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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1 소설가H
Date :  2026-07-1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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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Theater, 꿈의 기하학] 24장: 파라솜니아와 밤의 공포 (2023 - 2024) by 한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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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귀환과 영원
24장: 파라솜니아와 밤의 공포 (2023 - 2024)

1. 멋진 단어

몇 해 전 어느 저녁, 롱아일랜드 페트루치 자택의 저녁 식탁 위에는 레이나가 차려낸 파스타 접시가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이른 봄의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다. 페트루치의 아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를 꺼내며 수면 장애에 관한 이런저런 잡담을 풀어놓던 참이었다.

"아빠, 파라솜니아(Parasomnia)라는 단어 알아요?"

페트루치가 포크를 내려놓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파라솜니아요. 사람들이 잠든 동안 겪는 이상한 현상들을 전부 묶어서 부르는 의학 용어래요. 몽유병, 가위눌림, 야경증(Night Terror)같은 거요."

페트루치는 그 단어를 입 안에서 한 번 굴려보았다. 파라솜니아. 그리스어의 '곁에'를 뜻하는 para와 '잠'을 뜻하는 somnus가 결합된 단어였다. 잠의 곁을 맴도는 것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꿈과 현실의 틈새에서 인간의 뇌가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한 채 빚어내는 기괴한 체험들.

"멋진 단어다."

페트루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딸깍'하고 맞물렸다. 밴드의 이름인 '꿈의 극장'에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주제였다. '악몽(nightmare)'의 경우라면 드림씨어터 뿐 아니라 많은 밴드들이 적지 않게 다루는 주제였지만,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비롯되는 생경한 그 단어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날 페트루치는 침대 머리맡 노트에 'Parasomnia'라는 단어 한 줄을 조용히 적어두었고, 그 단어는 그의 서랍 속에서 몇 년을 잠들어 있었다. 14집 《Distance Over Time》의 작업 때도, 15집 《A View from the Top of the World》의 녹음 때도 페트루치는 이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를 맞았을때 꺼내 들 수 있을만큼 특별한 카드였다.

그리고 그 특별한 순간은 2023년 겨울에 찾아왔다.

2023년 12월, DTHQ의 라이브 룸. 포트노이의 복귀 후 본격적인 16집 작업의 킥오프 미팅이 열렸다. 멤버 다섯이 둥글게 둘러앉은 가운데, 페트루치가 노트를 펼치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다음 앨범의 제목으로 생각해 둔 단어가 하나 있어."

페트루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주변의 시선을 모았다.

"Parasomnia."

"뭐라고?"

포트노이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 듣는 단어였다.

"파라솜니아. 수면 중에 일어나는 온갖 이상 현상들을 의학적으로 묶어 부르는 말이야. 야경증, 가위눌림, 몽유병, 수면 마비. 사람이 잠들어 있는 동안 의식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겪는 모든 기이한 경험들."

조던 루데스가 낮은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라브리에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보았다. 존 명은 평소처럼 말이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페트루치의 노트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드림씨어터'가 이 주제를 파고들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지."

페트루치의 말에 잠시 정적이 감돌던 라이브룸의 침묵을 깨고, 포트노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 불이 켜져 있었다.

"좋아. 파라솜니아로 가자. 그런데 존, 한 가지 제안해도 될까."

페트루치가 고개를 돌렸다.

"가사적 테마로만 두지 말자고. 앨범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엮자. 곡 사이사이에 반복되는 모티프를 심고, 짧은 인터루드로 트랙들을 연결하고, 오버추어로 시작해서 마지막 대곡으로 끝내는 거야. 듣는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관통해야만 온전한 의미가 완성되는, 그런 앨범."

포트노이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기획에 능통한 그의 기질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최종 결정권을 틀어쥐려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듀서의 자리를 양보한 대가로 얻은 새로운 자유, 창작 방향성에 대한 순수한 아이디어 제시였다.

페트루치가 잠시 포트노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어. 한 장의 영화처럼, 아니면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진 공포 소설처럼."

"《Dark Side of the Moon》 같은 느낌으로."

"정확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신중하게 시작된 역할 분담의 약속이, 최적의 균형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설계 결정권은 페트루치의 것이되, 밴드를 뜨겁게 달구고 불꽃을 튀기는 불쏘시개는 포트노이의 것이었다. 어느 한쪽도 다른 한쪽을 억누르지 않았다.

라브리에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좋은데. 진짜 좋아. 벌써 이 앨범이 어떤 소리를 낼지 들리는 것 같아."

루데스는 이미 노트 위에 무언가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존 명은 일어나 자신의 베이스 케이스로 걸어갔다. 그의 동의 방식이었다.

파라솜니아. 페트루치의 서랍 속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그 단어가 마침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고 있었다.


2. 인간의 호흡

며칠 뒤, 앙상블 리허설이 끝난 DTHQ의 라이브 룸. 첫 합주에서 나온 리프와 코드 진행을 녹음한 파일을 컨트롤 룸에서 재생하던 페트루치와 포트노이가 뒤로 물러나 소파에 앉고, 존 명이 베이스를 어깨에 메고 홀로 라이브 룸에 남았다. 그는 조명을 한 단계 낮추고, 이제 막 구상된 새 곡의 뼈대 위로 자신의 라인을 얹어보고 있었다.

명은 늘 밴드의 소리를 손끝과 발바닥으로 체감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13년 동안 마이크 맨지니가 주도한 리듬은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수학적 격자에 가까웠다. 명은 그 정밀함에 맞추어 자신의 베이스 라인을 정밀하게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맨지니의 격자는 자기 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명은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다만 그건 이전까지 명이 오랫동안 익혀온 방식과는 결이 달랐다.

그러나 강산이 한번 하고도 절반은 더 변할법한 세월을 지나 돌아온 포트노이의 터치는 분명 달랐다. 감정에 따라 박자를 미세하게 밀고 당기는, 변칙적이면서도 생동감 있는, 격렬한 인간의 호흡에 가까웠다. 킥 드럼이 한 박자 앞으로 튀어나왔다가 다음 마디에서는 한 호흡 뒤로 물러섰다. 스네어의 어택은 매번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꽂혔다.

명은 평생 수련해 온 골프의 철학을 떠올렸다. 바람의 방향이나 잔디의 결처럼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를 인정하고, 그 변수에 맞서기보다는 자신의 스윙을 조율하는 겸손의 스포츠. 포트노이의 불규칙한 호흡은 명에게 그 통제할 수 없는 바람과 같았다. 명은 그 바람에 맞서지 않았다. 드럼의 틈새마다 베이스 라인을 미끄러뜨리며, 튀어 오르는 에너지를 소리 없이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움직였다.

톱니바퀴의 기계적인 조립이 아니라,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얽혀 드는 유기적인 합이었다. 15년 전 멎어버렸던 심장이, 침묵하는 관찰자가 내린 닻 위에서 다시 차분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3. 밤의 구원자

《Parasomnia》의 뼈대가 하나둘씩 형태를 갖추어 가던 어느 오후, 페트루치가 믹싱 콘솔 앞에서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포트노이를 돌아보았다.

"마이크, 부탁이 하나 있어. 이번 앨범에서 네가 가사를 한 곡 써봐."

드럼 스툴에 앉아 패드를 두드리던 포트노이의 손이 멈췄다.

"내가?"

"팬들이 다시 네 이름이 크레딧에 박힌 가사를 읽고 싶어 할 거야. 그리고 나도."

포트노이는 말없이 페트루치를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크레딧을 양보한 이후, 그는 자신이 밴드에 남길 수 있는 지문의 크기가 이전보다 작아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페트루치는 지금 그에게 펜을 내밀고 있었다. 작아진 지문을 보상해 주는 친절이 아니었다. 밴드의 목소리에 다시 그의 숨결을 불어넣어 달라는 진심 어린 부탁이었다.

"다섯 번째 트랙으로. 자유롭게 써봐."

그날 밤, 포트노이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 노트를 펼쳤다. 15년 만의 드림씨어터 가사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백지를 노려보던 그는, 문득 자신이 과거에 써왔던 곡들의 제목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Strange Déjà Vu'. 《Scenes from a Memory》에서 한 남자가 최면 회귀를 통해 전생의 기억과 마주하는 순간을 노래했던 곡.

'Home'. 같은 앨범에서 도시의 어두운 유혹을 자신의 '집'이라 부르며 끌려가는 한 남자의 강박을 노래했던 곡.

'This Dying Soul'. 《Train of Thought》에서 그가 자신의 알코올 중독 회복기를 뼈아프게 토로했던 12단계 조곡의 한 장.

'Constant Motion'. 《Systematic Chaos》에서 그가 자신의 강박장애와 통제할 수 없는 충동의 소용돌이를 노래했던 곡.

그 네 곡은 공교롭게도 모두 잠, 꿈, 기억, 그리고 통제 너머의 갈망에 관한 노래였다. 지금 그가 써야 할 파라솜니아의 새 가사와 정확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과거의 조각들. 포트노이는 미소를 지었다. 새 가사를 처음부터 백지 위에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과거에 남긴 단어들을 새 곡 안에 숨겨 넣는 작업이 될 것이었다. 팬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이스터 에그이자,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는 귀환의 증표였다.

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지. 대체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온 걸까."
(Lost time, thought I lost my mind / How the hell did I end up here?)

지난 13년 동안 요새 밖을 떠돌던 탕아의 자전적 고백이 첫 줄에 박혔다. 이어지는 벌스에서 그는 'Strange Déjà Vu'의 제목을 녹였고, 두 번째 벌스에서 'Constant Motion'을 심었다. 가장 무거운 고백이 필요한 구간에는 'This Dying Soul'을 넣었다.

"죽어가는 이 영혼을 꿰뚫는 한 자루의 검처럼."
(Like a sword piercing this dying soul)

이 구절을 쓰면서 포트노이는 자신의 오른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24년 전, 2000년 4월 20일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호텔 방에서 처음으로 술잔을 밀어냈던 그 밤이 떠올랐다. 자신의 33번째 생일이자, Scenes from a Memory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3년, 회복의 한가운데서 그는 'This Dying Soul'의 가사를 써 내려갔다. 자기 연민과 분노와 구원의 간구로 뒤엉킨 핏빛 고백이었다. 그리고 지금, '회복'과 '복귀'를 한 손에 거머쥔 그는 그 오래된 고백을 새 곡 안에 조용히 묻고 있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귀환 안에서 평화로운 지문으로 변환되는 순간이었다.

곡의 후반부에서 포트노이는 가장 직접적인 문장을 남겼다.

"그 눈을 감아. 너는 이제 집으로 가고 있어."
(Keep those eyes closed / You're now going home)

이 두 줄을 쓰고 난 뒤, 포트노이는 펜을 내려놓고 한참을 백지 위에 고정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가슴팍에 새겨진 "You are home" 문신이 셔츠 아래에서 조용히 박동했다.

곡의 제목은 마지막에 정해졌다.

Midnight Messiah.

한밤의 구원자. 파라솜니아의 다섯 번째 트랙이자, 탕아의 진짜 귀환을 알리는 선언문의 제목이었다.


4. 검열에서 응원으로

라브리에는 헤드폰을 쓰고 DTHQ의 보컬 부스 안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악보는 《Parasomnia》의 마지막 트랙, 19분 32초짜리 에픽 "The Shadow Man Incident"였다.

컨트롤 룸의 유리창 너머로 페트루치와 포트노이, 그리고 엔지니어 지미 T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라브리에는 유리창 너머의 세 얼굴을 한 번 훑어보았다.

부스 밖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포트노이. 그는 오래전 라브리에의 숨통을 조여오던 존재였다.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라브리에의 발음과 호흡 하나하나를 현미경처럼 뜯어보던 통제관이었다. 모음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부르게 했고, 자음의 타격감이 느슨하면 얼굴을 찡그렸다.

밴드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서 그런 디렉션은 필요했지만, 부상 이후 자신의 불안정한 성대를 매 순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라브리에에게는 결코 달가운 시간이 아니었다. 포트노이가 자신의 목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떤 지시는 라브리에가 택한 발성의 방식이 아니라, 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상처 입은 성대 자체를 향한 비난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기 자신의 상처입은 '악기' 탓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머리로 안다고 해서 가슴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밤이면 부스 안의 라브리에에게 유리창 너머의 포트노이 한 사람은, 공연장 무대 위에서 마주하는 수천 명의 관중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유리창 너머로 닿는 눈빛은 달랐다.

믹싱 콘솔에 바짝 몸을 붙인 채 결점을 찾아내려 눈을 번뜩이던 과거의 통제관은 그곳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지적을 쏟아낼 듯 토크백 버튼 위를 맴돌던 두 손은 이제 무릎 위에 차분히 놓여 있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포트노이는 유리를 넘어 라브리에와 시선이 마주치자,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것은 발성과 호흡을 평가하는 채점관의 수신호가 아니었다. 지난 30년의 숱한 요철을 버텨낸 형제의 목소리, 그 세월의 마찰마저 밴드의 위대한 역사로 온전히 껴안겠다는 무언의 맹세였다. 그는 결함을 지적하는 심판의 자리를 내려놓고, 고독한 부스 안의 보컬리스트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바위이자 단 한 명의 관객으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

헤드폰을 통해 감미롭고도 따스한 화음이 흘러나오고, 라브리에의 입술이 벌어졌다.

"Night, it will be forever changed..."

유리창 너머의 포트노이는 아무런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 라브리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허공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는 그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마지막 음이 길게 늘어지며 공중에서 사라지고, 라브리에가 헤드폰을 벗었다. 부스 밖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이윽고 포트노이가 무릎 위에 있던 손을 들어 토크백 마이크의 버튼을 눌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훌륭했어, 제임스."

부스 안의 라브리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유리창 너머 포트노이는 다시 한번, 엄지를 들어 보였다.


5. '그 카드'

71분짜리 앨범의 모든 작업이 끝나고 멤버들의 최종 승인과 함께 마스터 음원이 완성되자, 포트노이의 시선은 곧바로 스튜디오 밖의 세상을 향했다. 첫 티저 영상에 삽입할 10초짜리 오디오 클립을 골라낼 차례였다.

포트노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The Shadow Man Incident"의 초반부 파형을 클릭했다. 스피커를 타고 다스베이더의 '임페리얼 마치'를 연상시키는 육중한 스네어 마칭 구간이 쏟아져 나왔다.

소파에 기대어 있던 페트루치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마이크, 방금 그 구간..."

"알아."

포트노이가 씩 웃으며 스페이스바를 눌러 재생을 멈췄다.

"영락없는 'Overture 1928'. 메트로폴리스 냄새가 진동을 하지."

짧은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걸 티저로 풀면, 인터넷은 'Metropolis Pt. 3'가 나온다며 끓어오를 거야."

페트루치가 나직하게 말했다. 포트노이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 앨범이 파라솜니아라는 걸 알면 차갑게 식겠지.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진짜 그 카드를 꺼낼 때의 파괴력이 반감된다는 거야."

페트루치가 포트노이의 눈을 직시했다. '진짜 그 카드'. 두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암묵의 약속이었다.

"아껴두자."

포트노이가 짧게 말했다. 페트루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포트노이는 미련 없이 마우스를 돌려 마칭 구간의 드래그를 취소하고, 대신 여명이 떠오르는 듯하면서도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Night Terror"의 도입부를 첫 티저의 배경음으로 잘라냈다.

컨트롤 룸의 전원을 내리기 전, 포트노이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10월 첫째 주의 달력을 넘겼다. 화면의 날짜들을 훑어내리는 그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맴돌았다. 당장의 환호에 취하지 않고 더 거대한 전설을 조준하기 시작한 거장들의 치밀한 장기전이, 적막이 내려앉은 DTHQ 안에서 조용히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있었다.


6. 도파민 조련사

포트노이가 밴드를 떠나 방랑하던 13년 동안, 세상의 미디어 문법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웹사이트 게시판의 장문 시대가 저물고, 찰나의 시각적 타격으로 승부하는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의 시대가 열렸다. 과거 굿즈의 폰트 크기 하나까지 쥐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던 포트노이의 기질은, 여전히 전 세계 팬들의 도파민을 통제하는 영악한 프로모션 감각을 생생히 움켜잡고 있었다.

2024년 10월 5일, 드림씨어터 공식 채널에 예고 없는 10초짜리 영상이 떴다.

스산한 사운드가 흐르고,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듯한 제임스 라브리에가 안개를 뚫고 등장한다. 이내 그가 두 눈을 번쩍 뜨자, 화면 하단으로 'vanishing at sunrise'라는 짧은 텍스트가 스쳐 지나갔다.

팬덤은 즉각 요동쳤다.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러나 명백히 드림씨어터의 지문이 각인된 낯선 사운드였다.

다음 날인 10월 6일, 전날과 동일한 몽환적 배경음악과 함께 이번에는 어둠 속의 존 명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아래로 'nocturnal trial by fire'라는 텍스트가 흘렀다.

팬들은 이 치밀한 디지털 공성전의 패턴을 단숨에 읽어냈다. 하루에 한 명씩 멤버들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10월 7일에는 존 페트루치가 'swimming through waves'라는 문구와 함께 눈을 떴고, 8일에는 조던 루데스가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은 일제히 10월 9일 수요일을 정조준했다.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탕아 마이크 포트노이뿐이었다. 팬들은 당연히 9일에 포트노이가 눈을 뜨는 영상과 함께 대망의 첫 싱글이 발매될 것이라 확신했다. 레딧과 각종 록 커뮤니티의 서버는 폭발 직전의 기대감으로 과열됐다.

하지만 10월 9일,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채널에는 아무런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1시간, 2시간, 반나절이 지나도록 철저한 침묵이 이어졌다. 스마트폰 화면을 수백 번 새로고침하던 팬들은 혼란에 빠졌다. 마케팅 담당자의 실수인지, 내부에 문제가 생겼는지 묻는 텍스트들이 쏟아졌다. 당연하게 주어질 줄 알았던 마지막 조각이 실종되어 버리자, 팬들의 갈증은 병적으로 치달았다.

익숙한 패턴을 구축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궤도를 비틀어버린 이 건너뜀은, 그 어떤 보도자료보다 효과적으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묘수였다. 그 수요일 밤, 디지털 세상은 포트노이와 드림씨어터라는 이름으로 더없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10월 10일 목요일. 첫 번째 싱글 "Night Terror"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기괴한 저택을 배경으로, 전 세계 수백만 팬들의 심장을 멎게 만든 첫 장면이 등장했다. 의도적으로 하루를 건너뛰며 애를 태웠던 그 남자, 포트노이가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나타났다.

이내 그의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것과 동시에, 절제 없이 퍼붓는 드럼 인트로가 터져 나오며 10분짜리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향연이 거칠게 막을 올렸다. 13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창립자의 부활 선언이자, 치밀하게 계산해 축적시킨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순간이었다.

"이 미친 빌드업을 봐라!"

"진짜 왕이 귀환했다!"

온라인은 환희로 뒤덮였다. 10초짜리 숏츠 영상만으로 대중의 심리를 완벽하게 조련해 낸 포트노이의 감각은, 그가 여전히 이 씬의 흐름을 가장 예리하게 꿰뚫고 있는 설계자임을 증명해 냈다.

다시 DTHQ의 컨트롤 룸. 스크린에 쉴 새 없이 갱신되는 폭발적인 반응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포트노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믹싱 콘솔 위에 올려두었던 자신의 시그니처 드럼 스틱을 챙겨 쥐며 멤버들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자, 형제들. 이제 다시 무대로 돌아갈 시간이야."

그의 선언과 함께, 밴드는 2024년 10월 런던 O2 아레나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순회할 40주년 기념 월드 투어를 향한 닻을 올렸다.

과거의 흉터와 반목이라는 기나긴 악몽은 끝이 났다. 부서졌던 요새는 한층 단단하게 재건되었고, 이제 40년이라는 역사가 허락한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이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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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58데스메탈 초보.. Death - Symbolic (1995) / Morbid Angel - Altars of Madness (1989) [7]level 18 GRADO2026-08-09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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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55글램메탈 최고의 보컬리스트 워런트의 Jani Lane 성님의 기일이 다가왔네요.. [10]  level 20 앤더스2026-08-09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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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52한국은 락음악씬이 작아서 오히려 밴드로 유명해지기 쉬운듯한 [1]level 2 danubio2026-08-091321
33851TENBLANK - MATRIXlevel 7 Lica2026-08-09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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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2026-08-12 22:44
감사합니다. 저돜ㅋㅋ
앤더스 2026-08-12 20:08
아하 그러시군요! 언제나 예의주시 응원드립니다 ㅎㅎ
AlternativeMetal 2026-08-12 19:44
앤더스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이라, 항상 유튜브 날씨 채널을 주시하고 있어요!
앤더스 2026-08-11 22:22
AlternativeMetal님 혹시 기상청 근무하시나요?
AlternativeMetal 2026-08-10 22:43
입추 매직+돌핀의 강풍 덕분에 온도가 딱 3도만 내려갔는데도 이렇게 쾌적합니다. [다음에 올 것은 폭우]
gusco75 2026-08-10 09:12
조금은 선선해진...
fosel 2026-08-09 23:02
어제 새벽무렵에 자다 깨서 이불장에 이불을 꺼내왔네요.... 뭔일인가요....
metalnrock 2026-08-08 23:04
문열고 시원한 바람 쐬고 있네요
AlternativeMetal 2026-08-08 22:40
오늘 밤 간 만에 선선합니다!!
gusco75 2026-08-03 09:12
더워도 너무 덥네요...이럴 땐 웃통 벗고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들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