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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1 소설가H
Date :  2026-06-1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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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어터, 꿈의 기하학] 14장: 체계적 혼돈과 엇갈린 자아 (2007 - 2008) by 한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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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완전한 통제
14장: 체계적 혼돈과 엇갈린 자아 (2007 - 2008)

1. 체계적 혼돈

"이번엔 아무 계획도 없어.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자고."

라디오 시티 뮤직홀의 20주년 공연을 마친 뒤, 10년 만에 처음으로 긴 여름휴가를 보낸 밴드가 2006년 9월 뉴욕 아바타 스튜디오에 다시 모였다. 포트노이가 대형 화이트보드 대신 텅 빈 백지를 가리키며 자못 쾌활하게 선언했다.

하지만 록 매거진 《기타 월드》 11월호 한 권이 그 평화로운 백지상태를 순식간에 구겨버렸다.

당시 인터넷 음악 매체 블래버마우스를 뜨겁게 달구던 기사의 주인공은 신진 메탈 밴드 '마스토돈'의 기타리스트 브렌트 하인즈였다. 그날의 인터뷰는 시작부터 삐딱선을 탔다.

"브렌트, 마스토돈은 프로그레시브 요소를 쓰면서도 드림씨어터와 달리 왜 '쿨'할까요?"

인터뷰어의 질문은 얄팍한 도발일 뿐 아니라, 씬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거장에 대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그 싸구려 미끼를 꿀꺽 집어삼킨 하인즈는 한 술 더 떴다. 라브리에의 하이톤 보컬을 철 지난 유물 취급하며 깎아내렸고, 존 명을 향해서는 "그 베이스 치는 작은 중국인 여자아이"라며 조롱했다. 망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걔들, 촌스러운 가죽 바지 입고 머리도 치렁치렁 길렀잖아요. 옷도, 머리도, 음악도, 전부 게이 같아요."

잡지를 확인한 멤버들의 얼굴이 굳었다. 라브리에는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페트루치는 슬쩍 명의 눈치를 살폈지만, 명의 표정은 기묘할 정도로 평온했다.

만약 20대 초반 피가 끓던 시절의 존 명 앞에 브렌트 하인즈가 서 있었다면 어떤 사달이 났을지, 페트루치는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마제스티 시절, 무대에서 그를 '한국의 정글에서 날아온 사나이'라 조롱했던 첫 보컬 크리스 콜린스가 명의 악력에 멱살이 잡힌 채 하얗게 질려버렸던 얼굴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명의 고요한 옆얼굴을 보며, 페트루치는 쓴웃음을 삼킨 채 포트노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소라면 드럼 스틱을 집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을 포트노이였지만, 이번에는 굳게 다문 입술로 랩톱을 열었다. 이미 메일함에는 마스토돈의 드러머 브랜 데일러로부터 정중한 사과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차분히 메일을 읽은 후 공식 포럼에 접속한 그는 숨을 고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마스토돈의 드러머이자 나의 동료인 브랜이 사과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건 우리를 깎아내리려 유도한 인터뷰어의 악의적인 질문이 만든 해프닝일 뿐이에요. 다들 진정합시다."

표면적으로는 노련한 리더로서 팬들을 진정시켰지만, 랩톱을 덮는 포트노이의 눈빛에는 응어리가 맺혀 있었다. 그는 믹싱 보드에 기대어 멤버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언제나 이런 식이지. 딜레마야. 프록 교조주의자들은 우리가 너무 시끄럽고 모던하다고 비난하고, 메탈 순수주의자들은 충분히 헤비하지 않다고 난리지. 또, 요즘 메탈 키드들은 낡고 쿨하지 않다는 식으로 조롱하고."

드림씨어터는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메인스트림의 슈퍼스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이라고 말하기엔 또 너무 거대했다.

근본주의자들에게 그들은 언제나 충분히 '쿨'하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택한 숙명이었다. 수십 분에 달하는 난해한 변박의 미로 속에, 누구라도 사랑하게 될 유려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불어넣는 매혹. 그건 원한다고 해서 쉽게 해낼 수도, 잘한다고 해서 수월하게 해낼 수도 없는 지독히 고독한 과업이었다. 태생부터 대중과 유리될 수밖에 없는 이 낯선 미학을 완고한 세상에 설득해 내는 일은 존재를 걸고 싸워온 투쟁이었다.

그 지난한 세월 동안, 그들은 어디에서도 수만 명의 대중을 스타디움으로 끌어모으는 인기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세월의 대가로, 어디를 가도 수천 명의 광신적인 추종자를 집결시킬 수 있는, 폭넓고도 정교한 추앙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드림씨어터는 시대를 예민하게 감각했지만, 시대의 눈치를 본 적은 없었다. 페트루치는 말없이 7현 기타에 케이블을 꽂고 앰프의 볼륨 다이얼을 거칠게 꺾어 올렸다. 전작 《Octavarium》의 우아한 서정성을 단숨에 증발시키는, 시커멓고 무자비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런 계획 없이 내던져진 '혼돈(Chaos)'의 한가운데서,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Systematic)' 뼈대가 세워지고 있었다.

거친 헤비니스를 향한 갈망은 밴드가 새로 안착한 전장과 맞물렸다. 무려 일곱 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자신들을 낡은 서랍 속에 방치했던 워너와 엘렉트라의 굴레를 미련 없이 끊어냈다. 새롭게 손을 맞잡은 곳은 슬립낫과 트리비움 등 당대 주류 메탈을 호령하던 씬의 포식자, 로드러너 레코드였다.

세상의 조롱과 편견을 등 뒤로 넘긴 채, 드림씨어터는 로드러너의 검은 깃발 아래서 진정한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세상의 뇌리에 다시 때려 박을 채비를 마쳤다. 두꺼운 방음문을 찢을 듯 요동치는 베이스 드럼의 킥 소리가, 그 서늘한 선전포고를 대신하고 있었다.


2. 시지프스

동료라고 믿었던 뮤지션과 매체로부터 예기치 못한 일격을 맞은 뒤, 스튜디오의 온도는 불쾌할 정도로 치솟아 올랐다. 물론 그 열기의 진원지는 방음문 안에서 스네어를 난타하고, 믹싱 콘솔 앞에서 노트북을 두드려대는 포트노이였다.

포트노이는 하인즈의 조롱에 대해 공식 포럼을 통해 꽤나 외교적이고 성숙한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페트루치는 자신의 오랜 형제가 그토록 우아하기만 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 길길이 날뛰지는 않았어도,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통제광의 분노는 스튜디오 안에서 기형적인 방식으로 발현되었다. 그날 이후, 포트노이는 페트루치를 향해 밴드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거칠고 시커먼 질감의 기타 톤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존, 더 무겁게! 베이스 드럼이 심장을 짓이길 때, 네 기타는 뼈를 갈아버려야 해. 우리가 촌스럽다고 비웃던 새끼들이 듣자마자 오줌을 지릴 만큼 잔인하고 사악한 소리를 내보라고!"

안면 근육을 격하게 찌푸리며 헤비니스를 요구하는 형제의 눈빛에는, '우리가 저 젊은 메탈 키드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쿨하고 파괴적이다'라는 것을 기어이 증명해 내겠다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포트노이의 서늘한 강박은 페트루치의 영감을 관통하며 악보 위에 시커먼 음표로 쏟아졌다. 스래시 메탈의 제왕 메탈리카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숨 막히는 다운 피킹을 타고 질주하는 "Constant Motion"이 뼈대를 갖추었다. 물론 포트노이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7현 기타의 튜닝을 지옥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게 한 뒤, 당대 메탈 씬의 맹수 '램 오브 갓'마저 아연실색할 만큼 폭력적인 엇박자 리프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밴드 역사상 헤비한 톤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극단적인 트랙, "The Dark Eternal Night"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페트루치는 앰프가 터져나갈 듯한 디스토션을 걸고 무자비하게 현을 후려치면서도, 곁눈질로 드럼 킷 너머의 포트노이를 살폈다. 부서져라 스틱을 난타하는 포트노이는 으르렁대는 맹수 같았다. 헤비메탈이라는 합법적 폭력으로 치환된 분노의 배설이었다. 페트루치는 묵묵히 그 과장된 헤비니스를 자신의 손끝으로 구현해 주었다. 그렇게라도 상처받은 형제의 자존심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방음문을 찢어발길 듯한 킥 드럼의 진동과 7현 기타의 찌그러진 전기톱 소리가 몇 시간째 스튜디오의 산소를 태워버리자, 페트루치 역시 그 신경질적인 열기에 질식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페트루치는 포트노이와 달리 태생적으로 균형이 잡힌 인간이었다. 그날의 잼 세션이 끝나고 포트노이가 예의 그렇듯 다시 랩톱을 열었을 때—그것은 온라인 게시판의 포스팅일 수도, 다음 프로젝트 구상일 수도, 밴드 일정을 짜맞추는 여덟 번째 전투일 수도 있었다—페트루치는 조용히 기타를 내려놓고 무겁고 커다란 더플백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가 걸음을 향한 곳은 인근의 낡은 체육관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쇳덩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체육관에는 특유의 공기가 있다. 묵직한 쇠 냄새, 고무 매트 냄새, 짙은 땀 냄새, 그리고 기묘하게 코를 찌르는 누군가의 스킨로션 냄새까지. 페트루치는 탈의실에서 그 익숙한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며 운동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맸다.

빈 벤치에 누워 심호흡을 하고 45파운드의 차가운 빈 봉을 가볍게 밀어냈다. 가슴에 혈액이 몰리며 흉근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땀에 젖은 티셔츠 안에서 펌핑된 근섬유와 옷감이 타이트하게 맞닿는 질감, 그는 그곳에서 질리지 않는 생의 짜릿함을 느꼈다. 세트가 끝나고 몸을 일으켜 거울을 보면 어느새 둔중하게 부풀어 오른 어깨와 승모근, 팔뚝이 철갑을 두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운동이 끝나고 펌핑이 식으면 다시 꺼질 것을 알지만, 정직한 고통을 겪어낸 몸은 매일 조금씩 커지고 강해진다. 그 미세한 성장이 매주, 매달, 매년 쌓이면 어느덧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2006년 무렵부터 페트루치의 몸은 과거의 날렵함을 벗어던지고 불곰처럼 두꺼워지고 있었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과 거대해진 팔뚝을 두고 호사가들은 '마초 메탈러로의 변신'이라며 수군댔지만, 그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남성성의 과시가 아니었다. 혹독한 앨범 작업과 살인적인 투어의 사이클 속에서 축적되는 피로를 이겨내고, 연주자로서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고독한 '규율'의 루틴이었다.

페트루치는 봉 양쪽에 45파운드 원판 두 개를 끼우고 다시 벤치에 누웠다. 가슴에 과부하가 걸리는 구간이 시작되었으므로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서커스 음악', '영혼 없는 기계들', 심지어 '게이 같은 밴드'라는 모욕. 바깥에서 날아드는 숱한 조롱과 시기, 기만 같은 것들은 사실 그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 모든 잡음은 아무리 마음을 쓴다 한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헛소리에 마음을 쏟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제 살을 깎아 먹는 짓이며, 똑같은 바보들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길일 뿐이다.

그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투쟁'이었다. 본질이 아닌 기만적 환영에 속아 불같이 화를 내고, 유혹에 빠져 스스로를 더럽히거나 나태해지는 일. 그것을 경계하며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거듭하듯 어떤 상황에서도 태도와 신념을 일관되게 고수하는 일. 그 이상적인 자아를 현실의 육신에 일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수양에만 집중하기에도 인생은 짧았다.

그런 의미에서 덤벨과 바벨을 끝없이 쌓아 올리며 절제된 규율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쇠질은 어느덧 그에게 인생의 의식 그 자체가 되었다. 누구도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도중에 포기한다 한들 패배의 기록은 남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매 세트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과거의 나, 그 딱딱한 껍질을 깨부수며 이를 악물었다. 성취하고 나면 무해한 환희만이 남았다. 타인을 짓눌러 승리했다는 뒤틀린 만족감도, 헐뜯는 자들의 비릿한 비웃음도 그곳엔 없었다. 오직 순수한 원칙 속에서 목표를 향해 투쟁할 뿐이었다.

"후-."

봉 양쪽에 25파운드 원판을 추가한 페트루치는 이전보다 훨씬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흉곽을 확장시켰다. 두 발바닥을 바닥에 고정해 레그 드라이브를 걸고, 복압을 한계까지 조여 발살바 호흡을 준비했다. 3회 이상 반복할 수 없는 한계 중량. 모든 걸 걸고 이 3회를 완벽하게 밀어 올려야만 했다.

자신과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태도, 즉 '완벽한 자세'였다. 어려서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쌓아 올려 이제는 거대한 금자탑이 된 기타 연주와 보디빌딩은 그 지점에서 정확하게 일치했다. 오직 '올바른 방법'으로 반복할 때만 인간은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들은 그를 쉬이 '연습벌레' 취급했지만, 페트루치는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흔한 명제를 철저히 거부해 왔다. 그의 굳건한 신념은 '연습이 영구적인 상태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manent)'였다. 잘못된 자세로 반복하는 연습은 잘못된 상태를 영구적으로 고착시킬 뿐이다.

그는 이 끝없는 일과가 끝없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매일 기타를 연습하고, 투어 버스에 오르고, 무대에 서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앨범을 만들고. 그리고 매일 밤 말 그대로 바윗더미 같은 바벨을 들어 올리는 쳇바퀴 같은 삶. 그러나 페트루치에게 이 과정은 결코 허무한 무너짐의 순환이 아니었다.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면서 시지프스, 아니 페트루치는 더욱 강해지고, 그럴수록 바위는 점차 가볍게 느껴진다. 밀어 올려야 하는 고통의 거리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짧아질 것이고, 수십 년의 세월 끝에 시지프스는 어느덧 산의 꼭대기에 올라 세계를 내려다보게 될 것이다. 페트루치는 그 정점의 환희를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우러러보던 위대한 뮤지션들과 그들의 거룩한 영혼이 다다른 곳이 어디인지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림씨어터의 멤버로서, 그에게는 자기 자신 외에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다른 자아들이 있었다. 존 명은 페트루치 자신보다도 단단하고 굳건한 요새였다. 수십 년을 가까이 지냈지만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 빛 한 줄기 새어 나오지 않는 철혈 요새.

문제는 포트노이였다.

언제나 활활 불타오르는 포트노이의 자아는 그 누구보다 바스러지기 쉬운 얇은 계란 껍질이었다. 자기 자신마저 불태울 만큼 뜨거운 그 열기로 외부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언젠가 그 연료가 남김없이 타버리는 날이 오면 어떻게 될까. 하얀 재만 남아 바스러질 포트노이의 요새에는 어떠한 온기도 남지 못할 것이다. 밴드라는 거대한 기관차의 엔진인 포트노이가 과열되어 불을 뿜을수록, 페트루치 자신은 그 살인적인 진동을 흔드림 없이 견뎌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차체가 되어야만 했다.

명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는 밴드의 영원한 구심점이었고, 포트노이는 언제나 좌충우돌하며 끝없이 진자 운동을 반복하는 불덩이였다. 그 둘 사이에서, 페트루치는 유연하게 포트노이의 불길을 받아내 예술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면서도, 함께 원심력 바깥으로 휩쓸려 날아가지 않도록 한쪽 다리를 밴드의 경계 안에 단단히 박아두고 버텨내야만 했다.

정확히 계획된 세트 수를 모두 채운 페트루치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스포츠 음료에 크레아틴과 글루타민을 섞어 단숨에 마신 후, 텀블러에 생수를 담아 프로틴 파우더를 한 스쿱 타 넣고 거칠게 흔들어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탈의실에 들어선 페트루치는 땀에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거울을 응시했다. 거울 속 시지프스는 오늘 들어 올린 쇳덩이의 성취감과 내일 들어 올릴 새로운 목표를 생각하며 흐뭇한 흥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단단한 얼굴 위로, 묘하게 닮은 형제 포트노이의 얼굴이 스르르 겹쳐 올랐다.

그 또한 수십 개의 쳇바퀴를 돌리며 자신만의 '시지프스'를 살아내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포트노이의 얼굴에선 언젠가부터 흐뭇함보다는 불안한 강박이 비쳤다.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구도자의 얼굴이 아니라,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수백 마일의 속도로 질주하면서 매 순간 충돌을 피하려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매니악의 얼굴.

그래서 더더욱, 페트루치는 굳건하고 신실해야 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 위대한 밴드를 지탱해 온 그가 둘러입어야 할 가장 견고한 갑옷이자, 부서져 가는 형제를 향한 가장 조용하고도 묵직한 애정이었다.


3. 다크 마스터

스튜디오 한구석, 페트루치의 개인 책상 위에는 정갈한 악보 대신 만화책 한 권이 놓였다. 우연히 손에 넣은 한국 만화가 형민우의 작품 《프리스트(Priest)》 영어판 단행본이었다.

타락 천사와 인간의 사투, 배신과 복수로 얽힌 다크 판타지를 훑어내리는 페트루치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새로운 헤비니스를 갈구하던 창작욕이 디스토피아적 서사와 맞물리자, 그는 펜을 들고 종이 위에 거침없이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어둠에 영혼을 판 남자의 처절한 사투는 무려 25분에 달하는 에픽 "In the Presence of Enemies"의 토대가 되었다.

포트노이와 루데스는 페트루치가 불러온 이 어두운 환영에 살을 붙였다. 연주곡이라 해도 믿을 만큼 기나긴 인트로가 완성되자, 믹싱 콘솔 앞에 서 있던 포트노이가 화이트보드로 걸음을 옮겼다. 마커를 쥐고 곡의 제목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선을 그었다.

"존, 이 곡은 하나로 묶어두기에 덩치가 너무 커. 앨범 첫 곡으로 놓기에는 진입장벽이 크고, 맨 뒤에 넣으면 지난 앨범과 똑같아 보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페트루치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아예 반으로 쪼개자. 1부를 앨범 오프닝으로 세우고, 2부를 앨범 피날레로 배치하는 거야. 앨범 전체를 이 어두운 서사가 둥글게 감싸 안는 구조지."

지난 앨범과의 구조적 반복을 피하면서도, 서사시를 수미상관으로 분해하여 전체가 하나의 컨셉 앨범처럼 보이게 만드는, 탁월한 설계였다. 페트루치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엄지를 치켜올렸다.

언제나 분주한 포트노이의 지휘봉은 스튜디오의 방음벽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2007년 1월, 아바타 스튜디오 로비는 50명의 정예 팬들이 뿜어내는 왁자지껄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수록곡 "Prophets of War"의 코러스 녹음을 위해 포트노이가 직접 팬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들였다.

이 곡은 당대 록 씬의 조류를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던 포트노이의 '트렌드 체이서' 기질이 노골적으로 발현된 트랙이었다. 당시 전 세계 스타디움을 호령하던 밴드 '뮤즈' 특유의 신경질적인 전자 리듬이, 드림씨어터의 시네마틱 스케일 위로 또다시 이식되었다. 이미 전작의 "Never Enough" 시절부터 뮤즈를 모방한다는 혐의가 빗발쳤으나 포트노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드림씨어터는 고전과 동시대를 가리지 않고 가장 탁월한 성취를 집어삼키고 소화해 내며 끝없이 진화하는, 잡식의 거인이었을 뿐이다.

포트노이가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50명의 팬들 앞에 섰다.

"모두 준비됐지? 내가 신호를 주면 온 힘을 다해 외쳐요. 하나, 둘, 셋!"

포트노이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수십 명의 팬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Time! for! change!"

정제되지 않은 군중의 포효가 스피커를 찢을 듯 요동쳤다. 방음 유리 너머로 팬들을 지휘하는 포트노이를 응시하는 페트루치와 라브리에에게는 미소와 더불어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외부인을 철저히 배제해 온 요새의 문을 열어젖히고, 팬들까지 자신의 이벤트 속 장치로 활용해 내는 기획력은 혀를 내두를 만했다.

하지만 음악적 한계를 넓히겠다는 명분으로 매번 자극적인 판을 벌이는 포트노이의 열정은 때때로 주변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이 밴드 안에서 그 불꽃이 식어버릴까 봐 우려하는 이는 없었다. 진짜 문제는, 팽창하는 불길이 언제 밴드의 고유한 선마저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


4. 쿠키 몬스터

포트노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오디오 파일들을 열자, 조 새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그리고 오페스의 미카엘 아커펠트가 남긴 고백의 음성들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오페스의 《Damnation》 앨범을 연상시키는 쓸쓸한 선율 위로, 알코올 중독 극복 12단계 중 '상처 준 이들에게 사과하기'를 다룬 신곡 "Repentance"의 후반부가 덧입혀지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포트노이의 손을 멈추게 한 것은 포커파인 트리의 리더 스티븐 윌슨의 목소리였다. 윌슨은 종종 드림씨어터의 음악을 '영혼 없는 기술 과시'라고 깎아내리는 목소리와 공명하는 코멘트를 남긴 적이 있었다.

윌슨의 음성이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제가 불쾌하게 했던 모든 사람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제 의견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곤 했죠. 그건 일종의 오만함이었습니다."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 아이언 메이든의 브루스 디킨슨,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과 퀸스라이크의 제프 테이트. 포트노이는 씬을 호령하는 거물들에게도 '참회의 음성'을 요구했다. 비록 이들은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 거침없는 섭외력 이면에는 대중의 시선을 갈구하고 씬의 화제를 독식하려는 포트노이 특유의 영악한 쇼맨십이 배어 있었다.

요란한 흑역사를 지닌 프론트맨들의 고해성사를 한 트랙에 욱여넣는다는 건, 그 자체로 전 세계 록 커뮤니티를 들끓게 할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가장 자극적인 조각들은 놓쳤을지언정, 기어이 11명의 거장을 구워삶아 완성한 결과물만으로도 세간의 도파민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밖을 향해 팽창하던 포트노이의 야심은, 역설적이게도 방음문 안쪽 스튜디오의 생태계를 서서히 옥죄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그는 당시 오페스나 어벤지드 세븐폴드가 뿜어내는 익스트림 메탈의 파괴력에 매료되어 있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이 흠뻑 취한 그 거칠고 이질적인 에너지를, 밴드의 혈관 속에 노골적으로 수혈하려 들었다.

"The Dark Eternal Night"의 녹음 현장. 포트노이는 마이크 스탠드를 자신의 드럼 킷 앞으로 끌어당겼다. 목을 긁어내며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그로울링에 가까운, 이른바 '쿠키 몬스터' 보컬을 토해냈다.

라브리에는 이 광경을 방음 유리 너머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코러스 라인이라 할지라도, 드러머가 리드 보컬의 고유한 영토까지 침범하여 소리의 질감에 간섭하는 상황이었다. 라브리에는 항변하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스튜디오 구석의 그림자 속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포트노이는 밴드의 항로를 결정하는 조타수였고, 거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방향타를 넘어 프론트맨의 마이크까지 빼앗아 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치밀어 오르는 항변을 목구멍 너머로 짓누른 것은, 오랜 세월 자신의 보컬 기량을 두고 쏟아지던 세상의 가혹한 잣대, 그리고 스스로도 씻어내지 못한 짙은 열등감이었다. 성대를 거칠게 긁어내며 뱉어내는 포트노이의 쇳소리는, 마치 '네 얇은 목소리로는 이 곡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무언의 질책처럼 스피커를 때렸다.

어쩌면 이 비참함조차 곪아 있던 자격지심이 빚어낸 환청일지도 몰랐다. 스피커 너머로 포트노이가 퉤, 하고 가래침 뱉는 소리가 울리자, 라브리에는 말없이 몸을 돌려 스튜디오 밖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튜디오 안에서 빚어진 이 내밀한 마찰을 용광로에 끓여낸 9집 앨범 《Systematic Chaos》는 2007년 6월 세상에 풀려났다. 앨범은 발매 직후 빌보드 차트 19위를 강타하며, 당대 익스트림 메탈을 호령하던 로드러너 레코드의 영토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밴드는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되기도 전인 2007년 6월 초부터 이탈리아 밀라노를 시작으로 거대한 월드 투어의 닻을 올린 상태였다. 이듬해 2008년 3월 중순 남미에서 막을 내리기까지, 35개국을 돌며 무려 115회의 공연을 치러낸 강행군이었다. 일반적인 밴드라면 지친 심신을 달래며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가, 무대가 그리워질 즈음에야 다음 앨범을 구상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포트노이의 기획력은 밴드의 울타리를 넘어 씬 전체로 뻗어 나갔다. 오페스와 비트윈 더 베리드 앤 미(BTBAM) 등 자신이 아끼는 후배 밴드들을 직접 규합해 '프로그레시브 네이션(Progressive Nation)'이라는 대규모 합동 투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매일 밤 쏟아지는 드림씨어터의 살인적인 일정 한가운데서도, 포트노이는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려 라인업을 섭외하고 예산을 주무르며 홍보판을 짰다. 장르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명분 아래 스스로 세워 올린 프록 메탈의 제국이었다.

1년 가까운 월드 투어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이 새로운 합동 투어가 북미 전역을 향해 시동을 건 것은, 투어가 끝난 지 불과 45일 만의 일이었다.


5. 동그라미 악몽

아레나의 백스테이지 구석. 무대의 열기를 식히며 캔맥주를 기울이는 동료들의 유쾌한 소음을 등진 채, 포트노이의 테이블 위에서는 두 대의 랩톱이 쉴 새 없이 쿨러 팬을 돌리며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약 네 시간 후, 새벽의 투어 버스 안.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만이 메트로놈처럼 울리는 암흑 속에서, 역시나 홀로 깨어있는 남자는 포트노이였다. 핏발 선 눈을 잠시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나 빛이 차단된 시커먼 망막 위 캔버스에서는 기이한 환영이 멈추지 않았다.

실낱같은 빛 한 줄기가 왼쪽에서 천천히 기어 나오더니 두 줄, 네 줄, 여덟 줄로 뿌리를 내리듯 뻗어 나갔다. 이윽고 수백 개의 날카로운 선이 되어 서로 교차하기 시작했다. 격자 모양을 갖춘 하얀 선들은 투어 동선을 촘촘하게 기록한 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복잡한 예산과 큐시트가 적힌 엑셀의 행과 열로 변하기도 했다. 이내 모든 격자의 선들이 수백, 수천 결로 분화하더니, 거대한 송충이의 털처럼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징그럽게 꿈틀대며 눈앞을 향해 쇄도했다.

포트노이는 어금니를 악물고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자 닫힌 눈꺼풀 안에서 현기증을 일으키던 환영이 씻겨 내려가고, 무한히 펼쳐진 하얀 여백만이 남았다.

그 텅 빈 배경 위에 검은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앞서 보았던 선들처럼 통제 불능으로 날뛰지 않는, 오직 포트노이의 의지대로만 공백 위를 부유하는 점이었다. 그는 의식 속에서 그 검은 점으로 그 무엇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원을 하나 그렸다. 닫힌 원 안에서 포트노이는 비로소 안락함을 느꼈다. 세계의 무작위적인 파국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받는 느낌, 온전한 통제의 감각이었다.

그러나 평화는 찰나였다. 포트노이가 그린 검은 원의 외곽선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선이 흩어지고 경계가 무너지려 하자,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늦기 전에 사라져 가는 원의 바로 옆에 새로운 원을 덧그렸다.

과거의 원과 새로운 원이 중첩되는 비좁은 교집합의 공간은 훨씬 안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 그린 원 역시 이내 색을 잃고 바래졌다. 포트노이는 다급하게 또 다른 원을 그려 넣었다. 원이 겹쳐질수록 숨 쉴 수 있는 영토는 좁아졌지만, 어차피 원은 하나씩 사라질 테니 멈추지 않고 이어서 그려나가면 그만이었다. 소멸하는 원과 새로 태어나는 원들의 연쇄 작용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강박적인 동그라미들이 포트노이를 살게 했다. 오래전, 그 동그라미의 이름은 술이었고 약물이었다. 그러나 결코 영구적인 안식처가 될 수 없었던 그 파괴적인 동그라미들을, 포트노이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기어이 끊어냈었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또 다른 종류의 동그라미들이었다. 밴드 안팎에서 벌인 숱한 도전들. 리퀴드 텐션 익스페리먼트, 트랜스애틀랜틱, O.S.I., 옐로우 매터 커스터드를 비롯한 세 팀의 헌정 밴드들, 그리고 닐 모스의 수많은 솔로 프로젝트까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한동안은 그 안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이 사라지기 전에 또 다른 프로젝트를 세우면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무너지는 멘탈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모든 동그라미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쉴 새 없이 새로운 판을 짜고 펜을 굴려야만 했다.

당장 이번 투어를 마치고 나면 드림씨어터의 9집 월드 투어 실황을 담은 방대한 라이브 DVD 《Chaos in Motion》을 완성해야 했다. 보통 실황 앨범이란 날짜를 정해 그날의 공연 전체를 녹화하는 것으로 끝내지만, 이번에 포트노이는 무려 115회의 공연 자료 전체를 랩톱에 끌어모았다. 로테르담, 부에노스아이레스, 방콕 등 6개국에서 각기 녹음된 사운드와 수십 대의 카메라 앵글에서 최적의 것들을 골라내고 접합해 하나의 프랑켄슈타인을 꿰매내는 바느질이었다.

그 미친 짓을 대체 누가 하겠는가? 오직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물만을 믿는 포트노이 자신뿐이었다.

지난해 스튜디오에서 페트루치에게 "더 무겁게"를 외치며 받아낸 그 곡. 포트노이가 직접 가사를 쓴 트랙의 제목이 "Constant Motion"이었다.

"맹렬한 속도의 터널 비전,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의 강박, 끝없이 돌고 도는 내 안의 바퀴들..."

팬들은 그 가사를 어두운 심상의 메타포쯤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메타포가 아니라, 매일 밤 그의 망막 위에 펼쳐지는 가장 사적인 자화상이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고백이었다.

그 수많은 동그라미 중에서도, 포트노이가 가장 공들여 끝없이 덧칠해 그려넣는 단 하나의 원이 있다면 단연 '드림씨어터'였다. 다른 모든 사이드 프로젝트가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 쉴 새 없이 그어대야 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덧없는 불꽃이라면, 드림씨어터는 그의 영혼을 태우는 용광로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거대한 동그라미 안에서도 포트노이는 끝없이 미세한 원들을 강박적으로 조각해 넣어야 했다. 앨범 프로모션, 머천다이즈, 투어 구상, 세트리스트 작성, 부틀렉 음원 모니터, 당장 스튜디오에 들어가 녹음할 10집 앨범의 뼈대와 콘셉트를 스케치하는 일까지. 밴드의 세포 하나하나를 자신의 지휘봉 아래 두려는 통제광적인 성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위대한 밴드를 세계 최정상의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애착이 빚어낸 과부하였다. 누군가는 그 광적인 헌신이 결국 포트노이 자신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함일 뿐이라고 냉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드림씨어터는 곧 포트노이 자신이었다.

팬들과 평단은 종종 찬사처럼 말했다. '포트노이가 멈추면 드림씨어터도 멈춘다.'

동료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가면서도, 그 말은 내심 포트노이의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달콤한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어느새부터 그 찬사는 목을 조르는 가장 잔인한 저주로 변해 있었다.

이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던 손을 1초라도 놓는 순간, 20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탑이 흔적도 없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남은 멤버들의 역량을 생각하면 분명 그렇지 않을 터였다. 자신이 하루쯤 눈을 붙인다고 이 견고한 제국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포트노이를 짓누르는 이 강박적인 두려움은 이성적인 판단과는 단절된, 생존을 향한 맹목적인 몸부림에 가까웠다.

끝없이 분화하는 동그라미의 악몽 속을 헤매다 겨우 선잠에 빠져 있던 포트노이는, 신경을 긁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투어 버스의 비좁은 창밖으로는 이미 푸르스름한 새벽 여명이 스며들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액정을 확인한 포트노이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이 시간에, 이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건, 어딘가 옳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마이크."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음성에, 포트노이가 그간 가슴속에 필사적으로 그려왔던 수많은 동그라미들, 그 모든 세계를 외곽에서 감싸 안고 있던 가장 큰 동그라미가 스르르 빛을 잃으며 와해되기 시작했다.

과거 '마제스티' 시절, 어린 아들과 친구들에게 '드림씨어터'라는 근사한 간판을 달아주었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아버지 하워드 포트노이가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는 비보였다.


한이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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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3 Scarred     2026-06-12 00:41
이번 장은 정말 좋았습니다 페트루치 포트노이 각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걸 보면서 조금이라도 알수있을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level 15 b1tc0!nguЯu     2026-06-12 13:40
잘 보고있습니다. 포트노이 탈퇴후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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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sel 2026-07-19 18:22
주말은 또 이렇게 훌쩍 지나가는구나....
나단 2026-07-09 10:20
부락 2차 기대해도 좋으실듯합니다. 시티브레이크 이후 최고의 메탈페스티벌이 되겠네요.
fosel 2026-06-22 17:13
운영자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_ _)
gusco75 2026-06-22 09:19
사이크가 원활히 잘 돌아가니 얼마나 좋은지~^^ Eagles 쥔장님 감사합니다~!!!
Spastic 2026-06-21 18:05
Huzzah metalkingdom is fixed!
Spastic 2026-06-20 21:35
I emailed Saint Eagles so hopefully he will restore site status since he hasn't be online on Metal Kingdom in like 8-9 days now lol
amoott 2026-06-18 10:39
싸이트가 매년 한두번씩 말썽..왜이러는지
Spastic 2026-06-15 23:26
I think the Eagles needs to promote this site more, I don't even remember how I found it lol but we need new users!
Blacksburg 2026-06-06 01:19
SIGH 내한 가시는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후기 많이 남겨주세요!
황금시대 2026-06-06 00:44
정당별 유불리를 떠나 선거 과정이 참 코미디같네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