼 심벌을 내리치는 사내가 불과 30분 전 동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가장 숭고하고도 잔인한 형태의 프로페셔널리즘이었다.

그러나 본 세트가 끝나고 앵콜로 접어들 무렵, 밴드는 형제의 슬픔을 더 이상 포트노이의 어깨에만 남겨두지 않았다.

라브리에가 무대 중앙으로 나서 마이크 스탠드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평소의 호기로운 외침 대신 침통한 음성이 객석을 갈랐다.

"여러분, 오늘 밤 우리 모두에게 비통한 일이 있었습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마이크의 여동생 사만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분을 위해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부디 휴대전화 불빛을 켜서, 천국에 있는 사만다의 영혼이 평안히 쉴 수 있도록 이 공연장을 밝혀 주시겠습니까."

라브리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그레브 아레나의 객석이 수만 개의 하얀 불빛으로 일제히 타올랐다. 거대한 은하수처럼 펼쳐진 빛의 바다 위로, 죽음 너머의 삶을 노래하는 진혼곡 'The Spirit Carries On'이 라브리에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Where did we come from? Why are we here? Where do we go when we die?"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객석으로 부터 쏟아지는 그 찬란한 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두 시간 반을 버텨냈던 포트노이의 감정이 마침내 둑을 넘었다. 눈앞이 짓무르도록 뜨거운 것이 차올랐지만, 그의 두 손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박자를 새겨나갔다.

"If I die tomorrow, I'd be all right, because I believe that after we're gone, the spirit carries on."
(내일 내가 죽는다 해도 난 괜찮아. 왜냐면, 우리가 떠난 뒤에도 영혼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난 믿으니까.)

연주가 중반을 넘어가며, 무대 전면에 서 있던 페트루치가 발걸음을 돌렸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던 자신의 자리를 벗어난 그는 무대 뒤편 드럼 라이저 위로 걸어 올라갔다.

사만다는 페트루치에게도 1985년 버클리 시절부터 무려 40년을 알고 지낸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페트루치는 포트노이의 어깨가 맞닿을 만큼 바짝 다가섰다. 그의 눈가 역시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마음속으로 오열하고 있을 형제를 대신해 울부짖듯, 페트루치는 영혼의 밑바닥까지 긁어낸 기타 솔로를 토해냈다.

피날레 연주를 이어가면서도, 포트노이는 몸을 기울여 페트루치의 가슴팍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페트루치는 그를 받아 안으며 한 손으로 포트노이의 어깨를 꽉 감싸 쥐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연주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박자도, 선율도, 그 어떤 음표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찰나가 허락한 순간, 두 사람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나눌 수 있는 가장 소중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몇 발치 떨어진 곳에서 명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저음으로 바닥을 받쳤고, 루데스의 건반은 위로하듯 공간을 매만졌다. 무대의 최전선에서 노래를 이어가던 라브리에는 등 뒤의 그 뭉클한 연대를 곁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지켜내고 있던 성채의 가장 깊은 곳에서 형제들이 서로의 슬픔을 끌어안는 광경을 바라보는 동안, 그의 가슴속에도 조용히 불꽃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포트노이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게 젖어있었지만, 그 눈물의 의미는 어느 순간 달라져 있었다.

병상에 누워 사랑하는 오빠의 재결합 무대를 끝내 직접 보지 못하고 사만다는 떠났다. 그러나, 이제 매일 밤 어디에서든, 그녀는 가장 좋은 자리에서 오빠들의 무대를 영원히 지켜볼 것임을 그는 믿었다. 눈물은 여전히 포트노이의 뺨을 타고 흘렀지만, 더이상 슬프지만은 않았다.


4. 삼십 년 전 목소리

자그레브의 밤을 뒤로하고, 밴드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라브리에는 공연 전 두 시간을 대기실에서 보냈다. 문을 잠그고,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그는 홀로 의식을 치렀다. 소파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눈을 감으면, 입술 사이로 요란한 마찰음이 흘러나왔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사이로 주파수 대역을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는 허밍이 호흡을 탔다.

30년 동안 라브리에는 자신의 성대를 고칠 수 있다는 코치나 전문가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갔다. 뉴욕의 보컬 코치, LA의 발성 치료사, 유럽 투어 중 만난 오페라 교사, 그리고 온라인에서 소문을 듣고 연락한 이름 모를 전문가들. 나아지기도 했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어떤 방법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가 사라졌고, 어떤 방법은 오히려 목을 악화시켰다. 하지만 그는 찾아다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투어를 앞두고 그가 마침내 닿은 곳은 고향 토론토의 음성 병리학자 닥터 아론 로우의 클리닉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그 만남은, 올바른 방향으로 훈련한다면 30년 전 목소리로 돌아가 노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닥터 로우가 처방한 루틴은 기존의 어떤 코치와도 달랐다. 성대 자체를 강화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성대 주변의 근육과 호흡 체계를 재설계하는 방식이었다. 뼈를 깎는 수련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오랜 공포 속에 위축되었던 고음역대의 신경 통로가 하나씩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정해진 루틴을 마친 라브리에가 깊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굳게 닫힌 대기실 문 너머로, 멤버들의 리허설 소리가 바닥을 타고 밀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촉촉한 성대를 위해 껌을 씹으며, 거울 속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5. 강철 장미, 다시 날다

2025년 2월, 15년의 기다림을 뚫고 16집 《Parasomnia》가 세상에 나왔다. 선공개 싱글 "Night Terror"는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메탈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15집 "The Alien"의 수상에 이은 밴드 통산 네 번째 노미네이션이었다. 이제 드림씨어터는 그래미가 호명하는 단골 후보로 자리 잡고 있었다.

40년. 정통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비주류의 길에서 단 한 번도 이탈하지 않았던 밴드가, 특유의 지독한 끈기로 기어올라 마침내 그래미라는 세계의 꼭대기를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꿰차버린 셈이었다.

그 기세는 여름, 전설적인 무대로 이어졌다. 2025년 7월 2일, 이탈리아 폼페이 원형극장. 매일 밤 아레나를 호령하던 LED 스크린의 눈부신 빛을 모조리 거둬낸 그 무대 위로, 2,000년 된 잿빛 돌벽과 서늘한 달빛만이 내려앉았다. 드림씨어터는 그곳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25분짜리 대서사시 "Echoes"를 전곡 커버했다. 1971년의 음악이 2025년의 다섯 남자의 손끝을 거쳐 고대의 돌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그 밤, 폼페이의 유적처럼 무너지지 않을 시간의 무게가 그들의 연주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정교한 마스터링과 일회성 이벤트 무대만으로는 늙은 프론트맨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진짜 전쟁은 가을부터 닻을 올린 파라솜니아 월드 투어의 라이브 무대 위에 있었다.

투어가 시작되자 무대 위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펼쳐졌다. 14년 만에 세트리스트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포트노이는 자신이 부재했던 13년의 흔적을 옹졸하게 지워내지 않았다. 오히려 맨지니 시대의 곡들을 기꺼이 세트리스트의 중심에 박아 넣었다.

나아가 그는 무대 위에서 라브리에를 향해 그 어떤 날 선 시선도 던지지 않았다. 포트노이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가장 먼저 스틱을 치켜들고 환호하며 프론트맨의 등 뒤를 받쳐주는 가장 거대한 응원군으로 남았다.

투어가 절정을 향해 치닫던 어느 밤. 23분짜리 대서사시 'A Change of Seasons'가 무대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포트노이가 어머니를 잃은 뼈저린 상실감을 토해냈던 영혼과도 같은 곡이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숨을 죽였지만, 객석 곳곳의 스마트폰 렌즈들은 여전히 프론트맨의 입술을 조준하고 있었다.

곡이 중반부를 넘어 5악장 '어나더 월드'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폭풍처럼 몰아치던 기타와 건반이 마법처럼 잦아들었다. 요동치던 무대 위에는 오직 차갑고 푸른 핀 조명 하나만이 라브리에의 어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모든 악기가 숨을 죽인 진공의 찰나였다. 미세한 호흡의 떨림조차 수만 명의 고막에 적나라하게 꽂히는, 고독하고 무방비한 순간이었다.

라브리에는 두 눈을 감고 마이크 스탠드를 양손으로 틀어쥐었다.

"So far or so it seems..."
(지금까지 그래왔듯, 혹은 그렇게 보이듯…)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음성. 힘겨운 쇳소리가 아니었다. 오직 횡격막의 압력만으로 떠받쳐진, 서글프도록 맑고 단단한 울림이 아레나의 공기를 채웠다.

"All is lost... with nothing fulfilled..."
(모든 것을 잃었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라브리에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거대한 아레나의 공기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감정선이 서서히 끓어오르며 절망과 분노가 임계점으로 치달았다. 잔잔한 독백이었던 보컬이, 다른 악기들이 포문을 열며 합세하는 찰나의 타이밍에 맞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맹렬한 고음으로 둔갑했다.

"I'm sick of all, you hypocrites!"
(너희 위선자들에게 진절머리가 난다!)

스피커가 찢어질 듯 폭발한 스크리밍이 아레나의 허공을 갈랐다. 30년 동안 멈추지 않았던 구도자의 울분이 시간이, 라이브 무대 위에서 마침내 봉인을 뜯어내고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에너지의 방출은 곡이 끝나는 23분의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피날레의 잔향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암전이 찾아온 순간, 수많은 관중이 지축을 뒤흔드는 기립 박수를 쏟아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라브리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페트루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고, 명은 말없이 짧은 끄덕임을 보냈다. 밴드의 성벽을 굳건하게 지키며, 드럼 킷 뒤 포트노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틱으로 라브리에를 가리키며 포효하고 있었다.


6. 꿈속에서

밴드를 한다는 건, 단지 함께 연주한다는 게 아니다.

밴드는 함께 먹고, 자고, 움직인다. 몇 주, 몇 달, 혹은 해를 훌쩍 넘기는 동안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이들의 숨결과 얽혀 들고, 그렇게 서로 묶인 관계 안에서 좋아도 싫어도 식구가 되어가는 일이다. 피를 나눈 가족보다도 가까이 달라붙은 삶. 밴드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도는 이들은 그렇게 산다.

40주년 기념 북미 투어의 막바지.

마지막 노트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함성이 잔향을 덮는다. 다섯 남자가 허리 굽혀 인사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서면, 문이 닫히며 환호는 바닥의 울림으로 남는다.

드레싱 룸의 풍경은 늘 같다. 땀에 젖은 무대 의상을 벗어 바닥에 툭 떨구는 소리.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샤워 부스의 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 손길과, 후드 티와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며 내쉬는 긴 숨. 냉장고 문이 열리고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소리.

무대 너머 복도에서는 크루가 해체 작업을 한다. 케이스가 바닥을 끄는 소리, 금속 래치가 철컥 맞물리는 소리, 케이블이 둘둘 감기는 소리. 40년 동안 수천 번 들어온 익숙한 작별의 교향곡이 공연장의 공기를 채운다. 멤버들은 그 소리를 배경음악처럼 흘려보내며 각자 짐을 꾸린다.

투어 매니저가 드레싱 룸의 문을 두드리며 짧게 외쳤다.

"버스 콜, 십오 분 후."

공연장 뒤편의 주차 구역. 두 대의 투어버스가 나란히 엔진을 공회전시키고 있었다. 칠흑 같은 차체는 공연장 외벽의 조명을 되비쳤고, 썬팅된 창문 너머로는 실내의 불빛이 흐릿하게 새어 나왔다. 차체 하부의 수하물 칸에서 크루 한 사람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거대한 요람처럼, 버스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

멤버들이 한 사람씩 문 앞에 도착했다. 페트루치가 가장 먼저였다. 기타 케이스를 크루에게 넘긴 뒤 가벼운 가방 하나만 손에 들고 버스 계단을 올랐다. 그 뒤로 라브리에가 얇은 스카프를 두르고 따라 올랐고, 루데스와 존 명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마지막은 포트노이. 매니저 척과 짧게 농담을 주고받은 뒤 계단을 올랐다.

버스 문이 열리자 따뜻한 공기가 밀려나왔다.

운전석에는 드라이버가 앉아 있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는 멤버들이 올라타는 동안 고개만 살짝 끄덕여 인사를 건넨다. 대시보드 위에는 커다란 스탠리 보온병과 간식 봉지, 그리고 이미 반쯤 비워진 커피 컵이 놓여 있다. 그는 오늘 밤 긴 도로를 달려야 했고, 다섯 남자의 잠을 책임져야 한다.

운전석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프론트 라운지가 펼쳐진다. 양쪽에 가죽 소파가 마주 보고 놓여 있고, 한쪽 벽에는 LG 평면 TV가 꺼진 채 걸려 있다. 라운지 중앙의 테이블 위에는 차가운 생수 몇 병, 과일 바구니, 견과류 봉지, 그리고 내일 도시의 이동 경로와 호텔 정보가 적힌 A4 용지 한 장이 놓였다. 낮은 조도의 간접 조명이 공간을 감쌌고, 어딘가의 스피커에서 재즈 피아노가 흐르고 있었다.

프론트 라운지를 지나면 좁은 통로 양쪽으로 주방과 화장실이 이어진다. 작은 냉장고, 전자레인지, 싱크대, 그리고 투어 버스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그 너머로 벙크 구역이 펼쳐져 있다.

벙크 구역의 복도는 좁고 어두웠다. 양쪽 벽에 두 단씩 쌓인 여덟 개의 벙크가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벙크는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뉘일 수 있는 크기의 침대칸이 벽 속에 박힌 공간이고, 각 벙크는 커튼으로 가려진다. 어떤 커튼은 이미 닫혀 있었고, 어떤 커튼은 반쯤 열린 채 안쪽의 작은 독서등 불빛을 흘리고 있었다. 복도 끝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었고, 그 너머는 백 라운지였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자리로 흩어졌다.

페트루치는 프론트 라운지의 소파에 짐을 내려놓고, 통로 위쪽의 나무 찬장 문을 열었다. 안에는 그가 챙겨 온 버번 위스키 한 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용히 병을 꺼내 낮은 테이블 위에 놓고, 두꺼운 유리잔 하나에 손가락 두 마디쯤을 따랐다. 잔을 들어 조명 아래 잠시 기울이며 호박색 액체가 유리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모양을 바라본 뒤,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며 첫 모금을 입 안에 머금는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명은 복도 안쪽 벙크 중 하나로 몸을 숨겼다. 벙크 커튼은 한 뼘쯤 열려 있다.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은 전자책 리더기의 작은 회색 화면과, 그 위로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이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고, 다른 손으로는 전완근을 천천히 주물렀다. 40년 동안 베이스 지판을 짚어 온 왼손의 굵은 핏줄과 관절이 그의 엄지 아래에서 하나씩 풀려나갔다. 눈은 책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마사지는 몸이 스스로 행하는 오랜 습관이었다.

루데스의 벙크는 그 맞은편이었다. 커튼은 닫혀 있었지만, 작은 틈새로 태블릿 화면의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루데스는 오늘 밤 공연의 끝 인사를 하며 객석을 찍은 동영상을 편집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짧은 클립에 캡션을 달고, 이모지를 몇 개 고른 뒤, 게시 버튼을 누르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걸 시도하길 즐기는 그의 얼굴 위로, 푸르스름한 빛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라브리에의 벙크는 가장 안쪽, 백 라운지 바로 앞이었다. 머리맡에는 작은 휴대용 가습기가 놓여 있고, 희고 조용한 수증기가 실처럼 피어올라 좁은 공간을 천천히 채우고 있었다. 그는 비스듬히 기댄 채 꿀과 레몬을 탄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고 있다.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고, 스마트폰 화면에는 아내 카렌이 보낸 가족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는 이어폰 너머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찻잔을 기울였다.

포트노이는 백 라운지 문 앞에 서서 그 모든 풍경을 조용히 바라봤다. 한 손은 문틀에 기댄 채, 다른 한 손은 허리춤에 가볍게 얹고서.

운전석에서 드라이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원 탑승했습니까?"

투어 매니저가 버스 안을 한 바퀴 돌며 확인하고, 곧 드라이버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어서스펜션이 한 번 출렁였다. 버스는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창밖의 공연장 조명이 조금씩 멀어졌고, 뒤편의 장비 트럭들이 차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시의 가로등이 하나씩 창문을 스쳐 지나갔고, 이윽고 그 불빛들도 뜸해지더니 버스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올라섰다. 엔진의 저음이 일정해지고, 차체의 진동이 리드미컬하게 자리를 잡았다.

벙크 구역의 좁은 복도에 선 포트노이의 눈앞으로, 수십 년의 기억이 피어올랐다.

아주 낡은 밴. 그게 시작이었다.

다섯 남자와 악기들, 옷가방이 한데 구겨 넣어진 채 뉴잉글랜드의 눈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다음 클럽으로 향하던 시절. 라브리에가 뒷좌석 구석에 엉거주춤 앉아 빈 생수병으로 소변을 근근이 해결해야 했던 밤들. 어느 날 그 밴의 라디오에서 "Pull Me Under"가 흘러나왔고, 냄새나는 밴 안의 다섯 남자는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다 소리를 질렀다. 그날 밤의 밴은 지금 이 투어버스에 비할 수 없이 초라했지만, 지금껏 살아온 어떤 순간보다도 뜨거웠다.

1990년대 중반, 중고 투어버스의 에어컨이 고장 나 벙크 안이 사우나 같았던 날.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아 미지근했던 맥주.

머지않아 밴드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민스트릭의 세 여자, 말린과 레이나, 마턴스가 드림씨어터의 세 남자 포트노이와 페트루치, 명의 아내가 되었다. 그들이 투어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을 때, 다섯 남자의 냄새나고 침울한 공간은 갑자기 따뜻해졌고, 시끄러워졌고, 웃음소리가 넘쳤다. 아내들이 프론트 라운지에서 카드 게임을 하며 깔깔거리는 동안 남편들은 벙크에서 악보를 들여다보았고, 그러다 누군가 "이 코드 어때?" 하고 묻는 소리가 건너편 벙크로 넘어가곤 했다.

가족은 점차 늘어났다. 포트노이의 딸 멜로디와 페트루치의 딸은 버스의 윗 벙크에서 함께 자랐다. 커튼을 치지 않은 채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건너다보며 키득거렸고, 한밤의 고속도로 위에서 누군가 "그만 자라"고 소리쳐도 금세 웃음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그러나 끔찍이 혼자였던 시간도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프론트 라운지의 불은 꺼져 있고, 벙크의 커튼들은 모두 닫혀 있고, 버스는 끝없는 직선도로를 달리는 그 시간. 홀로 소파에 앉은 포트노이의 얼굴에는 두 대의 노트북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핏발 선 눈으로 그는 끝없이 리스트를 만들고, 투어 일정을 짜고, 굿즈 디자인의 폰트 크기를 조정하고, 사이드 프로젝트의 데모를 믹싱했다. 한때는 몸과 정신을 불태우는 그 헌신이 자신과 밴드를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믿었다.

매일 밤 그의 감긴 눈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한 동그라미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게 사라지기 전에 급히 또 다른 걸 그렸다.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잊으며 끝없이 소진되어야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삶. 모두가 잠든 사이 오직 그만이 깨어 있었다. 그 깊은 외로움의 새벽이 프론트 라운지 안에 있었다.

결국 그는 이 버스를 떠났다.

13년 동안 다른 버스들에 몸을 실었다. 밴드마다 다른 차종, 다른 동료, 다른 냄새, 다른 음악. 그 모든 버스에서 포트노이는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즐거웠고,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 다만 어떤 버스에서도 그는 짐을 끝까지 풀지 않았다.

포트노이는 자기 벙크 앞으로 걸어갔다. 페트루치의 벙크와 마주 보는, 통로 오른쪽의 윗 벙크였다. 신발을 벗어 벙크 옆 작은 선반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가장자리를 잡아 익숙한 동작으로 몸을 끌어 올렸다. 좁은 공간이었다. 천장까지의 높이는 앉아 있기에 모자랐고, 옆으로 누워야만 편안했다. 후드 티의 지퍼를 내려 발치에 던져두고, 베개에 머리를 기댄 채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천장이었다.

롱비치의 좁은 방에서, 아버지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 동안 LP를 뒤지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끝나지 않을 꿈을 꾸었다. 언젠가는 비틀즈와 러쉬, 제네시스와 제플린 같은 삶을 살겠노라고. 아홉 살에 드럼 스틱을 쥔 소년은 머지않아 버클리의 연습실에서 두 친구를 만난 열여덟이 되었다. 셋은 마제스티를 결성했고, 곧 드림씨어터가 되었다. 꿈의 극장. 그 이름이 이후 40년간 자신들의 삶을 이토록 근사하게 요약할 줄은, 당시엔 미처 몰랐다.

꿈의 멤버들과, 꿈의 무대에서, 꿈과 악몽의 앙상블을 빚어내며 온 세상의 도시들을 떠도는 삶.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마을 저 마을 재주를 팔아 먹고사는, 수백 년 동안 온 세상이 멸시해 온 떠돌이 악사의 생. 그러나 이 타고난 떠돌이에게 그 사십 년은 꿈결의 여정이었다.

이제는 분명했다. 이 버스가, 이 네 사람이, 그의 집이었다. 이들 곁에 있는 한 그는 더 이상 떠도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와 수염은 희끗해졌고, 몸은 낡아갔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얼마든 그는 이 자리를 다시 떠나지 않을 참이었다. 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까지. 늙어가는 육체로 영혼이 꿈꾸는 소리를 끝내 구현해낼 수 있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밴드를 한다는 건, 함께 꿈을 꾸는 일이다.

만약 이 모든 게 실은 한 편의 꿈이라면, 그는 그 꿈에서 결코 깨고 싶지 않았다.

포트노이는 눈을 감았다. 머리맡의 독서등을 끄자 작은 벙크 안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창문 하나 없는 공간이었다. 다만 커튼 아래의 좁은 틈새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와, 천장에 흐린 원을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동그란 빛 하나에 아버지 하워드, 또 동그란 빛 하나에 어머니 안드레아, 그리고 가장 작은 동그라미 하나에 여동생 사만다.

지금 포트노이는 깨고 나면 아쉬울 꿈속에서 쉬고 있다.

버스는 요람처럼 흔들린다. 수천 번의 밤을 지나며 몸에 새겨진, 꿈을 불러오는 안락한 움직임. 이따금 신호등이나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차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었고, 잠든 다섯 사람의 몸도 함께 기울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창밖으로는 한밤의 고속도로가 흘렀다. 가로등이 띄엄띄엄 박힌 어둠, 그 너머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들판. 머지않아 그 지평선으로 아침이 밝아오면, 다섯 남자는 깨어나고 싶지 않을 찬란한 꿈의 극장을 다시 열어젖힐 것이다.


한이솔 씀
에필로그 바로가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Post   list
File :
n19883r74723.jpg  (88 KB)    download :  3
n19884r12564.jpg  (148 KB)    download :  3
level 11 소설가H     2026-07-15 23:48
Zagreb에서 아만다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포트노이의 곁에 페트루치가 다가가는, 스피릿 캐리 온 공연 장면 링크입니다. https://youtu.be/2xkS1k0utqs?si=-DgFvkI3ODGXQKhU
level 11 소설가H
  [Dream Theater, 꿈의 기하학] 25장 (완결): 40주년의 몽환극, 그리고 영원한 순환 (2024 - 2026) by 한이솔 [1] 
2026-07-15
2484
NumberTitleNameDateHits
Notice타인의 평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level 21 Eagles2012-07-2724622
Notice앨범 평가 시 평작을 70점으로 설정해 주세요.level 21 Eagles2009-09-1133638
Notice게시판 안내입니다.level 21 Eagles2004-01-1934298
33887서울 중심 길거리에서 데스매탈 광고 발견 [8]  level 15 roykhan20 h ago404
3388635. Destruction - Release from agony 앨범 감상 [1]  level 3 FrozenWorld22 h ago136
33885[신곡] 浜田麻里 / Mari Hamada「Rhapsodiaris」 [6]level 7 sbsstars11232026-08-13208
33884딥퍼플 smoke on the water (with 리치 블랙모어) [1]  level 2 Belgar2026-08-13195
33883스콜피온스 어쿠스티카 앨범은 엘피만이 [2]level 17 metalnrock2026-08-12261
33882데스메탈 위주로 듣다가 심포니 엑스로 오늘은 역주행합니다. [3]level 18 GRADO2026-08-12333
33881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Brujeria Live in Seoul !!  level 2 Shm_Media2026-08-12236
33880놀란의 오디세이는 역시나 걸작이더군요 [4]level 14 소월랑2026-08-12390
33879비메탈) 팝펑크 Good Charlotte 샀는데 겁나 좋군요! [8]  level 20 앤더스2026-08-12335
338782018년과 비슷하지만 다른 양상을 보인 올해 폭염.... [3]level 14 AlternativeMetal2026-08-12317
3387734. Slayer - Reign in blood 앨범 감상 [4]  level 3 FrozenWorld2026-08-12309
33876예전 편의점 치킨 [2]  level 15 roykhan2026-08-12388
33875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악 한곡 [1]level 12 즈와스2026-08-12283
33874Left to die 좋군요 [6]level 19 Evil Dead2026-08-12392
33873[짝퉁 경보] Sad Legend 1, 2집 CD [14]  level 17 댄직2026-08-12595
33872데스 그 자체. [10]  level 20 앤더스2026-08-11844
33871달려 메탈, 안전운전 참고 [1]level 19 Evil Dead2026-08-11847
33870무더위 가버렷!!! 킥스 "cold blood" (1988) [5]  level 20 앤더스2026-08-111027
33869데스메탈 최고의 EP [5]level 6 sojuoneshot2026-08-101311
33868이거시 국산 심포닉 메탈이다 [2]level 14 소월랑2026-08-101369
33867에두가 이곡을 라이브로 하네요 [3]level 15 b1tc0!nguЯu2026-08-101326
33866블랙홀 (Black Hole) - 이 몸이 죽고 죽어 (feat. 방수미) [1]level 7 sbsstars11232026-08-101264
33865아이언 세이비어도 신곡 냈네요. [1]level 8 Petrichor2026-08-101228
33864달려 앨범이 왔는데... [4]  level 19 Evil Dead2026-08-101372
33863일본 메탈 바에서 퀸스라이크 커버 공연 했습니다~(Queen of the Reich, Spreading the disease)level 4 kkbrx11232026-08-101166
33862드라이브 감상의 계절이 오는듯 [4]level 19 Evil Dead2026-08-091298
33861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이디 변경.. [6]level 18 GRADO2026-08-091374
33860퇴근길 이케부쿠로 디스크 유니온에서 구입한 앨범들... [14]  level 4 kkbrx11232026-08-091415
33859크랜베리스 Drems 우드스탁 (1994).. 드럼이 빡샜군요.. [8]  level 20 앤더스2026-08-091339
33858데스메탈 초보.. Death - Symbolic (1995) / Morbid Angel - Altars of Madness (1989) [7]level 18 GRADO2026-08-091306
3385733. Agathodaimon - Blacken the angel 앨범 감상 [2]  level 3 FrozenWorld2026-08-091264
33856Hulder 신보level 19 Evil Dead2026-08-091214
33855글램메탈 최고의 보컬리스트 워런트의 Jani Lane 성님의 기일이 다가왔네요.. [10]  level 20 앤더스2026-08-091337
33854스웨덴 데스메탈 Demiurglevel 6 sojuoneshot2026-08-091205
33853남겨질 가치가 없는은 무슨.. [14]  level 20 앤더스2026-08-091556
33852한국은 락음악씬이 작아서 오히려 밴드로 유명해지기 쉬운듯한 [1]level 2 danubio2026-08-091321
33851TENBLANK - MATRIXlevel 7 Lica2026-08-09706
   
Info / Statistics
Artists : 54,057
Reviews : 12,182
Albums : 197,553
Lyrics : 229,973
Memo Box
view all
GRADO 2026-08-12 22:44
감사합니다. 저돜ㅋㅋ
앤더스 2026-08-12 20:08
아하 그러시군요! 언제나 예의주시 응원드립니다 ㅎㅎ
AlternativeMetal 2026-08-12 19:44
앤더스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이라, 항상 유튜브 날씨 채널을 주시하고 있어요!
앤더스 2026-08-11 22:22
AlternativeMetal님 혹시 기상청 근무하시나요?
AlternativeMetal 2026-08-10 22:43
입추 매직+돌핀의 강풍 덕분에 온도가 딱 3도만 내려갔는데도 이렇게 쾌적합니다. [다음에 올 것은 폭우]
gusco75 2026-08-10 09:12
조금은 선선해진...
fosel 2026-08-09 23:02
어제 새벽무렵에 자다 깨서 이불장에 이불을 꺼내왔네요.... 뭔일인가요....
metalnrock 2026-08-08 23:04
문열고 시원한 바람 쐬고 있네요
AlternativeMetal 2026-08-08 22:40
오늘 밤 간 만에 선선합니다!!
gusco75 2026-08-03 09:12
더워도 너무 덥네요...이럴 땐 웃통 벗고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들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