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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Hunt - Paradox cover art
Artist
Album (1997)
TypeAlbum (Studio full-length)
GenresProgressive Metal

Paradox Reviews

  (5)
Reviewer :  level 21   100/100
Date : 
Royal Hunt를 어떤 장르의 밴드로 규정해야 할까? 이들에 대해서 아는 리스너들은 아마도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초기에만 해도 프로그레시브 메탈과는 꽤나 먼 거리에 있는 밴드였다. Royal Hunt는 멜로딕한 헤비 메탈 아니면 네오클레시컬 메탈 밴드 정도로 규정될 수 있었다. 초창기만 해도 Royal Hunt는 거의 유기적인 구성이나 서사적인 구조 등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형적인 특색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3집에서 점차 라인업이 안정되고, 밴드의 역량이 신장되는 면모가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그들의 세 번째 앨범인 Moving Target을 들으면서 후속작에서 Paradox로의 급격한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밴드는 Moving Target의 후속작에서 급작스럽게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컨셉 앨범 제작을 했고, 이러한 시도는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그 결과 Royal Hunt는 유럽 메탈 씬에서 촉망받는 밴드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본작의 컨셉은 예수의 수난이다. 교회에 발걸음 한 번 안 옮겨본 사람도 위대한 사상가 예수가 겪은 수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신의 아들로서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그의 비애와 슬픔은 사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그리 와닿는 주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 기독교 신학 및 신앙에 대한 특별한 존경심이 없는 이들에게 예수의 기이한 죽음은 형이상학적인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년 동안 서구인들의 정신사에 아로 새겨진 그의 전설, 혹은 신화가 수많은 예술 작품을 낳은 사실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Royal Hunt의 Paradox 또한 그 예술 작품들의 대열에 합류한 하나의 걸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 하나로 그들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씬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될 정도로 본작의 완성도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Paradox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밴드의 리더인 André Andersen의 화려한 키보드일 것이다. 원체 화려한 면모를 자랑하는 그의 스타일을 고려해봤을 때, 이 무거운 주제의 컨셉은 그리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고풍스러운 연주는 화려함보다는 장엄함을 강조하면서 앨범의 기조를 결정지었다. 잔잔한 인트로를 거쳐 미드템포로 진행되는 River Of Pain은 비교적 절제된 연주를 들려주면서 순조롭게 시작한다. 하지만 미려하게 흘러가는 키보드가 짚어내는 멜로디와 전작에서 크게 활약한 D.C. Cooper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그 뒤를 잇는 Tearing Down The World는 대조적으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 가장 수려하면서 격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극도로 아름다운 André Andersen의 클래시컬한 선율이 곡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D.C. Cooper의 비단결 같은 고운 목소리가 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Tearing Down The World는 Time Will Tell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Message To God는 Steen Mogensen의 탄탄한 베이스로 시작하는 인상적인 트랙으로 이 곡 또한 앨범의 명곡이라 할 만하고, 심각한 분위기의 발라드 곡 Long Way Home에서는 점차적으로 고조되어가는 D.C. Cooper의 목소리가 매혹적인 트랙이다. 그 다음은 앨범 내에서 가장 프로그래시브한 대곡 Time Will Tell이 흘러나온다. 이곡이야말로 본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곡의 가사가 깊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신과 인간 예수의 대화로 여겨지는 데 이 대목의 가사가 놀랄만큼 감동적이다.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예수의 고통과 고뇌를 문학적으로 잘 그려내어 가히 Royal Hunt 최고의 명곡이라 할 만하다. 극도로 비감에 젖은 D.C. Cooper의 우수어린 목소리는 그가 밴드에서 해고된 뒤, 왜 Royal Hunt의 기성 팬들이 그의 복귀를 염원했는지 알게 한다. 감동적인 명곡 Time Will Tell을 지나 Silent Scream 역시 수려한 멜로디와 놀랄만큼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It's Over는 상대적으로 앞서의 트랙들에 비해 대조적으로 담백하고 수수하게 전개되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앨범의 잔잔한 인트로를 반복하면서 Paradox는 막을 내린다.

Paradox 앨범이 성공하면서 Royal Hunt의 입지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투사하여 훌륭히 가공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André Andersen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 있었다면, Paradox와 같은 작품은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컬인 D.C. Cooper 또한 본작의 성공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Royal Hunt의 음악적 노선에 더이상 이 정도로 잘 어울릴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여서, 그 누구보다도 D.C. Cooper의 Paradox 앨범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높다. 메탈 보컬리스트로서 D.C. Cooper의 역량은 John West나 Mark Boals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Royal Hunt라는 밴드와의 친화성이라는 부분을 거론한다면 D.C. Cooper 만한 이는 없었다. 그가 밴드를 떠난 뒤 팬들이 괜히 그를 그리워하면서 재가입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D.C. Cooper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지만, 비단결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앨범의 성공에 자신의 기여한 바를 잘 이해하고 있던 그는 다른 멤버들에게 오만무례하게 대했을뿐더러 때때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게다가 작품의 성공에서 가장 큰 몫을 주장하면서 André Andersen을 위시한 다른 멤버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실수마저 저질렀다. 그의 주장하는 대로 이 앨범의 성공에 그의 기여한 부분이 컸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거만한 태도는 멤버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D.C. Cooper는 해고 통보를 받음으로서 Royal Hunt의 가장 화려한 시기는 아쉽게도 막을 내리고 만다. Royal Hunt가 자신들에게 있어서 최상의 라인업을 이룬 상태가 종료되는 것에 대해 팬들의 아쉬움은 무척 컸다고 한다. 달랑 2장의 앨범을 남긴 D.C. Cooper는 후속 보컬인 John West의 가슴에 깊은 응어리를 남겼지 않았나 싶다. John West는 D.C. Cooper보다 밴드에 더 오래 제적해 있으면서 여러 장의 준수한 앨범들을 남겼음에도, 팬들은 언제나 D.C. Cooper를 기억하면서 그가 다시 Royal Hunt에 가입하는 것을 강하게 열망해왔다. 전천후 메탈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은 D.C. Cooper보다 훨씬 윗길에 있었던 John West가 Royal Hunt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당시 그의 심경이 궁금해진다.

그와 같은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 진것은 Paradox 앨범이 나온지 거의 1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였다. 밴드의 리더인 André Andersen도 D.C. Cooper도 서로 헤어지고 나서도 줄기차게 활동해왔지만, 다시는 본작에 비견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André Andersen은 Royal Hunt의 이름으로 여러 뛰어난 앨범을 남겼지만, 결코 Paradox의 아성을 넘길 만한 작품을 다시 제작하는데 이르진 못했다. John West나 Mark Boals와 같이 D.C. Cooper보다 메탈 보컬리스트로서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을 기용하기도 하고, 중세 풍의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탈피하는 등의 음악적 실험도 감행하였지만, 어떠한 작품도 Paradox에 미칠 만한 앨범을 만들지는 못했다. 아마도 André Andersen에게 있어서 Paradox는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임과 동시에 저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D.C. Cooper 또한 다른 밴드활동도 하고 자기 자신을 주축으로 하여 밴드를 결성하는 등 열심히 활동했지만, Royal Hunt 시절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D.C. Cooper와 André Andersen은 다시 만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전성기였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D.C. Cooper가 밴드에 합류하면서 다시 뛰어난 앨범들을 여럿 만들어냈지만, Paradox를 만들었던 그 시절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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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9   95/100
Date : 
이 앨범 역시 Moving Target과 더불어 최고로 쳐주는 앨범이다. 전작들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작곡력과 경이로울 정도의 전개..한 편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다. 본 작에서는 모든 곡들이 한 곡인 것 마냥 그대로 이어지는데 곡과 곡간의 연계성이 매우 좋다. 그 중 소름돋았던 부분은 River Of Pain에서 Tearing Down The World로 넘어갈때와 Long Way Home,Time Will Tell, Silent Scream 순으로 이어질 때이다. 이질적인 부분은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이때 정말 넋을 잃고 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곡 자체가 삳당히 뛰어나서 소름돋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다. 앨범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굳이 뽑자면 River Of Pain,Long Way Home,Silent Scream이다. 이 세 곡은 진짜 들으면서 울컥울컥했던..ㅜㅜ 또한 본 작을 통해서 DC쿠퍼의 진가를 좀 더 알게 되어 좋았던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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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7   95/100
Date : 
헤비메탈을 접하던 고등학생시절부터 로얄헌트라는 밴드는 이름은 들어왔지만 이름 자체가 너무 고상하기도 하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에 아예 접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았었다. 그러고는 최근에 와서야 이들을 접하게 되었다. Paradox II: Collision Course이라는 2008년작 앨범으로.. 마크 볼즈가 보컬로 참여하긴 했지만 그 앨범에서도 충분히 로얄헌트에게 경외심같은 뭔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그냥 숭배 그 자체가 생각난다. 로얄헌트만의 키보드, 기타, 코러스의 조화는 들어본 사람은 어떤걸 의미하는지 알것이다. 기름지면서도 과하지 않고, 중세적이라고 해야할까 뭔가 심오하기도 한 로얄헌트만의 너무나 독특하면서도 위대한 색깔. 그 모든것이 이 앨범에 다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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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9   96/100
Date : 
로얄헌트 최고의 앨범이자, 멜로딕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Paradox!

전작인 "Moving target"에서 미국 출신 디씨쿠퍼를 보컬로 맞아들이고, 사운드를 강화하여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내었던 이들. 그리고 그것에서 더욱 더 발전하여 마침내 최전성기의 물오른 음악을 들려준 것이 본작이 되겠다.

밴드의 작곡가이자 리더이며 키보드 비루투오소인 앙드레앤더슨은 덴마크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음악을 공부하여 클래식을 음악성의 모태로 두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음악에는 클래식적인 요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음악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으나, 평론가들의 말에 따르면 앙드레앤더슨은 대위법에 기초하여 작곡을 많이 한다고 한다.

또한 다른 프록메탈쪽 키보디스트들이 현란한 솔로를 보여준다면, 앙드레는 기교보다는 다양한 톤으로 기타와 백킹의 보조를 맞추며, 전체적인 곡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만큼 악곡이 풍부하고, 마치 교향곡을 듣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고 있다. 그래서 전성기 이들의 앨범을 멜로딕/프로그레시브보다 네오클래시컬/심포닉메탈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제의 미이다. 물론 로얄헌트 음악 자체가 테크닉을 발휘하여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음표의 낭비가 없는 정말 필요한 음만 골라 연주하는 느낌이 든다. 단 1초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주는 기교 아닌 기교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러닝타임만 길게 늘여놓는(일부 드림씨어터 앨범 같은...)것보다 훨씬 알차지 않은가.

그리고 멜로디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팝적인 멜로디를 잘 만들어내는 앙드레가 클래식의 장엄함과 디씨쿠퍼의 중후한 보컬을 합쳐, 매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야곱의 기타솔로도 곡의 멜로디 진행에 너무나도 잘 맞게 연주해 주어 시너지를 일으킨다.

반면 멜로디에 너무 치중하여, 리듬 파트쪽이 약한 감이 들기는 하다. (드러머인 알렌소렌슨이 정식 멤버도 아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기반해서, 곡들이 이어져 있는 형식을 띄고 있다. 때문에 어떤 특정 곡이 좋다라기 보다는 모든 트랙이 고품질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각 곡들 안에서의 멜로디도 변형을 주어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즉, 1절에서 A라는 멜로디를 썼다면 2절에서는 약간 다르게 A'라는 멜로디를 쓰는 방식이다. 디씨쿠퍼를 재가입시켜 낸 2011년 앨범 "Show me how to live"의 경우 멜로디의 반복이 심한 편이다.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물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River Of Pain의 중후하면서도 고음까지 커버하는 보컬, Tearing Down The World의 키보드 연주, Time Will Tell과 Silent Scream에서의 중세적이면서도 팝적인 멜로디 센스가 인상에 남는다.

Clown in the mirror로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이들이 본 앨범으로 대박을 내면서(디씨쿠퍼와 앙드레가 Burrn지의 표지 모델로 까지 등장) 세계 최고급의 대접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군대 시절에 듣고 감동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멜로딕메탈의 있어서 필청 앨범이라고 당당히 추천하는 앨범이다.

AMG 4.5/5, Burrn 98/100(97년 디씨쿠퍼와 앙드레앤더슨 보컬과 키보드 부문 인기투표 1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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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  level 11   90/100
Date : 
언젠가 Royal hunt가 부산 락페스티벌에 와서 멋진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는 말에 나는 땅을 치고 후회했었다. 그러나 조만간 그 감정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때 Royal hunt의 보컬은 더 이상 D.C Cooper가 아닌, John West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로 John West 이후의 Royal hunt를 싫어했다-물론 지금의 취향과는 좀 다른 시절의 이야기다. 흡사 과거 Kiske가 떠나고 Deris가 합류한 이후의 Helloween을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더 이상 Royal hunt만의, 정확히는 Cooper가 활동하던 시절의 고급스럽고도 부드러운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려나... 그런 면에서 D.C Cooper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정규 스튜디오 앨범인 [Paradox] 는 특별한 의미로 남는 앨범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Royal hunt 팬들이 이 앨범을 Royal hunt의 디스코그래피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간은 이들을 멜로딕 메탈 혹은 프로그레시브이라는 두 가지 범주 중 하나에만 고정시키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 한 범주 내에서 놀기엔 너무 장대한 음악을 펼치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멜로디 메이킹과 Cooper의 산뜻한 고음역 보컬은 정통 멜로딕 메탈의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밴드의 리더 Andre Andersen이 클래식에 바탕을 두고 펼쳐내는 곡들은 한결같이 프로그레시브적 색채를 머금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킹덤의 Melodic/Progressive metal이라는 분류가 가장 적절한 듯. 이 분류에 걸맞은 장대한 컨셉 또한 예술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Jesus Christ Superstar] 를 연상케 하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은 앨범의 전개를 이끌어 나가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자세한 컨셉 이야기는 이웃 블로거이자 메탈킹덤의 회원이신 후추상사님의 리뷰를 참조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John West의 보컬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고음역이 잘 살아 있는 West의 그것이 Cooper가 떠나간 이후 급격히 메탈릭해지는 음악적 방향을 취하고 있는 Royal hunt에서는 West와의 조합이 더 완벽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워풀한 그의 보컬보다 실크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Cooper의 애수 어린 부드러운 보컬이야말로 Royal hunt에게 가장 적절한 보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본작에서 Cooper의 보컬 퍼포먼스는 정말 놀라운데, 탄탄한 중저음역을 바탕으로 한 넓은 음역대는 Roy S. Khan을 연상시킬 정도. 특히나 개인적으로 거의 눈물을 흘릴 뻔 한 Long way home에서의 짙은 애수가 묻어나는 비장하면서도 애상적인 보컬은 그 누구와 비교한다 해도-보너스 트랙에서 이 곡을 불렀던 West와 비교한다 해도-결코 뒤지지 않는, 최소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거듭한다면 결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보컬이라고 확신한다.

전반적인 사운드는 키보디스트인 Andre Andersen의 유려한 키보드 플레이를 따라가는데, 이 키보드 플레이가 예술 그 자체다. 화려하면서도 절제의 미를 갖추고 있는 최고의 키보디스트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밴드의 송 라이팅의 주역이 되는 Andersen의 멜로디 메이킹은 가히 일품. 기타/베이스/드럼은 구색을 맞추는 정도의 역할인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키보드가 메인이 되는 Royal hunt에서 나머지 세 파트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후대의 앨범에서는 조금씩 그 색채가 변화해 가지만서도... 최소한 이 앨범에서의 Andre Andersen은 키보드 계의 Yngwie Malmsteen으로 부르기에 하등의 부족함이 없을 깊이 있는 송라이팅과 빼어난 키보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Royal hunt는 지금 West와의 10년 가까운 동거를 끝마치고 Mark Boals를 새로운 보컬리스트로 맞이했었고, 그와도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을 시간 동안을 함께 했었다. 그리고 지금 돌고 돌아서 다시 밴드의 프런트맨으로 활약하게 된 D.C. Cooper와 함께 하는 Royal hunt라는 것은... 이 앨범이 남긴 향수를 가장 확실하게 자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Cooper가 Royal hunt와 함께하고 있는 일상을 남긴 페이스북을 보며, 다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맨 처음 Royal hunt라는 밴드를 접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것은, 절대로 구입했다는 후회하지 않을 명반이라는 것.

[2011. 6. 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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